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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 ㅣ 트리플 26
단요 지음 / 자음과모음 / 2024년 8월
평점 :

2022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장편소설 "다이브", "마녀가 되는 주문", "인버스", "개의 설계사",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중편소설 "케이크 손", 르포 "수능 해킹"(공저)이 있습니다. 2023년 문윤성SF문학상과 박지리문학상을 수상했고, 2024 문학동네신인상을 통해 평론가로도 등단했습니다. 그럼, 저자의 첫 소설집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이자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은 한때는 성공적인 사업가였고 지금은 통 속의 뇌로 존재하는 건론의 이야기입니다. 교통사고로 병원으로 옮겨진 그의 상태가 목의 신경이 모두 끊어졌으며 의식도 찾을 수 없는 상태라는 의사들의 진단에 사내 변호사와 이사들은 분리술을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목을 생명유지 장치에 걸어놓은 다음 뇌에 통신 칩을 삽입하면 외부 자극은 느끼지 못해도 전기 신호에는 얼마든지 반응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중범죄자나 사회 부 쓰는 영혼의 감옥이지만 35%의 회사 지분과 제약사 회장 직함을 가진 건록이 필요한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건록은 의식만 존재하는 삶을 받아들였으나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진짜에 대한 갈망이 커져 난동을 부렸습니다.
두 번째 '제발!'은 시대에 편승하지 못해 가문이 쇠락해가는 군무원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누나는 대학에 진학 후 신흥 종교에 빠져 소식이 끊겼는데, 고인의 유언에 따라 1위 상속자로 지명되었다는 편지가 옵니다.
세 번째 'Called or Uncalled'는 조현정동장애를 가진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곳곳에 심어진 기능성 유전자 개량 식물의 원종이 마약 원료인데, 기술로 마약의 위험성을 제거했다고 하나 결국 돌연변이가 발생해 사람들은 미쳐갑니다.
뇌만 존재하는 그는 어떻게 될지, 신흥 종교의 실체는 무엇인지, 미친 남자가 미쳐가는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에서 확인하세요.
<한 개의 머리가 있는 방>은 인간의 본질적인 의미를 묻습니다. 인간의 몸에서 제일 중요한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모두가 '뇌'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것은 없고 뇌만 존재한다고 해서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요. 생각하기에 존재한다는 인간이라는 데카르트의 정의로 보았을 땐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인간은 오로지 생각만 하는 존재는 아닐 것입니다. 소설 속의 뇌로 존재하는 건록도 두근거리는 심장이나, 싱그러운 풀냄새나, 간지러운 햇살 따위가 참을 수 없이 그립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알지 못했다면 몰라도 알고 느껴본 이상 오감들이 그리울 것입니다. 먹는 즐거움, 타인의 온기 등을 더 이상 느낄 수 없다면 어떨지 상상만으로도 괴롭습니다. 또한 정상이 아니다고 말할 때, 그 정상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곳곳에 심어진 마약성 원료의 꽃가루가 사람들의 머리를 미치게 만드는 세상에서 이미 정신병 진단을 받은 남자의 생각이 미친 것인가 싶습니다. 과연 누가 누구보고 미쳤다고 해야 할지 아이러니한 현실입니다. 이 책을 통해 인간이란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