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회고록 네오픽션 ON시리즈 19
김연진 지음 / 네오픽션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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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전공했고, 철학을 즐기며, 문학을 쓰는 저자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분자의학 및 바이오제약을 전공했습니다. 단편소설 "라크리모사"로 제65회 서울대학교 문학상 단편소설 부문 가작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악의 회고록>을 보겠습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남들과 달랐다'로 시작하는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 말루스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 살아가는 위대한 정신을 가진 자들이 모인 '인탈리엔'에서 전통에 따라 8살 무렵 초급 교육기관인 씨앗 공동체를 다니게 되었습니다. 친구 에스투스가 자신의 펜을 자랑하는데, 말루스는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행동에 옮겨 자신의 가방에 집어넣었습니다. 에스투스는 펜을 찾았지만 다른 친구에게서 연필 한 자루를 건네받고 즐겁게 웃어 보였습니다. 말루스에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0살 정도가 되었을 때 남에게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가족이자 인탈리엔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인 할아버지에게 이것을 털어놓았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할아버지는 말루스의 거짓말 또한 서로의 행복을 위한 것이었다며 아직 이유를 깨닫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자라면서 말루스는 배고플 때, 피곤할 때,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할 때 가슴속에 이상한 울컥임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말할 수 없는 사전'이라는 노트에 그 느낌을 자세히 적었습니다. 14살 오래전부터 느껴온 생소한 감정들로 인해 예민하고 피곤한 상태였던 말루스를 보고 친구들은 이런저런 방법을 내놓으며 도와주겠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관심이 동정이라 느낀 말루스는 소리를 질렀고, 집으로 돌아와 '말할 수 없는 사전'에 '아ㄱ'이란 글씨를 쓰며 이름을 붙였습니다.

심심했던 말루스는 에스투스를 한번 툭 건드렸고, 계속 웃던 에스투스를 보며 어깨를 강하게 가격했습니다. 왜 그러냐는 말에 그냥이라고 말했고, 그 말에 그냥 넘어갑니다. 잘못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값을 치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말루스는 에스투스가 갑갑하고 답답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소리칩니다. 그 말을 들은 에스투스는 부족한 점을 깨닫게 해줘서 고맙다며 그 사실을 알려준 말루스에게 전적으로 의지합니다. 그래서 말루스는 그에게 악을 조금씩 가르치기로 합니다. 18살이 되어 공동체 생활을 졸업하고 말루스는 에스투스를 가르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악을 탐구하는 데 몰두했고 에스투스도 조금씩 성장해 연구를 도왔습니다. 그동안 에스투스는 기쁨 3부작을 출간했고, 할아버지는 죽었습니다. 홀로 망가져가는 말루스를 지켜보던 에스투스는 그동안 악에 대해 조언해 주었던 내용과 평소 나누었던 대화를 바탕으로 악에 대한 사고 체계를 정리해두었다며 책을 내겠다고 합니다.

'악의 기쁨'은 외면을 받았으나, 남부의 한 씨앗 공동체에 화제가 일어났고 근방을 순회하던 에스투스가 이를 발견해 뛰어들어 다섯을 잃고 여덟을 구해냈습니다. 이 사건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에스투스는 영웅이 되었습니다. 자신의 신념대로 악하게 행동했다는 에스투스의 인터뷰 기사가 실린 이후 책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습니다. 그들은 악을 이해하지 못해도 실행하며 삶에 적용시켰고 모든 사람들이 칭송했습니다. 이제 악의 공동체는 자라 거대한 집단을 만들었고, 세월이 지나 악은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악은 당연한 것이 된 인탈리엔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악의 회고록>에서 확인하세요.




<악의 회고록>은 친구 에스투스에게 쓰는 말루스의 편지로 시작됩니다. 세월이 지나 노인이 된 말루스가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인 에스투스에게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회고록입니다. 남들과 다르게 태어난 말루스는 자신의 속에 있는 것을 '악'이라 명명했고, 친구 에스투스가 쓴 '악의 기쁨'이란 책에 의해 자신의 세상인 인탈리엔에 악이 만연하게 됩니다. 태생적으로 선한 그들은 악을 행함으로써 새로운 종류의 행복을 얻었고, 잃은 것보다 얻은 것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그들에게는 악도 선, 선도 선이었습니다. 그전까지 다 함께 행복해지길 원했던 인탈리엔의 사람들은 자신만을 돌보게 되고, 그로 인해 공동체와 사회질서가 붕괴됩니다. 책에 나온 것처럼 남이 아닌 자신을 우선시하는 것이 그렇게 나쁜 일인가 자문해 보았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나쁜 일은 아니지만, 모두가 그것만을 추구하게 되면 나쁠 수 있는 일이 됩니다. 우린 악이 나쁘다는 것을 인지하고, 악을 행하길 주저합니다. 하지만 인텔리언의 사람들은 악이 성공 방법이나 유행처럼 생각해 그저 행합니다.

결국 깨닫게 된 말루스는 말합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것이 주체에게 옳게 작용한다면 선이고, 그르게 작용한다면 악이라고요.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행하기만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를 생각하게 하며, 선과 악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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