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시체를 부탁해
한새마 지음 / 바른북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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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계간 미스터리 여름호'에 "엄마, 시체를 부탁해"로 신인상을 수상한 저자는 "죽은 엄마"로 2019년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 "어떤 자살"로 2021년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우수상 수상, "마더 머더 쇼크(Mother Murder Shock)"로 2022년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우수상 수상, "잔혹범죄전담팀 라플레시아걸"로 2023년 한국추리작가협회 신예상을 수상했습니다. 그 외 다수의 앤솔러지에 참여한 저자의 단편 미스터리 <엄마, 시체를 부탁해>를 보겠습니다.



첫 번째 '낮달'은 엄마와 중학생 소녀가 바리케이드 안에 숨어사는 이야기입니다. 시에서 오염도가 높은 지역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후 오염된 건물들에 대해 철거 명령을 내렸습니다. 엄마와 나는 강제 이주가 한창일 때 그 혼란을 틈타 바리케이드 안으로 몰래 들어왔는데, 그 안엔 자신들처럼 늙고 병들고 가난해 운신조차 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철거 용역들은 오염 지역 철거주택 조합에서 고용된 사람들이어서 깡패나 조폭같이 험상궂게 생겼고 힘깨나 쓰는 덩치들입니다. 용역들은 무법천지의 바리케이드 안에서 제일 무서운 존재인데, 용역들도 오염 지구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 오염될 수밖에 없고, 간혹 폭발적으로 난폭해지는 이들을 변이자라 부릅니다. 이곳에 숨어든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고령의 할머니를 죽이는 오염자를 만났고 그 사람에게 도망치고 있습니다.

네 번째 '마더 머더 쇼크(Mother Murder Shock)'는 5개월 된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는 글을 적어놓은 채 정신을 차린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어린 아들 노아의 기억이 스쳐 지나가고, 물에 잠긴 자동차에서 체념하려던 차에, 왼손이 쓰라려 보니까 믿지 말라는 글자가 적혀 있습니다. 무엇을 믿지 말라는 것일까. 내 기억을 믿지 말라는 것인지, 누구를 믿지 말라는 것인지.

도망친 소녀가 어떻게 될지, 자신이 아들을 죽인 게 맞는지, 또 다른 5편의 이야기는 <엄마, 시체를 부탁해>에서 확인하세요.




자신을 죽이려는 변이자로부터 도망치는 엄마와 나의 이야기 '낮달', 중학교 3학년 된 딸로부터 사람을 죽였다는 전화가 걸려와서 그 시체를 처리하는 '엄마, 시체를 부탁해', 죽은 남편과 같은 폐암에 걸린 아들을 위해 휴먼 더미를 이용해 장기 배양과 이식을 하는데 위협을 감지했다는 알람이 와서 이동하는 '위협으로부터 보호되었습니다', 어린 아들을 자신이 죽인 게 맞는지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는 '마더 머더 쇼크', 생활고로 인한 자살 사건을 취재하면서 밝혀지는 '어떤 자살', 뺑소니 사고로 코마 상태에 빠진 여자의 이야기 '잠든 사이에 누군가', 6년 전 공방 부부 실종 사건으로 참고인 조사를 하는 시간 역순의 '여름의 시간까지 <엄마, 시체를 부탁해>는 총 7편의 단편 미스터리가 실려 있습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 강한 흡입력으로 충격과 반전을 선사하는 저자의 필력에 읽는 내내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낮에도 떠있지만 사람들이 못 보고 지나치는 것뿐이라는 첫 번째 이야기의 제목인 '낮달'에는 혼절할 때까지 두들겨 패고 툭하면 칼을 휘두르는 폭력 남편이자 아빠가 등장하는데, 동네 사람들은 낮달처럼 그를 못 본 척 지나칩니다. 그렇게 고스란히 폭력에 휩싸인 두 모녀는 지옥 같은 현실을 피해 환상에서 삽니다. 남들은 살기 힘든 그 환상세계가 그들에겐 오히려 살만하게 느껴집니다. <엄마, 시체를 부탁해>에는 여성 노숙자, 장애인에 대한 차별, 산후우울증, 간병 살인, 보험 살인 등 지금 현실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소재로 삼고 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을 이 책에서 왜 똑바로 봐야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나의 지옥보다 당신의 지옥이 더 견딜 만한지 묻고 싶었다.

p. 63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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