살인을 시작하겠습니다 YA! 26
배예람 지음 / 이지북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9년 안전가옥 앤솔로지 "대스타"에 수록된 '스타 이즈 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안온북스 '내러티브 온' 소설 편 "왜가리 클럽"에 수록된 '인어의 시간'을, 안전가옥 앤솔로지 "호러"에 수록된 '엔조이 시티 전(傳)'을 썼습니다. 느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를 쓰는 삶을 목표로 하는 저자의 신작 <살인을 시작하겠습니다>를 보겠습니다.



6월 모의고사를 친 송나희와 박이경은 각자 다른 교실에서 눈을 뜹니다. 그런데 평소 교실과 다른 풍경입니다. 휴대폰도 없고, 문도 창문도 열리지 않고, 칠판엔 '0교시 살의 영역'이란 글씨가 적혀 있습니다. 시험지엔 주관식으로 '살의란 무엇인가, 사람을 죽이는 데 가장 적절한 방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죽이고 싶은 사람의 이름과 반 번호를 쓰시오' 3문제가 적혀 있습니다. 갑자기 TV에 노란색 토끼가 나타나 시험 규칙을 설명합니다. 지금 이곳은 현실을 살짝 빗나간 차원이며, 현실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답니다. 0교시 살의 영역의 목표는 동이 트기 전까지 본관을 벗어날 수 있는 문을 열어 현실로 돌아가는 것인데, 본관 3층에서 별관 건물로 통하는 구름다리 문까지 가는 동안 사악한 존재가 나희와 이경을 막습니다. 그들을 피해서 3층에 도달해 문을 열려면 서로를 죽여야 한답니다. 서로를 죽이면 문이 열리고 합격자가 되어 현실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들과 싸우지도 않고 서로를 죽이지도 않으면 이곳에서 현실에서도 비참하게 죽은 채로, 모두에게 서서히 잊힐 거랍니다. 그러니 나가고 싶다면 죽여야 하고, 죽기 싫으면 죽여야 합니다.

1층에서 시작된 나희와 5층에서 시작된 이경은 3층에 도달하기까지 무서운 존재들을 어떻게 막는지, 그들이 왜 이렇게 서로를 증오하게 되었는지는, <살인을 시작하겠습니다>에서 확인하세요.




너무나 친하고 소중한 두 친구지만, 각자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기에 두렵기도 합니다. 혹시라도 단짝 친구가 자신을 버리고 다른 무리로 갈까 봐서요. 서로가 서로의 모든 것이기에 만약 버려진다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도 싫어 한 친구가 먼저 버렸습니다. 버려진 다른 친구는 오해를 한 채 똑같이 버렸습니다. 그렇게 둘은 멀어졌고, 좋아했던 마음만큼 싫어하고 증오하는 마음이 생기고 커졌습니다. 그런 마음이 있답니다. 그 애가 너무 좋아서 그 애가 죽어버리기를 바라는 마음 같은 것. 그 애를 좋아하는 만큼 그 애가 고통스럽기를 바라는 마음 같은 것. 이렇게 살의는 아주 사소한 데에서 시작합니다. 어른인 제가 읽기엔 100% 공감 가진 않았지만 <살인을 시작하겠습니다>가 청소년 소설이고, 불안정한 청소년의 심리를 생각하면 이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원래 어떤 일이든지 자신이 1인칭이 되면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읽으면서 솔직히 말하면 되는 건데 왜 저렇게 되었을까 하고 두 친구가 안타깝고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주인공이라면 생각대로 내 마음을 말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이해가 되는 두 친구가, 마지막엔 마음을 연 모습에 기뻤습니다. 둘의 상처가 회복되기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제 둘은 그 시간이 두렵지 않을 것입니다. 서로의 진실한 마음을 아니깐요.


모든 상처에는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기 마련이므로.

그게 어떤 종류의 상처든,

상처가 깨끗이 아무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의자와 애정이 필요하다.

길고 긴 시간이, 누군가의 애정 어린 마음이.

(p. 183~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