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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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인 저자는 1973년 일본 야마가타현에서 태어났습니다. 2008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 <달팽이 식당>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베트남어 등으로 번역 출간돼 누적 100만 부 이상 발행하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2010년 동명의 영화가 제작돼 큰 사랑을 받았고 2011년 이탈리아의 프레미오 반카렐라, 2013년 프랑스의 외제니 브라이제 등 유력 문학상을 잇따라 수상하면서 저자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습니다. "라이온의 간식", "츠바키 문구점", "패밀리 트리", "양식당 오가와" 등을 썼습니다. 그럼 10여 년 만에 개정판으로 출간된 <달팽이 식당>을 보겠습니다.



주인공 린코가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아무도 없는 빈집이 되었습니다. 텔레비전도 세탁기도 냉장고도 형광등도 커튼도 현관 매트도 주방 도구도 모조리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15살에 엄마와 살던 집을 떠나 도시에 있는 외할머니 집에서 함께 지내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의기소침해 있던 차에 아르바이트하던 음식점 옆 인도 음식점에서 일하던 인도 사람인 남자 친구와 사귀게 되었고, 이곳은 그와 3년째 같이 살던 보금자리였는데 한순간에 사라졌습니다. 할머니의 소중한 유품인 겨된장과 바구니만 남긴 채로요. 남은 돈을 털어 심야 고속버스 표를 사서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어젯밤 텅 빈 집의 문을 연 순간부터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마치 음량을 0으로 둔 것처럼 목소리를 잃었습니다. 조금 놀랐지만 슬프지 않았고 아무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차라리 잘 되었다고 린코는 생각했습니다. 이제 자신에게만 들리는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합니다.


엄마의 비상금을 발견해 그 돈을 갖고 도망쳐서 한 번 더 어딘가 낯선 지방으로 가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랬는데 엄마가 키우는 돼지가 린코에게 달려들어서 엄마가 알았습니다. 계획은 무산되었고 집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는 대신에 돼지 엘메스를 돌봐야 한답니다. 하지만 식비, 난방비, 월세 등은 별도로 내야 하니 린코는 일을 구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하던 차에 이 집 창고를 빌려 작은 식당을 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린코는 요리라면 잘할 수 있고 자신도 있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어버렸지만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레시피들은 모두 린코의 혀에 남아 있습니다. 다양한 음식점에서 쌓아온 경험도 린코의 몸과 피, 살, 손톱 사이에 나이테처럼 새겨졌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창고를 빌려달라고 했고 엄마는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하라는 글을 남깁니다. 창업 자금은 엄마에게 높은 이자로 빌렸고 이제 린코는 자신의 오랜 꿈을 실현시키기로 합니다.


린코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학교 임시 직원이었던 동네 사람 구마 씨가 자신의 일처럼 지원해 주었습니다. 사람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을 되찾을 수 있는 비밀 동굴 같은 장소를 만들기 위해 한 달 정도 작업을 했고 식당 열 준비는 끝났습니다. '달팽이 식당'으로 이름을 정하고, 하루 한 팀만 예약을 받는 식당으로 운영합니다. 식당을 도와준 구마 씨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어떤 음식을 먹고 싶은지 물었고, 그는 딸을 데리고 떠난 아내가 해준 카레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린코는 그녀의 카레를 구현해내려고 하다가 포기하고 자신만의 카레를 만들기로 합니다. 마음속으로 무릎을 꿇고 부디 무사히 맛있는 카레를 만들도록 도와달라며 요리의 신에게 기도를 합니다. 린코가 만든 석류 카레를 맛본 구마 씨는 처음 먹어본 카레라며 극찬을 했고, 다음 날 딸과 도시로 나갔던 구마 씨의 아내가 기적처럼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그녀는 두고 간 물건을 찾으러 돌아온 것뿐이라지만 구마 씨는 이 모든 것이 석류 카레 덕분이라고 연신 린코에게 고맙다고 합니다. 이후 구마 씨는 일 년 내내 상복을 입고 지내는 옆집 할머니를 모시고 와 린코의 음식을 맛보게 했고, 할머니는 상복이 아닌 옷을 입고 외출하고 지팡이도 짚지 않고 걸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구마 씨는 할머니가 몹시 행복해했다며, 이 모든 것은 이곳에서 린코의 요리를 먹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달팽이 식당의 요리를 먹으면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그럴듯한 소문이 조금씩 이 마을 저 마을 사람들에게로 퍼지게 되었습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식당을 다녀간 손님들의 이야기를 <달팽이 식당>에서 확인하세요.




어느 날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니 동거하던 남자친구와 함께 살던 집이 텅 비었습니다. 그와 함께 식당을 차리려고 모아 둔 돈과 집에 있는 물건들을 모두 가져가고, 집 열쇠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충격으로 목소리를 잃은 주인공 린코는 10년 만에 고향으로 내려갑니다.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떠난 뒤로 한 번도 찾지 않았던 고향엔 엄마와 반려동물 돼지가 살고 있습니다. 엄마는 린코에게 숙박비를 내라고 하고, 요리가 자신 있었던 그녀는 엄마에게 돈을 빌려 '달팽이 식당'을 차립니다. <달팽이 식당>은 특이한 곳입니다. 한적한 시골에 하루에 한 팀만 손님을 받습니다. 메뉴판도 없고 식당 주인이자 요리사인 린코가 사전 면담이나 상담을 한 후 손님의 사연에 맞는 음식을 만듭니다. 식재료부터 하나하나 혼을 담아 정성껏 요리를 합니다. 이렇게 먹는 사람의 행복을 빌며 요리를 만들어서인지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 납니다.


개정판인 이 책에는 원작에 잠시 언급된 남자 커플의 이야기를 새롭게 실었습니다. <달팽이 식당>같은 느낌의 식당을 미디어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일반 식당이나 프랜차이즈 식당과 다르게 요리 하나에도 시간과 정성을 쏟는 곳이다 보니 먹는 사람도 빨리 먹어선 안 되겠더라고요. 한 입 한 입, 정성껏 씹어 그 맛을 음미해야 만드는 분의 정성에 보답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전 빨리 대충 먹는 스타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런 곳의 음식을 보면 너무 과한 게 아닌가 했습니다. 하지만 린코가 먹는 이의 행복을 빌면서 요리한다는 글에 주부인 난 그동안 이런 생각으로 음식을 요리한 적이 있었나 반성하게 됩니다. 먹으며 행복한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요리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제 절대 돌아오지 않는 것.

하지만 이렇게 언제까지나 남아 있는 것.

그리고 이 세상에는 앞으로 끈기 있게 찾다 보면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잠들어 있다. (p. 265)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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