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록
프리키 지음 / 아프로스미디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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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필명처럼 다양하고 특별한 삶을 살고 싶어서 군인, 심리 도서 기획자, 영화 엑스트라, 공공 기관 직원 등을 거쳤습니다. 지금은 성찰에 삶에 다가가려고 한다는 저자가 쓴 <기생록>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국가생명연구소'는 살상 무기를 개발하는 과학자 준수의 이야기입니다. 준수는 미세 나노 반도체 칩, MCP(Mind Control Patch)을 개발했고, 이것이 인간의 뇌 속으로 침투되면 사람의 의욕과 동기 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미치도록 설계했습니다. 침투한 나노 반도체는 액체처럼 흘러 다니며 지정된 조종자의 음성 명력을 따르게 되며,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미세 플라스틱 폭탄이 함께 삽입됩니다. 일정 거리 안에서 기폭 장치의 버튼을 누르면 수초 안에 두개골은 물론이고 얼굴뼈, 목뼈와 혈관, 근육, 피부가 공기 중으로 산산조각 나 버립니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던 중 자신의 몸에 MCP가 설치되었고, 전화가 걸려오더니 2호 차에서 넘어온 여자를 가방 속에 있는 나이프로 찌르라고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준수의 머리를 터뜨리겠다고요.

다섯 번째,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기생록'은 어릴 때부터 실패한 인생을 산 김팔봉의 이야기입니다. 힘든 나날을 살다가 자살을 결심한 김팔봉에게 누군가가 포도 상자를 주며 포도알을 먹으면 자신감과 용기가 생긴다고 합니다. 하지만 두 개 이상은 절대로 먹으면 안 되고, 만약 따르지 않으면 씹어서 삼킨 포도알의 양만큼 남자가 팔봉에게 흡수되어 사라진다고 합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면접 가기 전 포도알을 한 개 먹었고, 거짓말처럼 고양감이 차올라 합격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 주변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 발생합니다.




<기생록>에는 사고로 죽은 딸아이에게 복수하라고 충동질하는 '국가생명연구소', 평소 자신을 멸시하는 옆집 여자에게 복수하는 '이웃을 놀라게 하는 법', 부모와 함께 방화로 인해 죽어 원귀가 된 지훈은 청각장애가 있는 지승에게 빙의되어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모아 게임을 시작하는 '이 안에 원귀가 있다', 자신을 괴롭히던 아이를 살해한 죄로 촉법소년법에 의해 특별한 감화 시설에 들어간 도연이 사형 집행관이 되는 '소녀 사형 집행관', 돌연변이에게 죽은 부모님을 대신해 복수하고자 돌연변이 사냥 전문 요원이 된 현수가 괴물과 싸우는 '괴물사냥꾼', 포도알을 먹다가 결국 몸을 뺏기게 된 김팔봉과 정부 기관에서 2교대 경비 일을 하는 영도가 마주친 '기생록'까지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등장하는 소재는 저마다 다를지언정, 그 바탕에는 복수가 깔려있습니다. 특히 딸이 유치원에서 사고로 죽으면, 유치원 담임선생님에 대한 원망은 어쩔 수 없이 들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죽은 딸에 대한 집착과 원망만 남게 되면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행동을 하는지가 그 사람의 생각을 보여줍니다. <기생록>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행동을 보며 극단적인 사건들의 가해자들이 떠오릅니다. 왜 그 사람들에게 '화'만 남게 된 것인지를 생각하며, 현실의 어두움을 느낄 수 있어 더욱 씁쓸합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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