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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하라 죽이기 - #퍼뜨려주세요_이것이_진실입니다
도미나가 미도 지음, 김진환 옮김 / 라곰 / 2024년 2월
평점 :
저자는 출판사 편집자로 일했으며, 디자이너, 카피라이터 등을 거쳐 <A하라 죽이기>로 일본 최대 라이트노벨 문학상인 제9회 인터넷소설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A하라 죽이기>를 보겠습니다.
하루모니아 호텔은 일본 전역의 15개 도시에 있는 제법 큰 호텔 체인으로, 우에노 역 앞에 위치한 하르모니아 우에노는 고풍스러운 건물 덕분에 이곳에서 결혼식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 하르모니아 호텔의 웨딩 부분인 예식부는 주식회사 웨딩월드라는 결혼 전문 회사에 인수되었지만 주인공 아이하라 히카루를 포함한 직원들은 파견 근무 형태로 계속 근무하고 있습니다. 일을 즐기는 히카루는 신입일 때는 전국 7위, 2년 차일 때는 3위의 계약 성공률을 기록하면서 사내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상담받는 모든 커플의 플래너 일까지 맡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서, 실적 좋은 플래너가 창구(신규반)에서 한 달에 서너 건의 계약을 성사시켜서 다른 플래너(미팅반)에게 일을 분배하는 방식은 효율적입니다. 그래서 히카루도 창구를 맡았고, 5월 하순에 노마구치 슈헤이와 아소 시에리 커플과 계약을 했습니다. 다음 날 팀장 오오모리의 지시로 미노 아키히코가 노마구치 커플을 맡기로 했습니다. 미노는 회사 내에서 꼼꼼하지 못한 일 처리로 실수도 자주 있고, 그로 인해 여러 문제도 발생했으며, 자신의 문제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 문제 사원입니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높은 사람들의 비호를 받아 징계를 받지 않습니다.
미노는 6월 중순부터 노마구치 커플과 내년 결혼식 당일까지 세운 계획을 일일이 자세하게 적어둔 서류인 원부의 내용을 채워가며 상담을 시작합니다. 일반적으로 결혼식 직전까지 미팅은 다섯 번 정도 하지만 노마구치 커플은 몇 개월 만에 훨씬 많은 횟수의 미팅을 가진 것을 보고 히카루는 불안했습니다. 그 걱정에 팀장에게 말했으나 담당인 미노에게 맡기라며, 히카루는 요청이 들어올 때만 지원을 하라고 합니다. 사람의 성격이나 업무 능력이 갑자기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미노의 크고 작은 실수에 더해 불친절한 메이크업실, 실실 떠드는 것처럼 보인 직원들, 신랑의 막연한 오해와 규칙 위반으로 문제가 확대되었고, 실제로 발생한 실수 이상으로 노마구치 커플의 불신은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피로연이 끝난 6월 26일 화가 난 신랑에게 지배인 마츠시게, 오오모리 팀장, 미노가 사과를 했습니다. 마츠시게가 미노도 열심히 노력했지만 다른 한 명의 담당자인 아이하라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비난의 대상을 분산시켜 상황을 모면하려 합니다. 결국 그의 안일한 발언은 최악의 수가 되고 맙니다.
신부의 절친이자 결혼 선배인 네기시 키미에는 6월 29일 노마구치 부부와 함께 하르모니아 측과 만납니다. 부부는 눈물까지 흘리며 사과한 미노를 대놓고 비난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신랑과 미노 모두 히카루를 비난함으로써 마음이 편해졌고 마스치게와 오오모리도 아이하라 때문에 죄송했다며 사과하면 이번 일은 해결될 거라 믿었습니다. 노마구치 부부와 키미에는 자신들이 정의를 구현하고 있다며 SNS를 통해 이 일을 알리기로 합니다. '#A하라를 용서할수없다 #퍼뜨려주세요'란 해시태그를 타고 인터넷에 확산되며 A하라를 비난하던 사람들은 A하라 신상을 털면서 즐기기 시작합니다. 이 논란은 노마구치 부부가 뉴스와 잡지의 취재에 응하며 전국적으로 알게 되는데, 모든 비난을 받게 된 아이하라는 어떻게 될지, <A하라 죽이기>에서 확인하세요.
책 띠지에 있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소름돋는 이야기'란 문구가 이토록 와닿을 수 없습니다. <A하라 죽이기>는 인터넷소설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쉽게 읽히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의 진정성은 소름 끼칠 만큼 무겁습니다. 요즘은 온라인상에서의 글이나 영상이 나중에 문제가 돼서 사과하고,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일은 비단 연예인이나 정치인,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일반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한 일도 아닌 행동으로 온라인상에서 비난을 받아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가족들의 신상까지 공개되어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받게 된 주인공 아이하라는 회사를 믿었으나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음에 결국 법률사무소의 문을 두드립니다. SNS에서 무언가를 고발하거나 호소하는 사람은 자신이 정의를 위해 싸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글을 보고 퍼나르고 댓글을 단 사람들은 팩트체크를 하지 않고 개인과 가족 신상 털기와 악의적인 말을 하면서 사명감에 취합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겐 돌이킬 수 없는 '디지털 타투'를 남깁니다. 디지털 타투란 인터넷에서 새겨진 사라지지 않는 상흔으로, 다른 사람들의 악플로 인해 평생 남을 만한 상처를 입는 것을 말합니다. 디지털 기록을 삭제함으로 원치 않는 정보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디지털 장의사'란 직업이 생겼을 정도로 SNS에서의 상처는 오래도록 남습니다. 현실에서 SNS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이른 만큼 남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 앞서 '팩트체크'를 해야 할 것이며, 체크가 되지 않는 사실은 퍼가기도, 댓글 달기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온라인상에서의 무서움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준 <A하라 죽이기>, 우리가 떠들던 가십이 당사자에겐 얼마나 큰 고통일지 생각해 보는 책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