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미도르 1~5 세트 - 전5권 - RETRO PAN
김혜린 지음 / 거북이북스(북소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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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에 태어난 저자는 1980년대의 정서를 담은 "북해의 별"로 데뷔했습니다. 이후 "비천무", "불의 검", <테르미도르> 등 장대한 역사를 배경으로 한 운명과 사랑, 권력과 투쟁을 그려내 호평을 받았습니다. 35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출간된 로맨스판타지 <테르미도르>를 보겠습니다.



남프랑스 툴롱의 황금빛 레몬 나무숲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뛰어놀던 소르뉴 백작가 소녀 알뤼느와 신분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플로비에 후작가 소년 줄르가 있습니다. 그 둘은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맺어주었고, 친하게 지내며 우정을 쌓았습니다. 레몬 나무숲에 정신 나간 엄마를 위해 레몬을 훔친 보스코 수도원 비쇼 신부의 사동 유제니가 붙잡힙니다. 줄르는 소년을 놓아주라고 했고, 유제니는 반항적인 눈빛으로 그들을 보고는 도망갑니다. 그것이 셋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1789년 7월 14일 파리 바스티유 감옥의 함락으로 프랑스 대혁명이 시작되었고, 그 소식은 지방으로 확산되어 갔습니다. 귀족들은 폭도들을 피해 망명을 했고, 전부터 시대에 의문을 품은 줄르는 대학 친구들과 토론을 하며 평화적인 혁명을 원했으나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툴롱에서도 폭동이 일어나고 알뤼느는 혁명을 지지하는 줄르의 생각에 반대합니다. 폭동으로 다치고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항변할 수 없었던 줄르는 비겁한 자신을 느꼈으나 폭도들을 피해 도망친 가족들을 보내고 홀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알뤼느의 집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그곳에서 폭도들의 대장 격인 유제니를 만납니다. 폭도들이 알뤼느에게 다가가자 줄르는 몸싸움을 걸었고, 건물이 무너지면서 알뤼느만 빠져나왔습니다.


하인 집에서 정신을 차린 알뤼느, 유제니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그가 있다는 수도원으로 갔으나 그는 이미 파리로 떠났다고 합니다. 해를 넘기면서 혁명은 계속 진행되었고, 그 바퀴는 광적인 희망과 혼란을 양 축으로 한 채 미친 듯이 굴러갑니다. 아직 국왕이지만 아무것도 아닌 루이 16세,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왕당파와 새로운 관념으로 무장한 혁명가들의 치열한 파워 게임 속에서 알뤼느는 파리에서 노래를 하며 유제니를 찾습니다. 1792년의 프랑스는 시민혁명을 비난하고 위협하는 왕비 앙투아네트의 모국 오스트리아에 선전포고를 했고, 7월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더욱 혼란한 상황이었습니다. 독일 라인란트에 집결해 있는 망명 귀족들의 음모와 유럽 열강의 위협 속에 70여만의 프랑스 젊은이들이 국격의 전선에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알뤼느는 드디어 유제니를 만났고, 접근해서 독이 든 술을 권하고 단도로 위협을 했으나 실패합니다. 그녀는 곧 도망쳤고 유제니는 같은 조직이라는 그녀를 의심하며 조사를 합니다. 알뤼느가 속한 조직이 노출되었고 혁명 지도자들은 튈르리 궁에 칩거해 있던 루이 16세의 폐위를 요구하며 습격합니다. 루이 16세 일가는 탑에 유폐되었고 눈치를 살피던 입법의회는 과격파의 요구대로 국왕의 권리 정지를 선언합니다.


대중 선동가이며 혁명 그 자체인 남자인 쟝 폴 마라의 원고나 문서를 살피는 줄르가 등장합니다. 죽었던 줄로만 알았던 줄르는 사촌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났던 것입니다. 이제 이 세 명의 앞날엔 또 어떤 역사가 기다리고 있을지, <테르미도르>에서 확인하세요.




<테르미도르>는 1988년 순정만화잡지 '르네상스'에 첫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순정만화라는 이름처럼 대부분의 만화가 사랑 이야기를 그린 것에 비해 <테르미도르>는 순정만화도 이렇게 깊고 넓을 수가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고, 외국에 수출되어 더욱 화제가 된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단순하게 요약하면 주인공들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이지만, 신미양요와 조선 후기 외세들의 지배라는 혼란한 시대 상황과 맞물려 안타까운 마음에 더욱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그것처럼 <테르미도르>도 프랑스대혁명이라는 광기와 저항, 유혈의 시대에 주인공들의 엇갈린 운명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평안한 시대였다면 평범하게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끝맺을 텐데,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 휘말려 만났다 헤어지고, 다시 스쳐 지나가서 보는 독자로 하여금 마음을 애타게 만듭니다. 또한 곳곳에 그 시대의 혼란한 상황을 알려주어 작가의 인문학적, 역사적, 문학적 지식에 감탄하게 됩니다. 이래서 명작이고, 한국 순정만화에 큰 울림을 주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 거북이북스 'RETRO PAN 명작 복원 프로젝트'에서 나올 또 다른 명작들을 기다리겠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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