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탐정 사무소 -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이락 지음 / 안녕로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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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마산 무학여자고등학교에 재직하며, 문학이랑 잘 노는 법을 전수하기 위한 비책을 궁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이 제 돈으로 시집을 구매하여 읽는 어른으로 컸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러 도전을 거듭하는 중입니다. "에고, Ego! 시 쓰기 프로젝트", "무기가 되는 토론의 기술",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등을 썼으며, "내 이마에서 떨어진 조약돌 두 개"라는 시집을 냈습니다. 그럼, 현직 국어선생님의 시(詩) 추리 소설, <시 탐정 사무소>를 보겠습니다.



커피를 잘 내리고, 시 낭독을 잘하는 조수 성완승이 의뢰인을 맞이하고 설록 선생님은 시를 해독하고 그들에게 일정한 보수를 받습니다. 1층에는 응접실과 주방이 있고, 2층에는 선생님과 완승의 방이 있습니다. 창을 제외한 공간 대부분이 책장이고, 책장마다 책이 그득그득 꽂혀 있습니다. 사무소 전체가 거대한 서재인 셈입니다.


HJ 그룹 김만전 회장은 금융계로 뛰어들기 전 S대 경영학과 교수로 있었습니다. 교수 시절 뛰어난 성과를 보인 제자였던 설록을 찾아와 10년 만에 얻은 귀한 딸 효진이가 며칠 전부터 연락을 끊었답니다. 1965년 발간된 '서정수 시선'이란 시집과 메모 하나를 남겨두고요. 사라진 효진이의 마음을 읽기 위해 그녀의 글이 적힌 시를 해독합니다. MF 엔터테인먼트 대표 안토니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 ANZ의 리더 이즈가 최근 들어 이상해졌다고 하면서 왜 이렇게 변했는지 알고 싶다고 의뢰합니다. 시를 읽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라며 당사자가 의뢰해야 수락하겠다고 설록 탐정은 거절합니다. 며칠 후 당사자 이즈가 직접 찾아와 기형도 시인의 '빈집'을 정말 좋아하는데, 왜 이 시에 끌리는지를 모르겠다고 합니다. 절벽에서 떨어진 권정진 씨를 자살 미수로 종결하려던 오경철 형사는 의식을 찾지 못해 병원에 있는 권정진을 찾아온 설록과 성완승을 만납니다. 그의 집에서 '사무원'이란 시가, 그의 옷에서 '땅끝'이란 시가 있었습니다.


가출한 HJ 그룹 딸, 열정이 사라진 아이돌, 자살미수로 보이는 남자를 시로 해결할 수 있을지, <시 탐정 사무소>에서 확인하세요.




6편의 이야기와 프롤로그, 에필로그로 구성된 <시 탐정 사무소>는 이야기마다 1편 혹은 2편의 시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시(詩)는 자연이나 인생에 대해 일어나는 감흥과 사상 따위를 함축적이고 운율적인 언어로 표현한 글입니다.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하기에 한두 번 읽어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학창 시절 시를 공부할 때 논리적으로 분석하도록 배워서인지 시가 더욱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시를 손놓고 지낸지 몇 십 년, <시 탐정 사무소>로 정말 오랜만에 시를 접했습니다. 화자인 조수 성완승이 시를 어떻게 해석하고 느끼는지를 따라 읽다 보면 나도 그런 느낌이 왔다거나, 그런 생각을 했다는 공감을 하게 됩니다. 게다가 시 탐정 설록 선생님의 부연 설명을 통해 해당 시의 내용을 마음 깊이 이해하게 만듭니다. 논리적인 읽기가 기반이 되어야 오독 없이 시를 읽을 수 있고, 그래야 비로소 가슴으로 시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이야기들은 우리가 시를 읽고, 생각하고, 시구나 시적 표현에 감탄하고, 다시 생각하다가 시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시 한 편쯤 마음속에 품고 있잖아요?'란 책의 문구가 부끄럽지 않게 저도 시를 찾아읽고, 그중 좋아하는 시 한 편을 마음에 품어야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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