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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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일본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무코가와 여자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의류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남태평양의 작은 섬 통가로 가서 청년 해외 협력대 대원으로 2년간 봉사 활동을 했습니다. 귀국 후 방송 대본과 소설을 쓰기 시작해 2005년 제2회 BS-i 신인 각본상 가작, 2007년 제35회 창작 라디오 드라마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같은 해 단편 '성직자'로 제29회 소설 추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2009년 '성직자'를 제1장으로 한 연작 장편 "고백"으로 제6회 서점 대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망향, 바다의 별"로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단편 부문 수상, 2016년 "유토피아"로 제29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2023년 9월 드라마로 방영된 원작 소설 <일몰>을 보겠습니다.



유치원에 다니는 하세베 가오리는 학습지를 풀다 점수가 낮다며 엄마가 베란다로 나가라고 말하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당시 어린 소녀는 자신의 집이 별나다고 생각한 적 없었답니다. 왜냐면 유치원에서 구구단을 외우고 100년 치 달력이 머릿속에 들어 있는 마사다카나, 한 번 본 악보를 외워 피아노로 연주하는 치호 같은 아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무관심했고, 비 내리는 날이든, 무더운 날이든 추운 날이든 3개 이상 틀리면 베란다로 쫓겨났습니다. 눈발이 흩날리는 날 다시 쫓겨난 가오리는 옆집 베란다를 가르는 칸막이와 실외기 사이 틈에 앉아 있다가, 칸막이와 바닥 사이의 틈에 가오리와 비슷한 크기의 손을 보게 됩니다. 손톱은 더럽고 길었으며, 손은 떨고 있었는데 가오리는 저 아이도 자신처럼 쫓겨난 것이라 짐작하며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려고 바닥을 두드렸습니다. 판자 너머의 아이도 같이 두드렸고, 그렇게 손끝이 닿았고, 말을 거는 것은 주저되어 그림을 그리면서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엄마에게 비밀로 하고 몇 번 베란다에서 만났는데, 우연히 엄마와 슈퍼에 갔다가 옆집에 산다는 여자아이 다테이시 사라를 만납니다. 텔레비전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귀여운 여자아이였고, 이제 베란다 말고 집으로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아빠가 영화를 보러 간다며 나간 후에 바다에서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엄마와 가오리는 갑자기 외할머니 집으로 이사했고 그동안 잊었다가 10년 후 자살 충동에 시달릴 때 사라를 떠올렸습니다. 3년 후 가오리가 18살, 사라는 살해당했고, 또 15년이 지났습니다.

각본가 가이 마히로는 대학교 1학년 여름에 강제로 참가하게 된 드라마 창작 세미나에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강사였던 오하타 린코 선생의 사무실의 직원이 됩니다. 마히로가 초벌 작성한 대본을 오하타 선생이 손질하고 완성해 선생 이름으로 드라마화되는데, 마침 선생이 아파서 마히로가 최종본까지 마무리했고, 필명 가이 치호로 두 시간짜리 미니 드라마가 상영되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 다른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신예 감독인 하세베 가오리로부터 신작의 각본에 관해 의논하고 싶다는 메일이 옵니다. 감독은 사사즈카초에 산 적이 있었으며, 마히로의 언니 치호와 같은 유치원을 다녔다고 합니다. 감독은 15년 전 은둔형 외톨이 오빠가 고3 여동생을 찔러 죽인 후 집에 불을 질러 부모도 사망한 '사사즈카초 일가족 살해 사건'을 다음 작품으로 다루려고 한답니다. 감독은 죽은 여동생 사라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녀를 살해한 오빠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녀가 어떤 연유로 살해되어야 했는지를 알아내서 세상에 알리고 싶다며, 그 지역에 살고 있는 가이 마히로에세 각본 의뢰를 한 것입니다.

동네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은 알아도 자신과 무관한 일이어서 관심 없었던 가이 마히로는 자료 수집을 위해 고향에 내려가 알아보면서 다른 사실들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알게 된 사실과 하세베 가오리의 기억 속의 사실은 무엇인지, <일몰>에서 확인하세요.



이 이야기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은

감독이 '알고 싶어 하는' 것과 같다.

거기에 과연 감독이 바라는 '구원'이 있을까.

p. 220


제가 주로 읽는 추리, 스릴러, 미스터리 소설은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범인이 누구이며 왜 그런 일을 했는지를 알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일몰>은 15년 전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루지만, 범인을 찾기보다 과거의 진실을 찾는 두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기억과 다른 사실이 나타날 때마다 두 여성은 혼란을 겪습니다. 그리고 접점이 없었던 옛날 사고의 진실도 밝혀지면서, 자신이 알았던 사람의 다른 이면을 보게 됩니다. 우린 한 사람을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당연히 그 사람 전부를 다 알지 못합니다. 자신에게 보여준 모습과 남들에게 들었던 모습을 조합해서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를 그려냅니다. 하지만 그 이미지가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면 어떨까요. <일몰>은 범인을 쫓는 이야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아 지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읽는 순간 그 생각은 나의 선입견임을 바로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작년에 방영되었는데, 기록적인 시청률을 올렸다는 것에 수긍이 갔습니다. 진실 앞에 마주한 두 여성의 행보를 응원하며, 역시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임을 감탄하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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