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름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23년 7월
평점 :
절판






저자는 1983년 일본 치바현에서 태어나 연예 매니저, 무대 연극 뮤지컬 프로듀서 등을 거쳐 2017년 <나쁜 여름>으로 요코미조 세이시 미스터리 대상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동명의 작품으로 소설가로 데뷔했고, 이후 "정의의 사자", "떨리는 천칭", "정체", "해신", "진혼" 등을 썼습니다. 그럼 사회파 미스터리 <나쁜 여름>을 보겠습니다.



주인공 마모루는 학생 때 별명이 '조무래기'일 정도로 160cm가 채 되지 않고 몸무게도 웬만한 여자보다 가볍습니다. 그는 치바현의 북서부에 위치한 후나오카시청 청사 4층 사회 복지 사무소에서 생활 복지과 보호 담당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년 전에 배속되어 팀 내에서 마모루의 위치는 말단입니다. 그전에는 산업 관광과에 있었는데 이동한 이 부서에서 '인내의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들의 생활을 돕는 '독거노인 순회', 기초 생활 수급자의 적정성 판단, 생활 보조금 수급자 집을 돌며 중지와 연장을 결정하는 일 등을 하고 있는데, 절박하거나 뻔뻔하기까지 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습니다. 마모루의 7년 선배인 다카노 요지는 툭하면 일 안 하고 몰래 파친코나 하러 가는 사람인데, 자신의 케이스 방문을 대신 가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의 억지를 곤란해하고 있으려니, 팀에서 홍일점인 미야타 유코가 자신이 대신하겠다고 하자 다카노는 농담한 거라며 말을 돌립니다. 생활 보조금 부정 수급은 커다란 사회 문제인데, 경제력이 없는 약자로 위장해 나랏돈을 탐내고 있습니다. 그 돈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달된 것이나 공분을 사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창끝이 지급을 관리하고 있는 관공서 종사들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모루는 억울하고 누구에게 따지고 싶은 마음입니다.


마모루의 첫 번째 케이스는 42세 야마다 요시오로 허리 디스크와 정맥 혈전 색전증이 발병해서 퇴사하고 이후 허리병 때문에 재취업도 못하고 나라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방문할수록 구직의사는 전혀 없고, 허리병이 나은 것 같다는 의심이 듭니다. 다음 케이스는 70세 야노 키요코로 42세의 외아들이 있으나 소원해진 관계로 연을 끊은 상태라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달 근처 사는 주민이 아들이 자주 들리는 것 같다며 신고해서 의심스럽습니다. 겨우 점심을 먹고 있는데 미야타 유코가 일 끝나고 잠시 보자고 합니다. 동료 다카노가 생활 보조금을 받는 사람에게 수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그것을 빌미로 협박을 했고, 수급을 받는 대신에 수급액 중 일부를 내놓으라며 육체관계까지 요구했다는 제보전화를 받았다고 미야타가 말합니다.


반년 전 친구 레이카의 부탁으로 옆 동네 캬바쿠라(한국의 룸살롱과 비슷함)에서 잠깐 일했는데, 가보니 세크캬바(성적 서비스까지 하는 술집)였습니다. 아이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일을 하게 되었고, 약속한 기간이 지나면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생활 보조금 담당자 다카노가 손님으로 왔습니다. 사흘 후 갑자기 집에 찾아온 다카노는 못 본 척해 주는 대가로 잠자리를 요구했습니다. 자신은 지급액을 지금보다 더 줄 수도, 끊을 수도 있는 재량이 있다며 협박을 합니다. 이렇게 다카노와의 관계가 시작되었고, 아이미는 일하지 않고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생활 보조금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미는 마음이 지쳐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 딸을 향해 폭발해서 폭력을 휘둘렀고, 딸 미소라는 울지 않습니다.


레이카에게 협박 받는 일을 털어놓자 레이카는 자신이 사귀고 있는 야쿠자 가네모토에게 데리고 갑니다. 가네모토는 이야기를 듣더니 몰래카메라를 찍어 다카노를 협박해 자신들이 모은 노숙자들로 생활 보조금 신청을 통과시키고 그들이 받는 돈을 갈취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이 계획에 마모루가 휘말리고, 힘들게 사는 카스미와 유타 모자의 생활이 교차됩니다. 카스미와 유타는 생활보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마모루와 아이미, 레이카, 가네모토, 요시오, 다카노, 미야타는 어떻게 될지, <나쁜 여름>에서 확인하세요.




<나쁜 여름>은 씁쓸한 사회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나라에서 주는 눈먼 돈을 받지 않으면 바보라고요. 자신은 국가보조금을 받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면서 아직도 정직하게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을 한심스럽게 봅니다. 그런 시선을 받게 되면 나만 너무 바보같이 살았나 하고 자괴감에 빠지게 됩니다. 사회복지는 우리 모두의 권리이지만, 국가보조금은 적합한 대상에게 현금 지원, 의료 지원, 일자리, 돌봄 등의 서비스와 이용권, 현물 지원의 혜택을 줍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자격요건이 되지 않음에도 여러 가지 편법을 사용해서 자신이 자격요건인 양 위장해 국가의 돈을 받습니다. 그러면서 생활 보조금을 받는 놈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 열심히 일을 해도 생활보조금 받는 사람보다 낮은 임금밖에 받지 못하는 사회가 이상하다며 비난의 화살을 국가를 향해 돌립니다. 이렇게 모순된 사회 시스템이 부당하다며 사람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립니다. 모순된 사회 시스템을 고쳐야 하는 것도 맞지만, 부정수급 때문에 정작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실제 대상자까지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합니다. 책을 읽을수록 주인공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안타깝고, 누구 하나 이들을 제대로 돕는 사람이 없음에 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순간 더없는 절망밖에 남아 있지 않음을, 그래서 자신을 끝까지 붙들고 있어야 함을, 그것이 자식 때문이든, 배우자 때문이든, 반려동물 혹은 반려식물 때문이든 간에, 자신이 의지해야 할 대상이 있어야 함을 절실히 느끼게 하는 책입니다. 쓸쓸함에 더욱 여운이 오래 남는 <나쁜 여름>입니다.



"다만, 언젠가 이런 날이 찾아올 것을 마음속으로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 멈출 기회는 몇 번 있었다.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하며 흐름에 몸을 맡긴 결과가 지금 여기에 있다.

싸우지도 항거하지도 않고 계속해서 눈을 감고 있었던 결말이 이 광경이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남아 있지 않다. 나 이외에."

(p. 392)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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