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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건 죽음
앤서니 호로위츠 지음, 이은선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8월
평점 :
1955년 영국 미들섹스주에서 태어나 요크 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예술사를 전공한 저자는 극사실주의적인 디테일과 인간 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가 특징입니다. 2007년 영국 출판업계 시상식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으며, 2014년 대영 제국 4등 훈장을 수훈한데 이어 2022년 3등 훈장을 수훈했고, 2023년 에드거상을 수상했습니다. 아서 코넌 도일 재단에서 새로운 "셜록 홈스" 시리즈의 소설을 쓸 작가로 지정되어 2권을 집필했고, 10여 개의 드라마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그럼, 호손과 호로위츠 시리즈의 두 번째 장편소설 미스터리 <숨겨진 건 죽음>을 보겠습니다.
화자 앤서니 호로위츠는 TV 드라마를 집필하던 중에 자문 역으로 대니얼 호손을 소개받았는데, 그는 런던 경찰청에서 근무했지만 아동 성 착취물을 거래한 용의자를 호송하다 그가 콘크리트 계단에서 구르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잘렸습니다. 이 사건으로 그는 탐정이 되었고, 요청이 들어오면 일을 합니다. 호손은 호로위츠에게 자신을 주인공으로 책을 쓰기를 제안했고, 어쩌다 보니 첫 권 "중요한 건 살인"을 썼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호로위츠가 에이전트의 부추김에 넘어가 세 편을 계약했고, 아직 두 권이 남은 상태입니다. 호손도 당연히 이런 사정을 알고 있고, 그로부터 사건이 벌어졌다는 전화벨이 울리길 기다리고 있던 차에 드라마 촬영장에 그가 나타났습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 리처드 프라이스가 그의 서재에서 와인이 가득 든 병에 맞아 죽었고, 범인은 집에 있던 페인트로 182라는 메시지를 남겼답니다. 당시 피해자는 1천만 파운드가 걸린 소송을 맡고 있었는데, 상대측은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유명한 안노 아키라입니다. 그가 죽기 전 우연히 식당에서 마주친 아키라가 프라이스의 머리에 와인을 부으며 병으로 치겠다고 협박을 한 일이 SNS에서 유명했습니다. 또한 흉기가 된 와인병은 엄청난 고가였고 프라이스는 철저한 금주자라 술을 입에 대지도 않는답니다. 프라이스가 죽기 하루 전 그와 대학시절 절친한 동굴 탐사 친구인 그레고리 테일러도 열차에 치여 죽었습니다. 런던 경찰청은 호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호로위츠도 동석합니다.
프라이스의 의뢰인이자 고가의 와인을 선물한 에이드리언 록우드, 대학시절 절친한 동굴 탐사 동료 찰스 리처드슨의 유가족 데이비나 리처드슨, 식당에서 프라이스를 협박한 안노 아키라, 언변이 좋은 변호사 프라이스에게 굴욕을 당하고 앙심을 품은 출판사 대표 돈 애덤스, 리처드 프라이스의 동성남편이자 바람을 피우고 있는 스티븐 스펜서, 죽은 남편의 신원 확인차 프라이스가 있던 런던에 올라온 수전 테일러까지 용의자는 6명으로 좁혀졌습니다. 과연 누가 범인이며 동기는 무엇인지, 그레고리 테일러는 사고사인지 타살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숨겨진 건 죽음>에서 확인하세요.
추리소설은 사건의 범인이 누구이며, 동기가 무엇인지를 따라가는 이야기입니다. 전직 형사가 등장하는 <숨겨진 건 죽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큰 틀만 같을 뿐 나머지는 달라서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셜록 홈스와 왓슨 박사 콤비처럼 이 책에도 탐정 호손과 작가 호로위츠가 등장하는데요,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이름이라서 더욱 흥미롭습니다. 책을 읽을수록 작가가 실제 겪은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마지막 '감사의 말'에 등장하는 실제 사람들과 그들에게 전하는 인사 때문에 진짜인가 헷갈립니다. 이런 부분이 '호손과 호로위츠 시리즈'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합니다. 호로위츠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캐치하는 능력이 탁월한 호손은 솔직히 재수 없습니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쓰라며 작가 호로위츠에게 제안해놓고, 나서지 말라고 하지요. 그리고 소설을 쓸 때처럼 사건을 해결할 때도 패턴을 찾으라고 하니 모두가 자신처럼 영민한 줄 아는 오만함이 느껴집니다.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여느 탐정과는 다른 츤데레가 느껴지는 호손, 그래서인지 자신의 신상도 밝히지 않습니다. 무슨 비밀이 있는지, 그를 '빌리'라고 부른 '마이크 칼라일'이 누구인지도 사건 못지않게 궁금한 부분입니다. 호손의 과거는 어떤 비밀이 있을지, 3권이 국내에 출간되길 기다리겠습니다.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믿을 수 없다해도 진실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p. 346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