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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단의 목소리 1
정해나 지음 / 놀 / 2022년 10월
평점 :
데뷔작 <요나단의 목소리>가 딜리헙에서 연재되던 중 탁월한 연출과 스토리텔링만으로 화제가 된 저자는 제5회 무지개 책갈피 퀴어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저자의 <요나단의 목소리 1>을 보겠습니다.
경기도 시골에 있는 기독교계 사립학교에 입학한 조의영과 윤선우는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입니다. 기숙사 생활이 의무는 아니지만 교통이 불편해서 통학을 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어 공부에 집중하기 좋은 환경 때문에 대부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이곳에 오거나,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보낸 학생들입니다. 조의영의 성적은 보통이었으나 선우는 전교권에서 노는 학생이며, 학교 성가대원입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예배를 드리는데 성가대원 솔리스트로 목소리가 깜짝 놀랄 만큼 좋습니다. 1학년 때는 주말마다 집을 다녀오는 학생들이 많았으나 선우는 집에 가지 않고 성가대 연습을 했습니다. 성가대 연습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의영도 집에 가지 않고 선우의 연습을 참관했습니다. 연습이 끝나고 같이 저녁을 먹으며 서로의 신상 정보를 주고받았습니다. 1학기가 다 가도록 선우는 집에 가질 않았고 의영도 집에 잘 안 가게 됐습니다. 방도 같이 쓰면서 같이 밥을 먹으며 더욱 친해진 둘은 선우가 약을 먹는다는 사실과 의영이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도 서로 알게 됩니다.
폴더폰을 사용하고, MP3 플레이어로 음악을 듣는 그 당시, 의영과 선우는 서로의 MP3 플레이어를 바꿔서 들었습니다. 선우의 노래 목록에는 가요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것이 이상해 묻자, 부모님이 '세상 음악'이라며 못 듣게 한다고 합니다. 그때서야 의영은 선우가 어떻게 지내왔는지가 궁금해집니다. 선우의 아버지는 목사였고 교회 옆에 집에서 부모님의 목회 일을 도우며 지냈습니다. 그래서 아이돌 음악도 모르고, 자기 전 취침기도를 하고, 욕도 못 했던 것입니다.
선우에게 공책을 빌렸는데 공책에서 떨어진 스티커 사진엔 선우와 여자 주영, 노랗게 염색한 남자 다윗이 함께 있습니다. 친구냐고 물어보자 선우는 친구랑 첫사랑이라고 대답합니다. 선우 입에서 그런 단어가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한 의영이 잘 됐냐고 물어보자 둘이 사귀고 있었다고 대답합니다.
선우는 기억이 안 날 적부터 찬송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담임 목사의 모범적인 아들, 교회 어른들은 모두 선우의 부모님을 부러워했고, 선우는 눈에 띄는 걸 싫어했지만 매주 일요일마다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신도들 앞에 있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는 어느 날, 교회 앞에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고, 노란 머리칼에 담배를 입에 문 남학생이 선우를 불러 천 원만 빌려달라고 합니다. 자신의 이름과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말하는 그 학생은 돈을 갚는다며 자신의 아빠도 목사라고 말합니다. 자신은 기독교가 아니라는 최다윗의 말에 부모님의 종교가 자신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선우는 처음 알게 됩니다. 돈을 진짜 갚으러 온 다윗, 비가 와서 선우의 방에 갑니다. 다윗은 교회를 안 다닌다고 집에서 쫓겨나 고시원에서 사는데 돈이 모자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답니다. 다윗은 용건 없는 문자를 보내는 선우의 첫 친구였고 선우도 다윗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윗은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만나 여자친구가 된 주영을 소개해 주었고, 그렇게 셋은 함께 만나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의영과 선우는 3년 내내 같은 방을 썼습니다. 2학년으로 올라가며 같은 반이 되었고, 진로 희망을 뭘 쓸지 고민하는 선우에게 노래하는 거 싫어하냐고 물어봅니다. 싫어하진 않지만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대답에 하기 싫어지면 관두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부활절 선우는 학교에서 나온 달걀을 다른 친구에게 주었고, 오후 수업 때는 아프다고 조퇴를 하고 기숙사에서 갔습니다. 음악 선생님이 다음 주 부를 찬송가에 솔로 파트 부분을 표시해서 의영에게 대신 전해주었고, 의영은 악보를 건넵니다. '무덤에 머물다'라는 제목의 찬송가에 표시된 부분을 보면서 갑자기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리는 선우는 노래 안 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보지 않았다면 의영은 노래를 하라고 격려했을지도 모릅니다. 선우는 평소 조용하고 차분해서 우울한 것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없어 의식하지 않았는데 이 모습을 보고 선우가 먹는 약이 우울증 약이라는 사실이 생각났습니다. 선우는 다윗이 보고 싶다며 다윗을 만나러 간다고 말합니다. 그제야 선우의 첫사랑이 누구인지 알게 된 의영.
선우와 의영의 이야기는 2권에서 이어집니다.
담임 목사님의 모범적인 아들로 살고 있는 윤선우에게 같은 목사의 아들이지만 교회를 다니지 않는다는 최다윗의 말이 크게 다가옵니다. 다윗은 노랗게 염색하고 오토바이를 몰며 집에서 쫓겨나 고시원에서 생활해 어른들 눈엔 불량학생처럼 보이지만 착한 녀석입니다. 다윗의 여자친구 주영은 교회를 나가지 않는 다윗을 위해 주일 예배뿐만 아니라 수요일 예배도 참석해서 기도를 합니다. 백만 분의 일 확률이라도 지옥이 있다고 하면 다윗을 꺼내 올 거라는 주영의 당찬 말에, 선우는 누군가를 그만큼 사랑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윗과 주영을 만나면서 선우의 일상은 물듭니다. 갑자기 불시에 다가오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선우의 중학교 2학년은 그렇게 지나갑니다. 기독교계 사립 고등학교 기숙사 룸메이트로 만난 윤선우와 조의영, 해맑고 거짓말이라곤 할 줄 모르는 의영과 마음속으로 감추고 말하지 않는 것이 익숙한 선우는 그렇게 친구가 됩니다.
'윤 목사님이 힘든 사역하시니까 하나님이 선우 같은 복을 주셨지, 하나님이 선우를 이렇게 착하고 똑똑하게 키워주셔서 아빠가 맘 놓고 사역하신다, 선우가 알게 모르게 지은 잘못들을 용서해 주시고 내일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 살게 해주세요, 선우가 음악 전공해서 나중에 우리 교회 음악 전도사님으로 딱 오면 정말 은혜로울 텐데, 네 나이 땐 친구 잘 가려 사귀어야 돼.' 등의 말을 듣고 자라면 어떨까요. 사람들은 그냥 하는 말이지만 그 말을 듣는 당사자에겐 얼마나 큰 부담이 되는지, <요나단의 목소리 1>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냥 어른들의 말대로 지내면 되는 줄 알았던 선우가 같은 상황이지만 다른 선택을 하고 다른 모습을 보인 다윗을 마음에 들어 하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 마음의 대상자가 같은 동성이라는 것이 불행이라면 불행이겠죠.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더욱 기대됩니다.
왜 모든 일은 불시에 일어날까?
걔가 내 손을 잡을 줄 미리 알았더라면
그 순간을 더 오래 기억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텐데. (p. 244)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