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것들 네오픽션 ON시리즈 26
기에천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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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외의 것만 사랑하는 지독한 비인간주의자인 저자는 실험 대상으로 쓰이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잘 피해 다니겠다는 허무맹랑한 다짐을 자주 하는 편이랍니다. 저자는 순수하게 재밌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고, 운 좋게도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럼, 제11회 네오픽션상 우수상 수상작인 <귀여운 것들>을 보겠습니다.



토끼 인형 깔랑은 파란 몸뚱이에 부드러운 양털, 쫑긋하게 솟아오른 귀, 검정 플라스틱 눈알과 동그란 코를 가졌습니다. 첫 번째 주인 이희지와는 아기부터 애착 인형으로 함께 지냈습니다. 언제나 깔랑을 손에서 놓을 줄 모르던 이희지의 세계가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동안, 깔랑의 마음속 한가운데는 언제나 이희지가 있었습니다. 이제 이희지에는 많은 인형이 생겼고, 깔랑은 점점 잊혀갔습니다. 어느 날 깔랑은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선반 맨 밑층의 구석 자리에서 자는 이희지에게 다가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좋아 쓰다듬으려다가 관자놀이에 손을 올리고 말았고, 이희지는 잠에서 깨어 움직이는 토끼 인형을 보게 됩니다. 즉시 깔랑을 멀리 버리기 위해 밖으로 나갔으나 곧 검은 여자를 만났고, 그녀는 버릴 거면 자신에게 달라고 합니다.

검은 여자 집에서 만난 그로테라는 관절 인형은 주인을 사랑했고, 어느 날 주인은 죽었습니다. 그로테와 가장 친했던, 얼굴 밑에 달린 커다란 혹이 있던 쥐와 그로테는 주인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제를 두고 싸웠고, 인형들과 동물들은 서로가 심하게 싸웠습니다. 그로테는 도망쳤고 검은 여자 집에 붙들렸으나 다시 주인집으로 갔습니다. 도망친 자신에게 가해질 비난을 각오하고 들어선 주인집에서 만난 쥐는 그보다 더 심각한 일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깔랑은 어떻게 될지, 그로테에게 닥친 심각한 일은 무엇인지, 지점토 인형과 쥐에겐 어떤 일이 생길지, <귀여운 것들>에서 확인하세요.




인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인간이 정해준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다가오는 어떤 손길도 거부하지 않는다.

그래야 하는 게 인형이다.

p. 59


<귀여운 것들>의 토끼 인형 깔랑, 관절 인형 그로테, 지점토 인형은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장난감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였습니다. 밝고 희망찬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알던 귀엽고 멋지고 예쁜 인형이 등장하지만, 이 책은 잔혹동화인 탓에 등장하는 인형들의 모양이 모두 기괴합니다. 게다가 생명체도 이상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결국 등장하는 사람들은 다 죽고 남은 건 인형뿐입니다. 하지만 그 끝이 절망적이지 않고 되레 희망적인 이유는 삐뚤어진 생각과 애정을 가진 인형들이, 겉모습은 기괴할지 몰라도 다시 태어나 함께 걸어가는 마지막 모습 때문입니다. '이 세상 모든 귀여운 것들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꾼다'는 저자의 생각이 투영되어 잔혹동화에서 행복을 기약하는 동화로 변신했습니다. 우린 '귀여운 것들'을 귀여워하지만, 그 애정은 영원하지 않고 찰나입니다. 이렇게 매정한 인간들의 마음을 갈구하는 수동적인 인형의 모습에서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수많은 동료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전사 깔랑의 모습을 보며, 어릴 적 애지중지하던 그 인형들도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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