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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눈뜰 때 ㅣ 소설Y
이윤하 지음, 송경아 옮김 / 창비 / 2023년 5월
평점 :
한국계 미국인 SF 작가인 저자는 데뷔작 "나인폭스 갬빗"으로 로커스상 데뷔 소설 부문을 수상했으며, 휴고상, 네뷸러상, 아서 C. 클라크상 최종 후보에 올랐습니다. "나인폭스 갬빗"의 속편인 "나인폭스 갬빗 2"와 "나인폭스 갬빗 3"도 휴고상 최종 후보에 또한 올랐습니다. "드래곤 펄"은 로커스상 청소년 소설 부문을 수상했고, 2020년 "흐드러지는 봉황의 색채"를 출간했습니다. 그럼, 세계가 주목한 작가의 신작 <호랑이가 눈뜰 때>를 보겠습니다.
주인공 주황 세빈은 우주군의 생도로 자신이 소속된 전함 '해태호'의 죄수가 되었습니다. 갇혀 있는 동안,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되새겨보아야겠다는 글로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호랑이령의 부족인 주황 부족은 용기 세계를 터전으로 삼고 있습니다. 부족의 가모장인 할머니는 이 세계가 테라포밍되기 전의 모습을 기억하는데, 그땐 진흙과 독성 물질로 이뤄진 공과 같았다고 합니다. 음식도, 의료품도, 연료와 조수 김민도 아무것도 없었고, '천 개의 세계'가 함께 모이기 전이었답니다. 주인공 세빈은 우주군 생도 프로그램에 응시에 합격 편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통 15살이 되어야만 우주군에 들어갈 수 있지만 '천 개의 세계' 국경에서 일어난 습격 때문에 더 어린 생도까지 모집하고 있습니다. 기다리던 편지가 도착한 날, 커다란 소포와 또 다른 편지도 함께 도착했습니다. 주황 호랑이 부족의 환이 반역죄로 기소되었다는 편지에 가족회의를 소집했고, 가모장님은 환 선장이 부족에게 불명예를 안길 리가 없다고 믿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주군에서 일하는 주황 하순 제독은 마법 물건 드래곤 펄을 훔치기 위해 자신의 승무원과 배에 대한 의무를 포기했다고 알려줍니다. 드래곤 펄은 세계들을 테라포밍하거나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능력으로 알려진 마법 물건입니다. 세빈이 생도로 합격했다는 편지를 읽은 가모장은 세빈에게 부족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며 맹세를 시킵니다.
모집 장소인 초승달관에서 합격한 백지와 함께 학 소위를 만납니다. 백지는 인간이지만 부모 한쪽이 고블린이며, 입양되었다고 합니다. 필요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사무실 밖을 안내하려는 순간 특별 조사관 이와 조수 김민이 들어와 훈련을 건너뛰고 바로 실전에 들어가야 한답니다. 해태호의 재보급이 끝나고 요새 색터의 노란돌 콜로니에서 온 비상 호출에 응답해야 합니다. 해태호에 승선한 후 방을 선배 생도 유나와 남규를 만납니다. 유나는 천인 혈통이, 남규는 이무기 냄새가 납니다. 생도 제복으로 갈아입고 입대 선서를 하러 해태호의 선장인 채원 선장에게 갑니다. 가는 길에 세빈은 환 삼촌의 냄새를 맡습니다. 탈주자이자 반역자 혐의를 받고 있는 환 삼촌이 해태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세빈은 궁금합니다.
백지가 입대 선서를 하고 난 후 갑자기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전등 불빛이 꺼져 버립니다. 그리고 경보음이 켜지자 채원 선장은 함교로 가야겠다며 생도들을 방으로 데려다주라고 학소위에게 명령합니다. 학소위를 따라 방으로 가는 길에 뒤에서 앞뒤에서 방어벽이 닫힙니다. 복도에 방어벽을 쳤는지 의아해하며 방에 데려다줍니다. 방에서 대기하고, 비상사태가 벌어지면 한결 중위에게 연락을 취하라고 말한 뒤 학소위는 나갑니다. 지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겠다며 배의 컴퓨터를 해킹했고, 선장이 쓰러진 모습을 슬레이트를 통해 확인합니다. 비디오 방송이 끊기고, 침입자 경보란 텍스트 화면이 뜹니다.
그들이 있는 방으로 들어온 김민과 주황세빈, 백지, 유나, 남규는 쓰러진 선장의 생사를 확인하러 방을 나섭니다. 도대체 누가 해태호에 침입한 것인지 <호랑이가 눈뜰 때>에서 확인하세요.
영어를 배우면서 상상해 본 적 있습니다. 한국어가 공용어가 되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요. 그러면 영어를 배우지 않아도 되니까 너무 좋을 것 같다며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호랑이가 눈뜰 때>는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상상을 휴고상에 노미네이트된 작가의 손에 얼마나 멋지게 재탄생되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제목부터, 등장인물 이름, 신화까지 모든 것이 한국적입니다. 그전까지 유치하게만 느껴졌던 한국 신화가 얼마나 세련되게 바뀔 수 있는지를, SF와 얼마나 어울릴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작가는 트랜스 남성입니다. 그 때문인지 작품에 '다양성'이 많이 강조됩니다.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되는 성별에서 벗어난 논바이너리와 고블린과 인간 가정의 입양아, 구미호, 호랑이 등 다양한 존재들이 등장하고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갑니다. 이렇게 다양성이 당연한 것이 되는 미래를 보며, 아직까지 '우리'라는 좁은 테두리에 갇힌 우리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제 국가, 종교, 인종을 뛰어넘는 다른 생물체와도 함께할 수 있는, 그 정도의 테두리로 생각을 확장시켜야겠습니다.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생각의 테두리를 그어버린 우리들을 비웃듯, 이윤하 작가가 그리는 SF 소설의 미래는 그보다 더 넓은 생각의 테두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SF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닐까요. 가장 한국적인 것으로 세계적인 콘텐츠를 만든 작가의 역량에 놀라며 작가의 전작을 읽으며 다음 작품을 기다리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대본집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