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이사항 보고서 네오픽션 ON시리즈 21
최도담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1년 단편 "책 도둑"으로 공직문학상 금상을 수상했고, 장편소설 "그렇게 할 수밖에"로 네오픽션상 우수상을 수상한 저자는 낮에는 공무원, 밤에는 소설가는 되는 이중생활을 이어오며 현재는 "그렇게 할 수밖에"의 후속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특이사항 보고서>를 보겠습니다.



금요일 5시 45분, 마스크를 쓴 두 명의 남자가 엽총을 든 채로 실업급여과로 들어옵니다. 그들 중 한 명은 입구문을 잠그고 두 대의 키오스크를 문 앞으로 옮겼고, 또 다른 한 명은 창구 방향으로 뛰어들어 직원들을 향해 손들고 벽에 붙으라고 소리칩니다. 누구도 움직이지 말라며 자신의 몸에 달린 폭탄을 보여줍니다. 직원들은 위험한 사태라는 것을 그제야 실감합니다. 남자는 여기서 개수모를 당해서 복수를 하려고 왔다며, 친절한 사람 한 명만 나가게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3번 창구 직원이 용기를 내어 말했지만 남자는 그게 친절한 거라며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그런데 3번 창구 직원이 아닌 4번 창구 직원이 어깨를 붙잡고 쓰러져 있습니다. 솟구치는 핏물이 웅덩이를 만들고, 동료들이 옷을 벗어 출혈 부위를 눌러줍니다. 병원에 가야 한다고 사정했지만 남자는 들어주지 않았고, 4번 창구 직원의 호흡은 느려지고 신음도 잦아듭니다. 또 다른 문제를 내며 직원들을 압박하던 남자는 사이렌 소리가 들리자 전산 작업을 하던 일행과 함께 입구로 가서 키오스크를 밀어내며 사라집니다.

주안 경찰서 형사 진욱과 팀들은 실업급여과 CCTV를 확인하려 했지만, 하드웨어 자체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주변 CCTV를 확보해 범인들을 추적하지만 동선부터 철저한 계획을 짠 움직임에 조사가 쉽지 않습니다. 천안의 한 저수지에 잠겨 있던 차량이 발견되어 서경우와 김정모 형사는 국과수로 검사를 보냈습니다. 일주일 뒤 부검 결과에서 피해자의 지문은 훼손되었고 사망 원인은 경부 질식사로 살인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신분증을 통해 확인된 신원은 박지강으로 차량 소유주입니다. 그의 집으로 갔더니 오피스텔은 말끔히 비워져 있습니다. 가구나 개인 물품은 모두 치워졌고, 욕실은 락스를 풀어 청소를 끝낸 상태입니다. 넉 달 전 오피스텔을 나서는 박지강의 마지막 모습을 오피스텔 CCTV에서 확인합니다.

4번 창구 직원인 나는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나를 바라봅니다. 지금 나는 생과 사 어느 면에도 속하지 않는 기이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침대에 잠들어 있는 육신과 그 육신을 떠난 영혼이라는 이중적인 상황으로 누구도 나를 볼 수도, 나의 말을 들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 2번 창구 직원 호찬과 손이 스치며 나(이안)를 보고 들을 수 있게 됩니다.

테러 현장에 있던 직원들 중 세 명은 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나머지 재윤, 호찬, 진희를 본부의 사무관들이 면담하며 직원들의 공모 여부를 의심합니다. 경찰은 복면들이 개인 정보와 기업 정보 등을 유출했다고 브리핑합니다. 범죄의 목적이 불친절과는 관계없는 개인정보 해킹에 있다는 발표입니다. 직원들의 주의와 수사의 방향을 분산시키려는 목적이라며, 전략적으로 치밀하게 설계된 범죄라고 합니다.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범죄를 저질렀으며, 공모자는 누구인지, 차에서 죽은 남자는 누구인지, 영혼이 된 나는 어떻게 될지, <특이사항 보고서>에서 확인하세요.




내가 '나'일수 있는 이유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규정됩니다.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다면 나를 정의 내릴 필요는 없겠죠. 하지만 나와 다른 타인들이 있기에 나는 '나'로 존재합니다. 타인들의 기억에서 이런 '나', 저런 '나'가, 내가 생각하는 '나' 등이 합쳐져서 내가 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나란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면,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 사람들 속에 있지 않은 존재라면, 고독과 외로움이 사무칠 겁니다. <특이사항 보고서>에서의 이안도 그런 존재가 됩니다. 그런 이안을 유일하게 알아보는 존재인 호찬이 그녀의 말에 대답했을 때 이안은 어떤 느낌이었을지 상상하기 힘듭니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대답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소통만으로 홀로 있던 이 세계의 모서리가 조금씩 깨어졌기 때문입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하는 것을 말하는 (의사)소통은 서로가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책을 읽으며 소통에 대해, 타인의 상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존재한다는 확인은 이토록 단순명료했다.

서로를 향한 응답만으로 충분했다.

이 광활한 우주의 어둠과 막막함을 가로질러 오는

누군가의 응답은 기적이었다.

우주에서 보자면 창백한 푸른 점 위에 먼지 같은 존재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삶을 버텨낼 수 있었다.

p. 144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