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이라는 신화 - 인류를 현혹한 최악의 거짓말
로버트 월드 서스먼 지음, 김승진 옮김 / 지와사랑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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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의 행동과 인간의 진화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인 저자는 1972년 듀크대학에서 인류학 박사를 받은 뒤 1973년부터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학 인류학과 교수로 40년 넘게 재직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여우원숭이의 행동과 생태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해, 영장류와 인간의 기원, 인종 개념과 인종주의의 역사 등으로 관심사가 확대되었으며, 인종의 문화적 개념을 고찰함으로써 우생학 운동을 비판하고 인종 간 차이에 생물학적 기반이 없다는 과학계의 합의를 일구는 데 인류학자로서 기여했습니다. 미국과학진흥협회는 2018년부터 학문적 기여가 큰 인류학자에게 저자의 이름을 딴 로버트 W. 서스먼 인류학 상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자가 쓴 <인종이라는 신화>를 보겠습니다.



발생학자 아우구스트 바이스만은 자신의 실험 결과를 토대로, 바이스만은 '생식세포'가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없으며 변화되지 않은 채로 다음 세대에 전승된다고 주장했습니다. 20세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바이스만의 실험은 당시 재발견된 멘델의 유전 이론과 맞물려서, 그리고 인간 삶에 유전이 차지하는 역할에 두드러지게 무게가 실리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우생학이라는 용어와 우생학 운동은 모두 프랜시스 골턴에서 나왔는데, 골턴은 찰스 다윈의 배다른 사촌으로 여러 분야에 기여했으며 기사 작위도 받았습니다. 골턴은 1883년에 '태생이 좋은'이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에서 가져왔으며 인간 종의 개량을 위한 체계적인 육종이 가능할 뿐 아니라 바람직한 목표라고 보았습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나오고 사회적 다윈주의가 인기를 끌면서 지배층 인사들이 인간 행위의 생물학적 결정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멘델 유전학의 재발견은 이런 견해를 한층 더 강화했습니다.


그렇게 맹위를 떨친 우생학은 보아스의 인류학적 문화 개념과 패러다임의 변화, 이주민의 증가와 사회와 문화의 변화로 인해 그 영향이 감소했지만, 1937년 3월 드레이퍼가 세운 '파이오니어 재단'은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고 생물학적 결정론과 우생학을 촉진하는 프로젝트에 주요 자금원이 됩니다. 설립 당시 파이오니어 재단이 외부에 표방한 목표는 최초의 13개 주를 건설한 사람들의 후손인 부모들에게 자녀 교육비를 지원하고, 인간 유전 및 인간 우생학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일반 대중들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21세기까지 파이오니어 재단이 후원하고 추진한 여러 프로젝트들을 소개합니다.


파이오니어 재단은 미국 전역에서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자 엄청난 노력을 기울입니다.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사람들이 흑인의 본성이 백인과 상이하며 그들이 열등한 것은 유전 때문이지 환경 때문이 아니라고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이민 제한 법제화에 힘을 쏟고, 인종주의적 프로파간다를 지속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단체들을 지원합니다. 파이어니어 재단, 새로운 세기 재단, FAIR 같은 조직들은 오랜 인종주의 이론을 성공적으로 대중의 눈과 마음에 밀어 넣었고, 20세기 초의 우생학 운동이 추구했던 목적을 지금도 추구하고 있습니다. 드레이퍼 중령은 새로운 편견의 세대에 유산을 남겼습니다. 이들은 미국을 완전히 뒤집어서 인종주의적인 사회로 만들려는 시도에서는 실패했지만, 500년간 이어진 혐오와 불관용의 전쟁에서 이기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인종주의는 우리 일상에 속속들이 스며 있습니다. 내가 어디에 사는지, 어느 학교를 가는지, 어떤 직장이나 직업에 종사하는지, 누구와 상호작용을 하는지, 사람들이 나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의료 시스템과 사법 시스템이 어떻게 나를 대하는지 등등 모두가 내 인종이 무엇인지에 영향을 받습니다. 지난 500년 동안 우리는 인종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특정한 방식을 학습해 왔습니다. 우리는 인종주의적인 사회에서 살아갑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은 인종주의적 구조가 실제에 토대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복잡성이 높은 인간 행동 중 흔히 '인종적' 특징이라고 여겨지는 것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밝혀진 행동은 하나도 없습니다. 하지만 지난 500년 동안 많은 지식인들과 그들이 내놓은 저술들이 인종주의 신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인종이라는 신화>에서 서유럽과 미국에서 인종주의적 사고가 갖는 역사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인종주의와 인종 개념에 대한 역사를 바로 알면, 오늘날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미래에 어디로 가야 할지도 더 잘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인종이 생물학적 실재는 아니지만 문화적 실재임에는 명확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르지만 주된 차이는 그들이 자라온 환경과 문화 때문이지 불변하다고 하는 모호한 생물학적, 유전적 차이 때문이 아닙니다. 생물학적으로 말해서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종입니다. 이 사실을 이해하고 역사를 알아야만 모든 사람들이 인종과 문화에 관계없이 대우받는 사회를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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