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간 의사 - 영화관에서 찾은 의학의 색다른 발견
유수연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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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부터 고대 신화, 역사, 판타지 문학, 만화,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즐겨 읽은 저자는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부속병원에서 신경과 전공의 과정을 마쳤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상강사를 거쳐 지금은 계명대학교 의과대학 동산병원 신경과 부교수로 있습니다. 가장 전문적으로 진료 중인 질환은 파킨슨병이며, 2022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신경과 이상운동질환 파트에서 방문교수로 지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모자장수는 왜 미쳤을까", "의사가 읽어주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있으며, 지식교양 웹툰 플랫폼에서 "올림포스 종합병원: 그리스 로마 의학 신화"의 글 작가를 맡았습니다. 그럼, 영화에서 발견한 의학, <영화관에 간 의사>를 보겠습니다.



기택의 가족이 각자의 특기를 살려서 박 사장의 집으로 침투하는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지는 '기생충'은 그들의 끝이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음을 암시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기택 가족이 국문광을 내쫓을 때 그녀가 지닌 복숭아 알레르기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국문광의 알레르기 반응이 매우 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저함 없이 행동합니다. 의학 지식을 나쁜 쪽을 활용하면 어떤 참사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알레르기 반응에 대해서는 증상에 대한 처치와 면역 치료가 중요하지만, 우선은 알레르기 항원을 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본인이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스스로 인지하고 조심해야 하며, 주위 사람도 알레르기 항원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식품을 권하는 행위는 절대 금해야 할 것입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장 두렵게 느끼는 질명은 바로 치매일 것입니다. 이 치매의 흔한 원인은 알츠하이머병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진행성이기에 점차적으로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능력을 잃고 보호자의 도움에 의존해야 합니다. 저자의 기준에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상당히 의학적으로 잘 다룬 작품은 '스틸 앨리스'라는 작품이랍니다. 앨리스 홀랜드라는 50세의 언어학 교수에게 알츠하이머 치매가 발병하면서 생겨나는 변화들을 담담하면서도 서글프게 그렸습니다. 알츠하이머병과의 싸움은 지금도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터널 속을 지나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도 환자, 보호자 그리고 의료진 모두가 희망을 버리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영화 속의 앨리스가 여전히(Still) 앨리스로 남아 있듯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병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의학적인 노화의 정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체가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필요한 생리적 기능이 쇠퇴해가는 것입니다. 사회적인 의미의 노화는 나이가 듦에 따라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기대하는 역할과 주변 관계가 변해감을 뜻합니다. 보통 이 두 가지 방식의 노화는 같은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선 정신과 육체의 노화 방향이 서로 반대로 가는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벤자민의 인생을 의사의 눈으로 보면 어린 시절에는 조로증으로, 나이가 들었을 때는 소아 치매 환자로 오인되었을 가능성이 높답니다. 거꾸로 가는 인생 시계를 지닌 벤자민의 삶은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보다 흥미롭게 느껴질 것입니다. 미래에는 노인의 나이에 육체의 청춘을 다시 즐기는 시대를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시간을 소중히 여길 줄 모른다면, 그런 시대가 와도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시계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지금 이 순간을 아껴주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영화와 의학이라 언뜻 들으면 맞지 않을 것 같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만큼 어울리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에선 죽음과 생이 거의 등장하니 의학만큼 죽음과 생과 밀접한 분야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만큼 의사가 보는 영화는 직업적인 부분 때문인지 색달랐습니다. 게다가 저자는 신화에 관심이 많아서 영화에 잘 드러나지 않은 신화적인 부분을 언급합니다. 특히 '올드보이'에서 그리스 신화의 니오베 이야기와 악타이온 이야기와 빗대어 설명한 부분이 인상에 남았습니다. 이 영화를 신이 인간에게 내리는 벌이라는 해석이 색달랐습니다. 또한 '탑건:매버릭'과 '아이언맨'의 이야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이외에도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짚어주어 보았던 영화지만 새로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관에 간 의사>는 전체 4장으로 21편의 영화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영화 제목을 보니 반은 봤고, 반은 못 본 작품입니다. 보았던 영화도, 보지 못한 영화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혹은 처음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에 뭐 볼까 하고 괜히 시간만 때우며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기보다, 소개한 영화를 한편씩 보며 색다른 재미와 발견을 느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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