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정온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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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한 저자는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작가가 되어 쓰고 싶은 글을 계속 쓰기 위해 고군분투 중입니다. 이미예 작가가 추천하고 K-스토리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인 <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를 보겠습니다.



인공지능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면서 인공지능에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는 계층과 그 정보를 이용하는 계층으로 나뉘고 빈부격차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노력해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거나, 알 수 없는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로 매년, 매달 자살률은 치솟기만 했습니다. 차마 세기 어려울 만큼 수많은 죽음 중, 전혀 불행해 보이지 않았던 40대 여성 이지은이라는 한 개인의 죽음이 준비된 법령에 이름을 가져올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지은의 죽음 직후 대한민국에서는 자살 방지법, 속칭 '이지은 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이로써 자살은 도의적 측면으로 볼 때뿐 아니라 법적으로도 엄격한 금기 사항이 된 것입니다. 스스로 죽기를 선택한 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재판을 받습니다. 그리고 재판 결과에 따라 치료 보호에서 징역형까지 양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일주일에 20시간 이상 정부가 지정한 단순노동을 해야 합니다. 이지은 법이 처음 입법 예고되던 날 사람들은 그래봤자 죽으면 끝이 아니냐고 생각했으나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수명뿐 아니라 죽음 자체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비밀리에 개발 중이던 타임머신이 국내에서 가장 먼저 완성되었고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은 30분 전이 최대였습니다. 그러나 수십 번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3시간까지 시간을 늘린 정부는 비밀리에 국제 및 국내 정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미미한 범위 내, 공익적 목적에 한하여 타임머신을 사용할 것을 약속하고 국제기구와 협상을 완료했습니다. 일급 기밀 사항이라는 명목하에 타임머신은 자살로 인한 사망자를 구조하는 목적으로만 사용하기로 결정되었습니다. 해당 업무를 관리하는 생명보호처는 비밀리에 업무를 수행하는 팀의 이름을 '자살 예방 TF팀'으로 명명하였고 이지은의 딸 이회영, 자신이 보험 사기라고 판단한 사고 환자가 억울하다며 자살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온 남연우 팀장, 중학교 절친이 입시 스트레스로 자살하고 친구 몫까지 더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희태가 이 팀의 일원입니다.


이회영은 엄마가 돌아가시고 몇 주가 지난 어느 날 엄마의 가장 친했던 친구이자 생명보호처의 상사인 임 처장님이 상자를 주었습니다. 당시 스마트워치의 유행이 사그라든 시기였기에 일반 시계와 다르다는 이야기에도 감흥이 없었습니다. 시계를 차자 자신을 D-110이며 편하게 D라고 불러달라는 음성이 들립니다. 평소 아날로그시계로 위장한 D는 내가 일어나면서 잠들 때까지 비서 역할을 합니다. 이회영은 D의 기능이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습니다. 2030년인 지금 대한민국은 미세 먼지를 공기 중에서 깨끗한 정수로 바꾸어 내리게 하는 화학물질이 개발되어 드론을 이용해 매일 밤 하늘에 흩뿌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정 이후에는 항상 옅은 비가 내리고, 다음 날 아침이면 깨끗한 공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회영은 엄마가 죽은 이후 3년 동안 같은 엄마가 나오는 꿈을 반복해서 꿉니다. 그런 회영의 모습에 걱정이 된 임 처장님이 이 자리를 제안했고 이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남 팀장님 자리 너머 벽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있습니다. 업무에 없어서는 안 되는 구조 알림판으로 알고리즘을 통해 구조 대상자가 선정되면 이 모니터에 사고 현장의 정보가 나타납니다. 또한 즉시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대상자의 프로필 등이 전송됩니다. 그렇게 알람이 오면 3명의 팀원은 하드웨어, 즉 안경처럼 착용하는 타임머신을 끼고, 현장에 출동에 사망 추정 시각을 감식 요원에게 들은 후에 해당 시간으로 시간 여행을 합니다. 그리고 자살 수배범으로 체포하고, 법의 처분에 맡깁니다. 그런데 어느 날 D가 하드웨어 타임 리프 가능 기간이 10년 전까지 설정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 말을 들은 회영은 하드웨어를 다시 착용하고 엄마가 죽었던 그 시간으로 시간 여행을 합니다. 하드웨어를 타고 다시 돌아간 곳에서, 열린 문으로 들어간 그곳은 회영이 매일 꾸는 악몽 속입니다. 하드웨어 사용 승인 이전에 발생한 자살은 막을 수가 없도록 법제화되어 있어 시스템에서 그 장소를 막았답니다. 그래서 이렇게 꿈같은 상태로 보인답니다. 그렇게 몇 번의 시도를 했으나 회영은 엄마를 구할 수 없었고 구조가 끝날 때마다 남몰래 하드웨어를 이용해 홀로 도피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찾았습니다. 세상을 아무것도 변화시키지 않고 돌아올 수 있으면서도 위안이 되는 그 순간을요.


회영은 허가받지 않는 시간 여행을 계속하는데, 과연 들키지 않을 것인지, 회영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에서 확인하세요.




자살방지법이 제정된 미래의 대한민국이 배경이 된 <자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를 읽으며 자살이 법의 재판을 받아야 할 죄가 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살한 사람들의 지인들은 그의 죽음에서 오는 감정들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고 나쁜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강제적으로 자살을 막고 재판을 한다고 해서 자살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엔 회의가 듭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주변과의 단절이라고 들었습니다. 그에게 요즘 어떤지, 괜찮은지 물어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거라고 합니다. 그러니 사각(死角) 지대가 관심이나 영향에 미치지 못하는 곳을 이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한자어처럼 죽을 수 있는, 그 정도로 심각한 것을 이르는 말임을 유념하고 내 주변의 사각지대는 없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겠습니다.


나를 위해 시간과 마음을 써주는 사람들이

아직 이곳에 있기에

그리고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나를 위해서라도

더는 도망치며 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의 나를 위해서는 현재의 내가 바뀌어야 한다. (p. 240)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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