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생 1~3 세트 - 전3권 - RETRO PAN
신일숙 지음 / 거북이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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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2년에 태어난 저자는 '순전만화의 레전드', '만화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대한민국 대표 만화가입니다. 1984년 "라이언의 왕녀"로 데뷔한 저자는 1986년 "아르미안의 네 딸들"로 대본소 시대를, 1993년 "리니지"로 잡지 시대를, 2017년 "카야"로 웹툰 시대까지 관통했습니다. 탁월한 이야기꾼 신일숙은 정교하게 설계한 플롯에 화려한 그림체까지 더해 판타지에서 로맨스, SF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거대한 작품 세계를 창조했습니다. 그중 중세 판타지 "리니지"는 만화 원작 게임화의 세계적인 성공 모델로 꼽힙니다. 그럼, 다시 3권으로 출간된 <1999년생>을 보겠습니다.



20세기 말은 대혼돈의 시대였습니다. 그러나 진정으로 인류를 위협한 것은 하늘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른바 UFO로 불리는 미확인 비행물체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번은 목격할만큼 자주 나타났고, UFO가 대도시나 과학 센터, 비행장을 습격하면서 인류를 향한 적의를 드러냈습니다. 그렇지만 초고도의 과학기술을 가진 적들에 의해 인류는 밀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2010년이 넘을 무렵 지구는 북부의 작은 지역을 제외한 3/4정도가 섬멸당했지만 그들의 약점도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겨울을 피해 전쟁을 했고, ESP(초능력)에는 속수무책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20세기 후반부터 신생아 중에 ESP 보유자들이 다수 발견되었고, 1999년에 탄생한 신생아의 80%에 가까운 숫자가 에스터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초능력 파워의 질에서도 다른 세대에 비해 월등하게 뛰어났고 그 결과 최상급 에스터들이 전체의 5%에 달하는 경이적인 기록을 남겼습니다. 이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면서 UFO에 제대로 대항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놀라운 ESP 군대를 '1999년생'이라 불렀습니다.


2016년 멕시코 북부 산악지대에서 주인공 크리스탈 정이 리더인 여성 부대원들이 UFO 기지를 습격했으나 크리스의 오판으로 부원이 사망했고, 외계인에게서 결투를 신청한다는 선언을 듣습니다. 크리스는 특A급 초능력자로 공격, 파괴에 적합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아버지의 외도로 인해 남성과 지나친 마찰을 보인다는 성격적 결점이 있어 그 결점을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부원의 사망으로 인해 크리스가 전투조로의 이적을 희망했고, 휴가지에서 새로운 조원들과 교관 로페즈 프레스틴을 만나게 됩니다. 북캐나다 제4기지로 오게 된 크리스는 부조장이며 기복이 심한 토운 마일즈, 말썽꾸러기 카알 제너, 보조 능력 장기를 가진 브리안 셀, 살인 전문 기버 타후아와 함께 지내며 진정한 동료가 됩니다. 교육 과정 중 최후 코스인 모의 실전은 가상의 외계인 또는 외계인 기지를 상대로 실전에 가까운 전투를 하는데, 이번 모의 훈련 프로그램을 짠 사람이 로페스 프레스틴의 주도하에 심사위원들과 화면을 보며 크리스와 대원들의 실전훈련을 지켜봅니다. 그런데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경보 장치, 내부 설비, 온도 등까지 모든 것이 실제와 다름이 없었고, 왼계인이 사용하는 1인용 비행 원반을 조종하며 크리스는 이것이 실제임을 깨닫게 됩니다. 컴퓨터를 조작하는 토운은 기밀 정보계를 들여다보다 크리스에게 결투를 선언한 여자의 신상 기록이 잠시 나오다 터지면서 망가집니다.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무사 귀환을 한 크리스와 대원들은 실전배치를 앞둡니다. 크리스는 로페즈가 손수 만든 통나무집에 초대받고, 그에게 이상한 기분이 자꾸만 듭니다.


전투가 가장 치열하다는 멕시코 A지구에 배속된 크리스와 대원들,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된 로페즈와 어떻게 될지, 토운은 인간 컴퓨터인 제임스 멀린 박사를 만나며 외계 과학진들의 암호를 푸는데 동참하는데 어떤 비밀이 있을지, <1999년생>에서 확인하세요.




돌이켜보면 정말 빛나는 시절이었습니다. 저의 90년대는 용돈을 모아 순정만화잡지 '르네상스', '하이센스', '윙크', '댕기', '화이트', '밍크', '이슈' 등을 사거나 대여하면서 보냈습니다. 그 시절은 만화로 시작해서 만화로 끝을 맺었지요. 순정만화가 여자들만 보는, 사랑만 다룬다는 폄하에 대항하기라고 하듯, 지금까지도 유명한 신일숙, 강경옥, 황미나, 이은혜 작가들은 판타지, SF, 역사, 음악 등 다양한 소재를 사랑과 섞어 순정만화의 폭을 넓혔습니다. 그중의 순정만화의 레전드 신일숙 작가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1999년생>은 1988년 잡지 '르네상스'의 탄생을 축하하는 작품이었습니다. 1986년에 발표한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 너무나 인상깊은 줄거리와 대사로 마음 속에 깊이 각인이 된 작가여서 이분의 작품이 실렸다는 말에 '르네상스' 잡지를 살 이유는 충분했습니다. 순정만화에서 SF를 다룬다는 파격적인 시도와 순정이 아닌 스릴러로 가게 되는 줄거리의 변화는 10대인 내 마음에 충격을 주었고, 40대인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은 작품이 되었습니다. 10대땐 왜 사랑이야기가 아닌지에 불만이 가득했는데, 40대인 지금 다시 읽게 된 <1999년생>은 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의도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드라마를 보면 여주인공이 남자와 사랑을 하며 잘 살았다라고 끝을 맺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여자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인생을 이겨내고 깨지면서 삶을 살아간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습니다. <1999년생>에서 벌써 그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것에 놀라웠고, 이렇게 대단한 내용을 그 당시엔 몰랐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진정한 어른이 된 저는 이제 이 작품을 제대로 볼 수 있습니다. 신일숙 작가님의 다른 작품이 재발행되길 행복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 당첨으로 받은 책을 읽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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