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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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와 평단의 호평을 받는 일본의 천재 작가인 저자는 1971년 일본 지바현에서 태어나 도호쿠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습니다. 2000년 "오듀본의 기도"로 신초미스터리클럽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2003년 발표한 "중력 삐에로"를 시작으로 "칠드런", "그래스호퍼", "사신 치바", "사막", "골든 슬럼버"로 여섯 차례 나오키상 후보에 오르지만, 이후 집필에 전념하고 싶다는 이유를 들어 후보를 거절하고 있습니다. 2008년 출간한 "골든 슬럼버"는 야마모토슈고르상과 서점대상 1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2009년 판 1위에 올라 3관왕을 달성하면서 그해 최고의 소설로 인정받았습니다. 문예지에 단편과 에세이를 게재하고 장편 또한 꾸준하게 집필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작가의 신작 <페퍼스 고스트>를 보겠습니다.



5년 전 SNS에 '고양이 도살자'라는 계정은 어디선가 데려온 고양이를 학대하는 모습을 인터넷에서 생방송했고, 이를 후원하는 사람들과 응원의 댓글을 쓴 사람들, 자칭 '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 줄여서 고지모로 있었던 사람들을 응징하는 고지모 사냥꾼 러시안블루와 아메쇼가 이야기의 한 축으로 등장합니다. 성격도, 모습도, 나이도 다른 둘은 고양이를 엄청 좋아하며, 도호쿠 지방이 연고지인 이글스 야구팀을 응원하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고양이 도살자'에게 죽은 고양이들의 주인 중 1명에게 의뢰를 받아 가해자였던 '고양이 도살자'와 그자를 부추겼던 시청자들에게 복수를 합니다. 그 당시 고양이가 당한 짓을 그들에게 그대로 돌려줍니다. 고지모 중 한 명인 바쓰모리 바쓰타로는 적지 않은 사회 문제를 일으키면서 여론의 뭇매와 법망을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돈을 번 경영자입니다. 그렇게 번 돈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해 순식간에 자산을 늘렸고, 자신만의 요새에 살아갑니다. 가사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집에 숨어들었고,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납치된 바쓰타로 대신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가사도우미를 발견합니다. 정신을 차린 그녀에게서 사건을 전해 듣고, 방범 카메라 데이터에 찍힌 납치된 사람들이 타고 간 차량을 찾아냅니다.


또 다른 이야기의 등장인물 중학교 국어 교사 단 지사토는 선조로부터 특이체질을 물려받았습니다. 아버지가 죽기 전날, 단을 불러 타인의 비말이 입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 사람이 겪을 미래의 한 장면이 보인다고 말합니다. 시간은 약 10초일 때도 있고, 약 3분일 때도 있지만, 그 사람에게 다음 날 일어날 인상적인 일입니다. 그걸 보기 전에는 플래시가 터지는 것처럼 번쩍 빛나며, 동일 인물에게는 일정 시간이 지나야 보인답니다. 아버지는 이를 '선공개 영상'이라고 이름 지었고, 25살 정도부터 드문드문 보다가 점점 빈도가 높아져 30대에서 40대가 제일 심해진답니다. 상대가 곤경에 처한다는 걸 알고도 돕기는커녕 충고조차 못하기 때문에 무력감이 쌓인답니다. 그래서 단에게 어떻게도 안 되는 건 어쩔 수 없다며, 잊어버리는 걸 익혀둬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그다음 날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단은 아버지가 말하기 전에 선공개 영상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지나쳐버렸고 그때 나왔던 제자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한 죄의식을 다시 겪지 않기 위해 사토미 다이치에게 신경 쓰고 있습니다. 사토미의 비말에 감염이 되어 기차 사고를 당하는 장면을 미리 보고 충고를 해서 사고를 피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로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는 다이치의 아버지 사토미 핫켄을 밖에서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는 내각정보 조사실에 근무하며 기차 사고를 조사하고 있는데 단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단은 약속 자리에 나오지 않는 사토미 씨가 집을 비우고 연락도 잘 안된다는 말을 듣습니다. 걱정이 되던 차에 동우회 회원이라는 나루미 효코와 노구치 하야토가 찾아옵니다. 동우회는 카페 다이아몬드 사건으로 희생된 유족들의 모임으로 사토미 씨는 그 사건으로 가족 같은 은사를 잃었다고 합니다. 그들도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 사토미 씨가 무슨 일 있으면 단에게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알려주더랍니다. 그렇게 단을 찾아온 두 사람, 도대체 사토미 씨는 무슨 이유로 그들에게 단의 연락처를 가르쳐 주었으며, 어디에 있는 걸까요. 일본소설 <페퍼스 고스트>에서 확인하세요.




한 사람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책들은 예전에 많이 있었다면, 요즘 나오는 책들은 장마다 등장인물들을 바꿔서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그래서 처음엔 헷갈리지만, 작가가 장으로, 혹은 숫자나 기호 등으로 표시를 하기에 독자들도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각자 전개되다가 어느 순간 합쳐지면 이야기는 또 다른 반전을 줍니다. 이 이야기가 그래서 이렇게 이어지는 건가 하는 생각에 앞장을 넘겨 다시 읽게 만듭니다. <페퍼스 고스트>는 미래를 보는 중학교 교사와 소설 속 2인조 사냥꾼, 두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며 등장합니다. 하지만 한 이야기는 현실이며, 한 이야기는 소설이라 두 가지 이야기가 어떻게 나아갈까 하는 궁금함과, 중학교 교사가 처한 위험한 상황이 어떻게 될까 하는 호기심에 계속 읽게 됩니다. 하지만 작가는 지금까지 출간된 자신의 소설의 특징을 모두 망라한 이야기를 여기에서 선보입니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소설에 투영하지만 결코 어렵지 않게 풀어냈습니다. 같은 인생이 되풀이된다면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소용없다는 생각에 허무하게 느껴질 텐데, 그런 인간에게 필요한 건 영원히 반복되는 인생도 받아들일 수 있는 행복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런 행복은 그냥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눈앞에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는 사람만이 그런 행복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읽을수록 무겁고 가벼운, 단짠단짠이 가득한 소설입니다.


인생을 살며 영혼이 떨릴 만한 행복을 한 번이라고 경험했다면,

그 때문만이라도 영원한 인생이 필요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삶이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번 (p. 332)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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