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유산
미즈무라 미나에 지음, 송태욱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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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열두 살 되던 해 미국으로 가 예일대학 불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후 프린스턴대학에서 객원 조교수로 일본 근대문학을 강의하고 1998년 스탠포드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한 저자는 요미우리 문학상 수상작인 "본격 소설"을 비롯해 나쓰메 소세키의 미완성 소설을 이어 쓴 야심찬 프로젝트 "속 명암", 그밖에 "사소설(from left to right)"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제39회 오사라기 지로상 수상작인 <어머니의 유산>을 보겠습니다.



이야기는 표지의 주인공이기도 한 미쓰키와 그녀의 언니 나쓰키의 통화로 시작됩니다. 실버타운에 입주한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남긴 유산이 얼마인지를 물어보는데, 다행히 자매의 어머니는 자신의 노후 비용을 스스로 마련했고, 거기에 상속제를 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한 돈을 남겼습니다. 또한 실버타운 입주비용과 매달 들어가는 경비도 땅을 팔아서 마련했는데, 계약보다 1년도 못 사시다 돌아가셔서 반환금도 받게 되었습니다. 언니 나쓰키는 부잣집 차남 첼리스트와 결혼해서 돈 걱정 없이 살지만, 돈 액수를 듣자 엄청난 돈이라며 감격합니다. 미쓰키는 대학강사로, 남편 데쓰오는 대학교수로 일하고 있고, 지금은 7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안식년 휴가를 얻어 혼자 베트남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전까지 안식년 휴가는 함께 갔으나 엄마가 골절을 당한 후로 거동이 불편해져서 꼼짝하기 힘들어집니다. 그런데다가 우연히 남편 방에서 우표를 찾다가 서랍을 열었는데, 누가 봐도 여자 물건 같은 티슈 케이스가 보입니다. 이것만으로 남편에게 여자가 있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지만, 이후 남편이 쓰는 이메일 계정에 로그인했다가 그 정체를 확신하게 됩니다. 게다가 그 젊은 여자는 남편에게 아내 없이 베트남으로 간 뒤에 자연스럽게 별거와 이혼을 하라는 계획을 보내며, 이혼 후 미쓰키에게 줄 위자료까지 상세하게 적어놓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돌봄과 나이 들면서 생기는 변화도 힘든데, 남편의 외도까지 겹쳐져서 혼자 힘들어합니다.


미쓰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봅니다.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그 옛날 부족함 없는 환경에서 자신과 언니는 파리 유학을 다녀왔습니다. 다른 여자들에 비하면 대학 강사로 일도 하고, 남편은 교수라 남부럽지 않습니다. 하지만 되돌아본 인생이 전혀 행복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여자를 둔 남편, 자신만 아는 언니, 화려한 삶만 원하는 엄마와의 관계에서 언제 끝날지 모르는 돌봄 노동에서 미쓰키는 점점 지쳐갑니다. 그렇게 드디어 엄마가 죽고 유산까지 받게 된 미쓰키는 이혼 후의 삶을 계획하며 여행을 떠납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고민하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자신의 삶에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어머니의 유산>은 전체 2부 안에 10쪽이 안되는 소제목 66개로 구성되었습니다. 처음부터 호흡이 긴 내용을 쭉 읽어야 할 필요 없이 조금씩 끊어진 이야기들을 엮었기에 500페이지가 넘는 내용이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중년 여성 미쓰키가 엄마의 돌봄 노동에 지쳐가는 모습을 읽으며, 작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와 지금 요양병원에 계신 엄마가 계속 생각납니다. '왜 이렇게 늦었어!'라고 미쓰키의 엄마처럼 말하진 않고, 갈 때마다 오지 말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눈빛에서, 전화에서 그리워하고 있을 그 마음을 알기에 매주 찾아뵙고 있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 집에 계실 땐, 같이 있지 않아도 마음 한편에 항상 걱정이 가득이었습니다. 혹시 전화 오면 어디 다쳤을까 싶어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고, 구급차로 병원도 여러 번 갔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아픈 건 당연하고 그래서 돌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돌봄을 혼자서 감당하려니 힘들었습니다. 나도 나이 들수록 아플 건데, 내 인생도 이런 모습으로 자식에게 짐이 될까 걱정스럽습니다. 이제 걱정만 하지 말고, 몇 년 뒤 50이 되는 내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50년 인생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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