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녀와의 7일 ㅣ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6월
평점 :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하다 1985년 "방과 후"로 제31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하며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후 본격 추리소설부터 서스펜스,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기 폭넓은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해왔습니다. 이 중 상당수의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럼, 저자의 100번째 작품이자 '라플라스 시리즈'의 최신작 <마녀와의 7일>을 보겠습니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정확한 비 예보를 알려주는 우하라 마도카를 만난 중3 소녀 쓰키자와 리쿠마는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로부터의 마지막 전화 목소리를 듣습니다. 이후 다마가와 강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를 발견했고, 지문과 모발 조회를 통해 전직 경찰 쓰키자와 가쓰시로 밝혀집니다. 손목에 접착제가 부착된 흔적과 혈액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되어 살해 사건으로 수사가 진행됩니다. 와키사카 다쿠로는 유족인 리쿠마를 만나서 7월 4일 실종 신고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어봅니다. 6월 27일 모터쇼 행사장에 출근한 이후로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은 모습을 봤다고 합니다. 그리고 모터쇼 끝나고 이틀간 휴가였는데 외출했던 것 같았고, 실종 당일 날에도 휴가를 냈답니다. 와키사카는 가쓰시의 유품을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명함을 주며 연락하라고 합니다.
리쿠마의 아버지 가쓰시는 미아타리 수사원으로 전국의 지명수배자를 길거리에서 찾아내는 일을 합니다. 수백 명에 달하는 지명수배자의 얼굴 사진을 기억한 뒤에 길가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열심히 지켜보다가 지명수배자가 눈에 띄면 그 자리에서 체포합니다. 그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노트엔 지명수배자들의 사진, 이름과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가 적혀 있습니다. AI가 등장하면서 CCTV의 실시간 영상으로 범인을 찾는 일이 많아지면서 2년 전 경찰 일을 그만두고 보안 경비회사에서 불특정 다수의 참석자들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그 영상을 AI로 분석해 수상한 인물을 잡아내는 잠입 감시원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리쿠마는 아버지가 정리한 파일을 살펴보다 아무런 표시도 없는 파일을 발견합니다. 빼내서 살펴보니 7살 '나가에 데루나'의 가이메이 대학병원 검사 결과지와 진료비를 낸 영수증이 있습니다.
와키사카는 리쿠마를 찾아가 수사에 참고하기 위해 '나가에 데루나' 결과지와 지명수배자 노트를 받았습니다. 리쿠마는 'T초 일가족 3인 강도살인 사건'의 범인인 '니지마 시로'를 가리키며 아버지가 이 얼굴 사진은 인생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절친 미야마에 준야와 함께 가이메이 대학병원에 갔는데, 도서관에서 본 마도카와 함께 있던 남자아이를 봅니다. 그 남자아이는 '수리학연구소'라 적힌 차를 타고 갔는데, 그곳의 공지사항엔 대학병원 검사 결과지의 의사가 쓴 논문이 있었고, 그곳으로 갑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논문 의사의 딸이자 직원인 마도카가 내려와 데루나는 리쿠마의 여동생이라고 말합니다. 데루나는 선천적으로 뇌에 질환을 안고 있어 말을 못 하지만,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 뛰어난 기억능력을 지닌 천재였습니다. 이곳에서 장애가 뇌기능에 영향을 끼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고 합니다. 리쿠마는 아버지 통장을 정리하니 히로타 나오키, 다나카 료스케란 사람으로부터 돈이 입금되고 이틀 뒤에 나가에 다키코로 이체되었는데 아는 사람인지 물어봅니다. 이를 듣던 데루나는 어제 형사가 보여준 지명수배자 노트에서 본 이름이라고 손짓을 합니다.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범행 현장과 시각을 정확히 추리해낸 마도카는 리쿠마와 준야와 더불어 사건을 수사하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마녀와의 7일>에서 확인하세요.
저자의 이름만으로 읽어볼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 작가의 최신작을 읽었습니다. <마녀와의 7일>은 '라플라스 시리즈'의 3번째 책인데, 라플라스 시리즈를 읽지 않았음에도 책을 읽는 데엔 문제가 없었습니다. 세상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서 AI가 여러 곳에서 사용되고,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생깁니다. 이런 현상은 기술적인 혁신이 등장할 때마다 마찬가지였습니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계산부터 창의성이 요구되는 예술적인 분야까지 진출해 인간의 능력에 필적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 미래를 상상하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마녀와의 7일>에 등장한 미아타리 수사원 쓰키자와 가쓰시도 AI가 단시간에 대량으로 개개인을 식별해 지명수배자를 찾아내 일자리를 잃게 됩니다. 하지만 가스씨는 단순히 얼굴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 사람은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살아왔고 현재 어떤 식으로 살고 있는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소중하게 여기고 무엇을 희생하며 살고 있는가를 열심히 상상하다 보면 사진의 얼굴이 변해가고 그것을 가미해 기억해 나간답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얼굴 성형을 해도, 마스크를 써도 알아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AI와 인간이 다른 점일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 마음의 내면까지 보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마녀와의 7일> 덕분에 앞으로의 미래가 두렵지 않고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한 건 그런 것에 휘둘리는 일 없이,
난관에 부딪혔을 때는 스스로 생각하고 길을 개척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의지할 것은 AI 따위가 아니다. 나 자신의 머리다.
p. 451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