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레몬과 살인귀
구와가키 아유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11월
평점 :

1987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교토부립대학 문학부 문학과에서 국문학과 중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8회 '삶의 소설 대상'을 수상하며 "달궈진 못"으로 2021년에 데뷔했습니다. 2022년에는 <레몬과 살인귀>로 제21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 문고 그랑프리를 수상했습니다. 그럼, 발간 즉시 중쇄와 9쇄 23만 부에 달하는 화제의 소설 <레몬과 살인귀>를 보겠습니다.

주인공 고바야시 미오는 십여 군데나 칼에 찔려 사망한 동생 히나의 부고 소식을 듣습니다. 미오의 집은 나미시라는 바닷가 마을에서 요리사인 아버지가 양식점을 운영했습니다. 10년 전 초등학교 4학년이었을 때 식당 문을 닫은 뒤 매일 즐기는 산책을 나간 이후로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다음 날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여 만에 범인은 체포되었고, 14살 소년 사가미 쇼였습니다. 그는 사람을 죽여보고 싶었다고 진술했고, 그가 아버지를 살해했을 때의 상황을 그림으로 상세히 기록해 자신의 방에 남겼습니다.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은 체포됐고 동기도 밝혀졌으며 재판까지 끝나 사가미의 형이 확정됐습니다. 주간지를 비롯한 언론은 고바야시 가족과 사가미에 대한 온갖 일들을 앞다투어 쏟아냈고, 어머니는 어느 날 집에서 나갔습니다. 어머니가 실종된 후 미오와 히나는 각각 외할머니와 숙부의 집에서 지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도망치듯 둘은 집을 나와 각자 가이토시에 거처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정규직 자리를 얻지 못해 미오는 대학교 파견사원으로, 히나는 업무 위탁형으로 계약해 보험설계사로 일했습니다. 둘은 몇 달에 한 번씩 만나 밥을 먹으며 안부를 물었고,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사가미가 출소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범인이 밝혀지지 않는 히나의 살인사건을 주간지에서 조사했는데, 이탈리아 식당을 운영한 A 씨와 음식점을 창업한 젊은 경영인 도모리가 히나와 사귀던 시기에 생명보험에 가입했고 수령인을 여자친구인 히나로 지정했답니다. 가입 당시 둘 다 형편이 좋지 않았고, A 씨는 몇 달 후 사망했습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면 부자연스러워 주간지에서 연애 보험 사기의 의혹을 제기합니다.
미오는 치열이 바르지 않아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았고, 밥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먹었습니다. 그날도 혼자 밥을 먹는데, 점심시간에 가끔 이곳을 지나가던 농학 연구과 소속 대학원생인 기리미야 쇼헤이가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을 방과 후에 돌보는 동아리에서 일주일에 두세 번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참가비를 주겠다는 말에 파견직 근무로는 생활이 빠듯하고, 히나의 의혹으로 직장에서도 해고될지 몰라 수락합니다. 중학교 때 미오를 놀린 마린의 남자친구 경제학부 4학년 나기사 조타로가 동생의 의혹을 조사하려는 미오를 돕기로 합니다.
히나의 연애 보험 사기의 진실은 무엇이며, 미오의 첫사랑 렌은 누구인지, 이름도 얼굴도 바꾸고 살아가는 동안 사람을 베고 다닐 거라는 사가미는 지금 누구인지, <레몬과 살인귀>에서 확인하세요.
<레몬과 살인귀>는 1장과 2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1장은 주인공 미오가 여동생 히나의 죽음을 알게 되면서 10년 전 묻지 마 살인사건으로 죽은 아버지를 떠올립니다. 게다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얼마 전 출소했고 행방을 알 수 없다고 해서 미오의 주변 인물 중에 범인이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누가 그 범인일까 싶었습니다. 2장은 실종된 어머니가 여동생과 똑같이 살해된 채로 발견됩니다.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집에 살았던 어린 미오와 히나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반전을 맛보게 됩니다. 하지만 반전은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반전에, 뒤이은 반전까지 계속 나타나 도대체 누가 여동생과 어머니를 죽인 걸까 더욱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마지막 쪽의 미오를 보면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생각보다 성장소설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 사람을 고통을 주는 자와 받는 자로 나뉘고, 자신은 태어날 때부터 고통받는 자로 태어나 불가항력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미오, 그래서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며 살아갑니다. 치열이 못생겨서 밖에선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는 미오가 시간과 돈이 아무리 들어도 좋으니 이제 깨끗하게 고치겠다고 다짐하며 마스크를 벗는 마지막 장면에서 체념에서 벗어나 세상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읽기 전부터 궁금했던 레몬과 살인귀란 제목이 은근히 절묘했다는 생각마저 들며, 저자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