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축의 집 - 제3회 바라노마치 후쿠야마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 수상작!
미키 아키코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4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난 저자는 도쿄대학 법학부를 졸업 후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60세에 은퇴 후 집필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2010년 본격 미스터리 "귀축의 집"으로 제3회 바라노마치 미스터리 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기만의 살의", "나선의 밑바닥", "미네르바의 보복", "살의의 구도" 등을 썼습니다. 그럼, 당시 심사를 맡은 '신본격 미스터리의 아버지' 시마다 소지가 극찬을 한 <귀축의 집>을 보겠습니다.



이야기는 전직 경찰이었던 사립탐정 사카키바라가 기타가와 집안에 벌어진 일들을 수사하며 관련 인물을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기타가와와 기지마 아쓰시는 둘 다 같은 지역의 의사인 부모를 두었고 함께 의과대학을 보내서 알고 지냈습니다. 기타가와는 연세가 많은 아버지의 개인 병원을 물려받았지만, 사업을 한다거나 투자를 한다며 무리한 대출을 해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평소 여자를 너무 좋아해서 간호조무사였던 이쿠에가 아이를 임신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했습니다. 아들 슈이치로를 낳고 딸 아야나와 유키나를 낳았으나 바람기는 잠잠해지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이쿠에가 밤 10시 넘어 남편의 상태가 이상하다며 기자마에게 와달라며 전화를 했고, 가보니 기타가와는 병원 안 진료실 책상 앞에서 의자에 앉은 채로 흘러내리듯 숨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생명보험에 가입했는데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으니 자살이 아닌 병사로 처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다음에 만난 사람은 이쿠에의 고모인 아이자와 기요코입니다. 기요코가 첫째고 아래로 남동생 마코토와 여동생 미에코가 있었습니다. 마코토는 어릴 때부터 약해서 어부인 아버지 일을 못했고, 수산회사에 취직해 사무직원인 가즈에를 만나 이쿠에를 낳았습니다. 가즈에는 낭비벽이 심했고 육아를 방치하더니 결국 남자와 도망갔습니다. 아버지 마코토가 혼자 이쿠에를 키웠으나, 그녀는 간호사 자격증을 딴 뒤 도쿄로 떠나 의사 사모님이 된 뒤로 오질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죽은 뒤에도 늦게 와서 경야와 고별식, 초재도 사십구재도 낭비라며 안 한다고 합니다. 이쿠에의 남편이 죽은 뒤에 아이들을 데리고 자신의 고모인 미에코 집에 들어왔습니다. 기요코의 여동생 미에코는 에지마군의 농가로 시집갔고, 남편 겐이치는 성실하고 부지런했으나 아이가 없었습니다. 이쿠에는 일을 하려고 해도 막내는 어려서 힘들다며 미에코에게 양녀로 받아달라고 말했고, 슈이치로와 아야나만 데리고 떠났습니다. 막내 유키나도 미에코와 겐이치 집에서 딸로 사랑을 받으며 지냈는데, 어느 날 집에 불이 났고, 혼자 살아남았습니다. 그때의 충격인지 유키나는 말을 하지 않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습니다. 유키나를 다시 도쿄로 데리고 간 이쿠에는 파양이 결정돼서 친부모 호적으로 돌아왔고, 양부모 재신과 보험금도 친권자인 자신이 관리할 거라고 통보합니다.

재작년 기타가와 아야나의 추락 사건을 담당한 형사, 기타가와 의원의 사무직원, 기타가와 슈이치로의 친구, 기타가와 아야나의 애인이었던 테쓰의 엄마, 작년 슈이치로와 이쿠에의 실종사건 당시 옆집에 살았던 회사원의 이야기에서 또 어떤 비밀이 나타날지, <귀축의 집>에서 확인하세요.




아버지는 자살하고, 양부모는 화재로 죽고, 언니는 사고사하고, 오빠와 엄마는 실종되었습니다. 한 가족에게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은 그 자체만으로 동정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단순한 자살, 화재, 사고가 아니라면요. 살아남은 막내딸 유키나는 말합니다. "우리 집은 귀축의 집이었어요."라고요. '귀축'이란 단어가 생소해서 찾아보니 본래 불교 용어로, 불교의 개념인 육도 중의 하나로 아귀와 축생을 아우른 '아귀 축생'의 약어랍니다. 이 용어가 변화를 거듭해, 지금은 사람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답니다.

<귀축의 집>은 장의 제목에 나온 인물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 일어났고, 등장인물이 누구인지, 누가 이 사건을 파헤치는지를 바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전개가 이 책의 묘미이며, 책을 읽을수록 독자가 사건을 수사하는 사립탐정에게 이입되는 효과를 줍니다. 사립탐정 같은 수사력이 없어 반전을 눈치채지 못해, 저자가 뜻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당함이 기분 좋았고, 당시 '드물게 완성도를 자랑하는 정밀기계'라는 심사평에 정말 동감합니다. 반전의 묘미와 색다른 전개가 압권인 <귀축의 집>. 저자가 쓴 다른 작품도 어서 출간되길 기다리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