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터 허블청소년 1
이희영 지음 / 허블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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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로 2013년 제1회 김승옥문학상 신인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한 저자는 2018년 "페인트"로 제1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같은 해 "너는 누구니"로 제1회 브릿G 로맨스릴러 공모전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외에도 "나나", "보통의 노을", 챌린지 블루", "썸머썸머 베케이션" 등을 썼습니다. 그럼, <테스터>를 보겠습니다.



인공장기가 세상에 선보인 지 수십 년이 지났습니다. 애타게 기증자를 기다리던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세상에 절대적으로 완벽한 것은 없었습니다. 종종 인공장기의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있었고, 그런 이들을 위해 개발한 것이 이종 간 장기이식 동물이었습니다. 사람에게 장기를 이식할 목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이미 인간과 흡사한 장기를 지니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동물들을 가리킵니다. 거대 바이오 회사와 생명공학자들은 실험과 연구를 거듭했고, 그 과정에서 지구상에 멸종된 동물을 복원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멸종된 검은 코뿔소, 붉은 늑대, 골드 타이거, 코끼리거북이 등이 홀로그램을 뚫고 되살아났고,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쏠렸습니다. 한국의 토종 새인 레인보우 버드는 동굴 속에서 살았고, 발광하는 꼬리 깃털로 인해 20세기 초에 멸종되었습니다. 레인보우 버드를 복원해 빛나는 꼬리로 새들의 루미나리에를 구현한다는 스토리를 담아 관광사업을 진행하려던 중에 본부장이 복원된 아기 새 다섯 마리를 가까이에서 보다가 부리에 쪼여 손끝에 피가 맺혔습니다. 꾀꼬리 몸속에 있던 바이러스와 레인보우 버드 DNA에 잠들어 있던 바이러스가 결합해 이 상처를 통해 침투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의 바이러스와는 차원이 다른 슈퍼 바이러스(RB 바이러스)가 탄생했습니다. 바이러스 특성상 치사율이 높을수록 전파력은 떨어졌고 상처에 침투한다거나 수혈이나 성관계를 통해서만 감염되었습니다. 먼저 증상을 보인 건 새에게 손을 물린 남자였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 몇 달 만에 갑자기 죽었고, 그가 세상을 죽은 지 3개월 후에 아내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임신 중이라 약을 먹지 않았고 병원에 이송되어 1.2kg의 이른둥이가 태어났습니다. 산모는 이미 죽었고 아기는 인공포궁으로 들어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산모에게 침투한 바이러스는 결국 탯줄을 통해 태아에게 전해져서 아이의 목숨은 지킬 수 있었습니다. 바이러스가 다시금 새 보금자리를 찾아낸 것입니다.


마오는 알비노였습니다. 아니 보통의 백색증 환자보다 훨씬 더 하얗고 투명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햇빛을 볼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눈이 부셔 시력이 쉽게 저하되고, 살갗에 햇볕이 조금만 닿아도 붉게 부어올랐습니다. 불에 덴 듯 뜨거운 통증도 느껴졌습니다. 이 밖에도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많습니다. 작은 먼지에도 기침이 터져 나왔고, 조금만 무리를 해도 피로가 밀려들었습니다. 면역력 또한 최악이라, 가벼운 감기가 폐렴이 되는가 하면, 살짝만 부딪혀도 온몸에 멍이 들었습니다. 한번 출혈이 시작되면 쉽게 멈추지도 않았습니다. 마오가 생활하는 공간은 24시간 살균과 소독, 공기 정화를 하는 클린 하우스입니다. 공기 정화는 언제나 최고 수준으로 유지되어 집을 벗어나면 1시간도 채 안 돼 피로와 두통이 몰려들었습니다. 셀 수 없이 많은 신약을 복용하고 주사를 맞았습니다. 어느 정도 효험을 보이는 치료제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더 큰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마오의 병을 고쳐줄 완벽한 치료제는 아직입니다. 이곳에서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어릴 때부터 가정용 메이드봇 보보와 함께 사는 마오는 회장님인 할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연구소를 차려 치료제를 만드는 것을 알기에 참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다른 감염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레인보우 버드를 복원시키고 바이러스를 알기 전 동굴 투어 홍보를 위해 이벤트 투어가 시작되었습니다. 그사이 동굴에 들어간 관광객 중 아기를 안은 아빠가 아름다운 새를 가까이에서 보여주기 위해 손바닥에 먹이 주는 체험을 자원했고, 아기가 호기심에 손을 뻗자 새는 놀라서 발톱으로 아빠의 손을 할퀴고 거친 날갯짓으로 아기의 귀에 상처를 입혔습니다. 찰나의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감염되어 부모는 모두 사망했고, 아이는 살아있다고 합니다.


변종이 잘 생기는 RB 바이러스는 숙주마다 다른 증상이 나타났고, 이는 개개인에게 맞춤형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개인을 위한 치료제를 만들 수 없다면 방법은 한 가지뿐입니다. 둘의 상태를 강제로 똑같이 맞추면 그만입니다. 윤리적으로는 말이 안 되지만, 윤리를 판단하는 것도 인간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회장은 화성 관광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지구를 떠나며 무언가를 지시합니다.


숲속의 완벽한 집에서 갇혀 지내는 마오가 알아내는 진실은 무엇인지, <테스터>에서 확인하세요.




과학기술의 발전과 진화가 불러올 부작용을 걱정하면서도, 그 편리함에 취해 사는 게 인간입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것들의 대부분은 과학기술의 발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연구들도 소외된 인류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결국 돈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 이용할 뿐입니다. <테스터>의 지구는 인공장기와 인공피부를 만들고, 인간과 똑같은 장기와 피부를 지닌 동물까지 태어나게 합니다. 달을 식민지화하고, 머지않아 화성도 제2의 지구로 테라포밍할 것입니다. 막대한 천연자원이 묻혀 있는 행성을 찾아낼 것이며 더 큰 우주를 정복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는 그렇게 흘러왔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곳을 발견하고, 개척하고, 건설해 유한한 인간의 삶마저 연장하는데 성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처음의 의도와는 다른 것들이 생겨납니다. 하지만 그것의 피해를 받는 것은 항상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입니다. 그것은 지금의 지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후 위기의 피해를 받는 곳은 태평양의 섬들과 아프리카 나라들처럼 힘없고 약한 곳들입니다. 그들은 생명의 위협을 시시각각 느끼고 지금도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태풍, 홍수 등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모두에게 공통하게 주어진 것들입니다. 물리적 흐름은 공평해도 그 시간의 빛깔은 모두 다릅니다. 누군가는 투쟁으로 삶의 거친 파도를 뛰어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오히려 그 파도를 즐깁니다. 내가 있는 이곳이 절대로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 언제고 그 희생양이 나로 바뀔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명심하라고 이 책은 알려줍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세상이 더 좋아진다면,

당연히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게 인간이다.

그 누군가가 자신이 아니어야 한다는 절대적 조건하에서 말이다.

(p. 253)


어쩌면 세상을 움직이는 건

첨단 과학기술도, 의학의 발전도 아닐 것이다.

작은 희생조차 막아서려는

누군가의 연약한 두 팔인지도. (p. 256)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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