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욕 - 바른 욕망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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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와세다대학 문학구상학부를 졸업했습니다. 2009년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로 제22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 2013년 "누구"로 제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최연소 남성 나오키상 수상 작가로 기록됐습니다. 2014년 "세계지도의 초안"으로 제29회 쓰보타 조지 문학상을 수상, 2021년 <정욕>으로 제34회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작가 생활 10주년 기념 장편소설 <정욕>을 보겠습니다.



2019년 6월 도쿄도 안에서 보호된 16세 소년이 인터넷으로 만난 남자와 돈을 받고 성적 관계를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그 남자는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인 야다베 요헤이였고 그의 자택을 수색해 대량의 동영상과 사진이 담긴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압수했습니다. 보호된 소년 이외에도 피해자가 다수 존재할 것으로 예상되어 SNS 앱 이력을 뒤진 결과 공원에 모여 그곳에 온 아이들과 교류하는 '파티'의 존재가 드러났습니다. '파티'는 매우 교모한 수법으로 아이들에게 접근했는데, 여름철 공원에서 무상으로 물 대포 같은 놀이 기구를 나눠 주었고, 아이들은 물과 땀에 젖은 옷을 자연스럽게 벗을 테고, 어른은 젖은 아이들의 몸을 닦아줘야 합니다. 그때 신체 접촉을 시도하거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었습니다. '파티'의 리더이자 대형 식품 회사에 근무하는 사사키 요시미치, 국공립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모로하시 다이야, 야다베 요헤이가 체포되었고, 주변인과 가족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합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타인이나 사회와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믿는 검사 데라이 히로키는 등교 거부를 하는 초등학생 아들 다이키와 이를 이해하기만 한 아내 유미를 보면 불안합니다. 인간에게는 당연히 걸어야 할 평범한 길이 있다고 배웠던 그는 일반적인 삶을 벗어난 아들이 걱정스러웠고 그래서 학교로 돌아가라고 말했지만 소통은 단절되었습니다. 남아도는 시간을 감당하지 못한 다이키는 엄마의 스마트폰을 만졌고, 유튜브를 보며 자신도 인플루언서가 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합니다. 등교 거부 학생의 기초 체력을 길러주는 비영리단체의 활동에서 만난 또래 아키라와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고, 그곳 활동가 유콘이 도움을 줍니다. 침구 전문점 직원 기류 나쓰키는 어릴 적부터 자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멀리합니다. 그러다 손님으로 온 중학교 동창을 만나 그와 비슷한 결의 사사키 요시미치를 만나게 됩니다. 대학교 기획국 실행 위원인 간베 야에코는 이제까지 열렸던 미스·미스터 선발 대회 대신 내년엔 다이버시티 페스티벌을 주최한다는 기획에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는 그녀의 생각과 일치해 더욱 열심입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히로키, 나쓰키, 야에코가 세상을 떠뜰썩하게 했던 일과 어떤 관련이 있을지, <정욕>에서 확인하세요.




눈에 들어오는 정보 대부분은 '내일 죽지 않는 것'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발판이고, 이런 사람들의 생각은 인생에, 자연스럽게 타자(他者)가 나타나 준 사람들의 이야기랍니다. 다양성이 유행처럼 되어 버린 시대지만, 이것들은 소수자 가운데서도 주류에게만 해당하는 말이자 말하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자신과 다른 것'에만 해당하는 말이라며 시작하는 <정욕>. 정말 평범하고 보통 사람인 나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고 이해하려고도 시도하지 않은 욕망을 표현한 저자에게 놀랐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란 띠지의 문구가 읽기 시작하면서, 책을 읽으면서,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맞다고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번도 이해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우리가 상상조차 못 하는 인간들의 생각을 <정욕>을 통해 읽고 나니 그들의 외로움을 알게 된 자신을 발견합니다. '성욕이 죄가 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이야의 말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마음에 남으며, 자신의 가치관을 뒤흔드는 문제작으로 피하고 싶지만, 그렇기에 꼭 읽기를 권합니다.



다양성이란 적당히 사용할 수 있는 아름다운 단어가 아니다.

자기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단어일 것이다.

때론 구역질을 일으키고 때로 눈을 감고 싶을 정도로

자신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게

바로 곁에서 호흡하고 있다는 걸 깨닫게 하는 단어여야 한다.

p. 220

다들, 이런 불안 속에서 살고 있구나.

도미노가 계속 쓰러진다.

그 하나하나가 반 친구들이나 선배와 후배, 상사와 동료, 거리에서 스친 사람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만난 사람들과 겹친다.

누군가의 가슴 깊은 곳에 있는 이물질을 끌어냄으로써 결과적으로 정답 줄에 서려는 사람들.

내 안에 잠든 불안을 파악하기보다 경멸하기를 선택한 사람들.

흔들리는 리듬 속에서 도미노의 마지막 조각이 쓰러진다.

p. 381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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