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의 나의 집
오노 후유미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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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일본 오이타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오타니대학 재학 당시 교토대학 추리소설 연구회에서 활동하며 소설 작법을 배웠습니다. 1988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악령"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이후 내용을 대폭 수정해 "고스트 헌트"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으며, 만화책 및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판타지 소설 "십이국기" 시리즈, 기담 소설 "동경이문", 호러 소설 "시귀", 미스터리 소설 "흑사의 섬" 등이 있습니다. 2013년 "잔예"로 제26회 야마모토슈고로상, 2020년 "십이국기" 시리즈로 제5회 요시카와에이지문고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저자의 <녹색의 나의 집>을 보겠습니다.



주인공 16살 아라카와 히로시는 반년 전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고 장례식을 치를 때부터 엄마의 고등학교 동창 나오코 아줌마가 살림을 봐주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히로시 집에 머물다가 아버지와 재혼을 했고, 배신감이 든 히로시는 그곳에서 벗어나고파 전근이 잦았던 아빠 때문에 초등학생 때 1년 정도 살았던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일방통행인 상점가, 편의점과 비디오 대여점 사이로 난 좁은 50미터 남짓 되는 막다른 골목 안 끝에 자리한 흰색 건물에 녹색 문의 하이츠 그린 홈에 살게 되었습니다. 사정상 발품을 팔 여력이 없어서 부동산에 맡겨서 살게 된 첫 자취방이지만 상주 관리인인 노자키는 1호실, 히스테리를 부리는 5호실 타카무라, 처음 볼 때부터 이상한 말을 하는 히로시와 비슷한 나이의 6호실 이즈미 사토루, 갓난아이와 함께 사는 7호실의 음침한 인상의 카가와 부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악의를 보이는 옆방 8호실 오오바야시까지 입주민들은 전부 불쾌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하지만 히로시는 돌아갈 집이 녹색 문의 9호실 이곳뿐이고, 이사를 가려고 해도 아버지께 사정하기가 싫어서 그냥 지내기로 합니다.


우편함엔 히로시의 이름만 적혀 있고, 뒷장 모서리 부분에 빨간 지문이 묻어 있는 빈 편지가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노란색 원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노란색 분필로 무언가를 가득 그리고 있는데, 그림을 자세히 보니 다양한 형태로 피를 토해 내는 사람들이 층층이 겹친 그림입니다. 전학 간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아이가 그린 낙서는 5호실 현관문 바로 앞에서 끊겨 있습니다. 한 덩어리로 뭉쳐진 낙서 중에서 딱 하나 삐져나온 그림대로 5호실 입주자가 죽었습니다. 게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신사를 보면 알 수 없는 공포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또한 전화를 개통한 날부터 아무 말도 없는 전화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여기로 이사 온 후부터 기분이 나빠진 히로시는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 이곳에서 지냈을 때의 일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하이츠 그린 홈에서 생기는 기괴한 일과 어릴 때의 일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녹색의 나의 집>에서 확인하세요.




집이란 공간이 주는 느낌은 모두에게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집은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며, 따뜻하고 행복한 곳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진 않습니다. 집이 무섭고 힘든 곳이 되어버리면 마음의 휴식처가 사라지게 되어 몸도 마음도 떠돌게 됩니다. <녹색의 나의 집>은 아버지의 재혼을 계기로 혼자 자취를 하게 된 16살 아라카와 히로시의 이야기입니다. 음침하고 기분 나쁜 이웃들, 매일같이 걸려오는 말 없는 전화,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편지, 한밤중에 나타나 땅바닥에 죽은 사람들을 그리는 남자아이에 여기를 떠나라는 소년까지, 무섭지만 돌아갈 집이 없는 히로시는 이곳에 계속 있습니다.


나에게는 이제 집이 없었다.

아무리 기분 나쁜 공간이라 할지라도 내게는 돌아갈 곳이 필요했다.

(p. 27)


읽으면서 나이가 어리든, 많든 누구라도 마음을 놓이고 쉴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난 그런 공간이 될 집을 자녀에게 느끼게 해주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마지막까지 감동과 깊은 여운을 느끼게 하는 호러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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