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너희 세상에도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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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소설집 "다이웰 주식회사", "양꼬치의 기쁨", 창작동화집 "나무가 된 아이", SF 동화 "우리 할머니는 사이보그", 소설 "얼음 속의 엄마를 떠나보내다", "평범한 아이들" 등을 썼습니다. 2018년 제5회 과학소재 장르문학 단편소설 공모에서 "미래의 여자"로 우수상을 받았고, "푸른 머리카락"으로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으며, "다이웰 주식회사"에 수록된 단편은 2019년 미국 SF 잡지에 번역, 소개되었습니다. 저자가 쓴 소설집 <부디 너희 세상에도>를 보겠습니다.



첫 번째, '반짝이는 것'은 일명 좀비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ACAS 바이러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후천성 심정지 증후군으로 이 병의 감염자는 심폐기능은 정지되지만, 뇌가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식욕만 남은 상태로 살아가야 합니다. 감염률이 0.04%에도 미치지 않는 질병이 7년 전 갑자기 한날한시에 많은 사람들에게 발현이 되었습니다. 그날 감염된 사람들 사이에 있던 일규의 아내는 감염자로 오인되어 겁에 질린 헌병의 총에 맞아 즉사했고, 형편이 어려운 아들 내외가 이 사실을 알고 국가에 보상금을 받아내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현재 감염 증세가 나타나 보건소에 가서 전염성을 없애주는 주사를 맞고 감염자로 등록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들 가족은 그 사실을 알고 갑자기 친절하게 대하며 함께 밥을 먹자고 했고 수면제를 태워 그를 양재천에 버렸습니다. 안락사를 시킬 수도 그렇다고 자기 손으로 끝낼 자신도 없는 이들이 감염자를 유기하는 곳, 바로 양재천입니다. 그곳에서 눈을 뜬 일규는 안락사를 시켜준다는 다이웰 주식회사를 찾아가기로 결심합니다.


네 번째, '화면 공포증'은 다른 소설집에서 읽었던 단편이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화면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증상인 화면 공포증은 일단 발생하고 나면 단계적으로 증상이 심화된답니다. 화면을 보면 불쾌감이 들고 눈의 피로, 두통, 구토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1단계부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검은 점을 보는 2단계, 환청이 들리는 3단계, 환각을 보거나 호흡곤란 증세를 호소하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4단계를 지나, 마지막 화면에 충돌하는 5단계가 있습니다. 화면을 특히 많이 보는 사람에게서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밝혀진 치료법은 없습니다. 처음엔 괴담인 줄 알았는데 주인공 나도 영화관에서 이를 목격했고, 다음날부터 나한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납니다.


마지막이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부디 너희 세상에도'는 소설가인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입니다. 평소에도 소재를 찾기 위해 주변을 관찰하는데, 어느 날 목욕탕에 가서 누군가가 구토를 하며 들어옵니다. 그 사람은 갑자기 목욕탕의 사람들을 공격합니다. 탕 안의 소동, 황록색 토사물, 충혈된 눈, 다른 사람을 물어뜯는 사람들, 연결되지 않는 긴급전화, 이 모든 것을 종합해 보니 좀비 바이러스가 나타난 것입니다. 


소개한 이야기의 남은 부분과 다섯 편의 이야기를, <부디 너희 세상에도>에서 읽어보세요.



<부디 너희 세상에도>는 디스토피아 단편이 실린 호러 SF 소설집입니다. 일명 좀비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반짝이는 것', 평생 자신만의 것을 가지고 싶었던 주인공이 그녀만의 숟가락을 발견하며 살인을 하는 '에이의 숟가락', 지혜로운 나무로 알려진 거대한 뇌가 달린 나무를 탐내는 독재자를 그린 '뇌의 나무', 화면을 보면 불쾌감이 들어 결국 머리를 들이박아 죽게 되는 화면 공포증에 번진 일상을 그린 '화면 공포증', 어느 날부터 느껴지는 기시감을 미래로부터 온 메시지라 생각해 정말 따르게 되는 '미래를 기억하는 남자', 갑자기 나타난 학교 교탁에 나타난 벌레를 만지자 잡아먹히고 그 벌레는 이름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이름 먹는 괴물', 타인을 죽이라고 명령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목소리', 갑자기 나타난 좀비 바이러스를 관찰하는 소설가인 내가 깨닫게 되는 '부디 너희 세상에도'까지 여덟 편의 이야기를 이 책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각 단편을 읽다가 이야기 마지막에 흠칫하며, 잠시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건 그만큼 작가가 흡입력 있게 글을 썼기 때문이겠죠. 지금 현시대와 비슷한 상황에서 바이러스나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는 내용들이라 더욱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생각에 눈을 떼기가 힘듭니다. 그만큼 소설이 그리고 있는 이 사회가 얼마나 손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기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게 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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