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32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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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발상과 소재로 짜임새 있고 밀도 높은 세계를 그려 내는 저자는 2018년과 2020년 한국 SF 어워드 중·단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2023년 장편소설 부문 우수상을 각각 수상했습니다. 장편 "기이현상청 사건일지", "밀수: 리스트 컨선", 소설집 "증명된 사실", 듀오 소설집 "짝꿍: 듀나x이산화" 등이 있으며, 다수의 공동 선집 및 잡지에 단편을 실었습니다. 2018년에 첫 출간되어 독자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던 이 작품에 새로운 표지와 원고를 더했습니다. 그럼,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를 보겠습니다.



공장에서 생산되어 머리에 칩을 심은채 태어나는 이곳은 블랙 포레스트입니다. 인간과 오토마톤(기계)가 함께 지내고, 인간도 드롭스(화폐)를 벌어 자신의 신체를 의체로 업그레이드합니다. 주인공 도나우벨레는 팀 쁘띠-4의 조사관으로 비버테일이나 토르텔처럼 큰 팀에서 채가고 남은 일을 하는지라 열심히 해도 방세 낼 드롭스가 부족합니다. 그래서 벨레는 룸메이트 할루할로와 지내는데, 할로는 구시대에 등록된 구형 언어 번역기와 단어 데이터베이스를 사고 이전 시대에 등록된 텍스트를 내려받아 읽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방송 그룹 코겔모겔이 고기 강탈자의 정체를 밝혀 달라는 의뢰를 했습니다. 고기 강탈자는 근래 일어난 일련의 작동 정지 사건의 범인에게 붙은 별명으로 잘 살고 있던 인간이 어느 날 사라졌다가, 고기 부분은 다 뜯겨 나가고 칩과 의체만 상업 구역의 뒷골목에 버려지는 사건이 세 건입니다. 고기 강탈자의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애인이 있었고, 놈이 노리는 것은 분명 연애 중인 사람의 고기입니다.

를리지외즈 감시 1팀 4급 사무원 바나나큐가 팀 쁘띠-4에 의뢰를 했습니다. 정기 보고 기한이 다가와서 기업 감시 데이터를 모아 낙원 레드 벨벳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디비니티에게 전달하려는데 모든 기업이 문제가 있었답니다. 도미노슈타인의 수익은 급감했고, 암브로시아는 인간 생산 속도를 못 맞춰 인력 부족이고, 콩베르사시옹은 오토마톤을 너무 많이 만들었고, 레이디 볼티모어는 케이크(배급 음식) 생산 라인 건설에 차질이 생겼고, 투트프루티는 운송 지연이 엄청 늘었고, 파르브르통은 건설 자재가 부족하고, 소프트 서브는 할당량의 절반도 못 채울 상황입니다.

할루할로가 '미안해' 메시지를 보내며 자신의 일이 끝나면 알게 될 거라고, 보답도 한다고 합니다. 그 메시지를 끝으로 할루할로는 가만히 누워 있습니다. 미동조차 없이, 하지만 의체 자체의 전원이 내려간 것이 아니라 전문가에게 보여주어도 이상이 없다고만 합니다. 그래서 벨레는 레이디핑거 팀장, 오토마톤 사타안다기, 기계 천재 자허토르테가 있는 자신의 팀에게 이를 의뢰합니다.

고기 강탈자가 연애 중인 사람의 고기를 이유는 무엇이며, 계산상 오류가 난 이유와 할루할로가 갑자기 누워 있는지, 자세한 내용은 <오류가 발생했습니다>에서 확인하세요.




칩과 의체를 가진 사람과 오토마톤(기계)가 함께 살고, 사귀기도 하는 블랙 포레스트는 태어날 때부터 칩을 가진 채 식별 번호, 이름, 드룹스(화폐)를 받고, 대화도 메시지로 나눕니다. 검색이나 계산 등의 무슨 일이든지 드룹스만 주면 해결되고, 꼬박꼬박 배급되는 케이크를 챙겨 먹으면 작동하는 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이런 곳에선 작동만 하고 있어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꿈이든 엔터테인먼트든 둘 중 하나는 추구해야' 합니다. 그런 세상에서 조사관 도나우벨레는 모든 것이 미스터리한 룸메이트 할루할로의 비밀을 알아내면서 이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됩니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는 다섯 편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내가 사는 이곳과 전혀 다른 소설 속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 한편의 이야기만 읽어서는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같은 주인공이 계속 등장해 소설 속 세상을 점점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에 속하느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소설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이 태어난 곳은 정할 수가 없는 만큼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한국에서 태어나면 태어나는 대로, 북한에서 태어나면 태어나는 대로,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블랙 포레스트의 사람들(?)이 가고 싶은 낙원인 레드 벨벳은 전쟁을 제외하면 우리가 사는 이곳과 비슷합니다. 지금 우리는 낙원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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