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흑역사 - 이토록 기묘하고 알수록 경이로운
마크 딩먼 지음, 이은정 옮김 / 부키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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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2013년에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같은 대학 생물행동건강과 교수로 재직하며 신경과학 및 건강과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좀 더 쉽고 친근한 방식으로 인간의 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자신의 웹사이트와 유튜브를 통해 흥미로운 신경과학 지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뇌의 흑역사>를 보겠습니다.



'망상'은 누가 봐도 말이 안 되지만 환자에게는 의심의 여지 없이 사실처럼 느껴지는 믿음을 뜻합니다. 코타르 증후군은 자기 몸이 썩고 있다거나, 피 혹은 신체가 없다거나 등으로 살아 있음의 부정합니다. 환자들은 주변 세계가 이질적인 것 같다고 호소하며, 자신이 방관자가 된 듯한 단절감을 느낍니다. 이런 부조화 증상을 겪으면 우리 뇌는 상황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며, 그에 맞는 타당한 해석을 찾지 못한다면 이야기를 지어냅니다. 보통 사람들은 타당성 검증 기제 덕분에 내가 죽었다는 생각을 무시할 수 있지만 코타르증후군 환자의 경우에는 이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일반 사람들이 망상이라고 판단하는 그 믿음을 이 환자들은 확고히 믿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논리적으로 합리적이며 일관적일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신경 구조가 제대로 기능해야 인간은 이해 가능한 세계관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기계 부품과 마찬가지로, 이 신경 구성요소도 고장 날 수 있습니다. 단 한 번의 사건만으로도 책에 나온 환자들처럼 될 수 있습니다.

'서번트'는 프랑스어로 박식한 자를 뜻하며, 서번트증후군은 특정 영역에서 비상한 능력이나 특기를 보이지만, 그 외 영역에서는 대개 발달장애나 뇌 손상, 뇌 질환 등의 이유로 장애가 있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태어나면서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뇌 손상을 입은 뒤 갑자기 서번트증후군이 나타나는 사례도 있습니다. 서번트증후군은 희귀하기 때문에 연구하기가 까다롭고, 알 수 있는 사실도 거의 없습니다.

'실인증'은 그리스어로 알지 못함을 뜻하며, 감각이나 인지 능력의 결함이 원인이 아닌 지각 또는 인지 장애를 일컫습니다. 실인증은 대개 인지의 특정 요소와 관련된 뇌 영역에 손상이 생기면 나타납니다. 각기 다른 뇌 영역이 저마다의 역할을 맡아 경험을 완성하기 때문에 어느 한 영역에 손상을 입으면 특정한 방식으로 주변 환경을 지각하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안면실인증, 동장맹, 동시실인증, 실음악증, 시간실인증 등의 여러 유형으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정신 기능조차 뇌의 여러 영역이 관여해야 함은 물론, 여러 영역을 이어주는 건강한 네트워크도 필요합니다. 그러니 신경 활동에 지장이 생기면 필수적인 기능이 상실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몇 년 전 아버지의 뇌에 문제가 생겨 이상행동을 하셨습니다. 다행히 수술로 완치가 되어 수술 전과 다름없는 일상생활을 하고 계십니다. 2달 넘는 시간 동안 뇌에 생긴 문제로 인해 사람이 바뀌는 것을 보고, 인간의 뇌가 엄청난 영향력이 있으면서 아주 특이한 기관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뇌의 흑역사>는 뇌와 관련된 보기 드문 현상들을 실존 인물들의 사례를 통해 소개합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모두 실존 인물이 보인 실제 행동이란 사실에 놀랍기 그지없었습니다. 각 행동 사례를 소개하며 그 원인으로 추정되는 뇌의 작용도 설명하는데, 설명 과정에서 제시하는 가설도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아니라 연구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가설'에 그친다는 것은, 밝혀진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욱 많고, 뇌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어야 함을 뜻합니다. 또한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현실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예기치 못한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나의 정체성, 그리고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 살아갑니다. 그러니 뇌가 정상적으로 기능한다면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뇌가 허락하는 모든 일을 해봅시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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