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입니다
원장경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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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시작은 전자공학도였으나 문학도로 급선회, 영상 시나리오 전공으로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10여 년간 대학 강사와 시트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각본 담당으로서 생계형 글쟁이로 지내 왔습니다. 그럼, 저자의 첫 장르소설 <나는 인간입니다>를 보겠습니다.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자, 한 회사의 직원이고, 한 나라의 국민이자, 한 노부부의 유일한 자식이며, 두 아이의 유일한 아빠인 내게 갑자기 벌어진 일입니다. 보통의 가장들이 그렇듯 퇴근 시간 넘어 일하기 일쑤고, 주말에도 일하러 나가는지라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볼 시간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날도 갑자기 잡힌 회식을 마치고 회사 주차장에 가서 대리기사를 불렀는데,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는 전화를 받고 그곳까지 조심히 차를 끌고 갔습니다. 갑작스러운 두통과 몸 여기저기가 아프고, 매캐한 공기 냄새, 겨우 눈을 뜨니 주변은 온통 구겨져 있습니다. 허둥지둥 차에서 기어 나오는데 앞엔 차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매일 입는 흰 셔츠와 검은 정장 바지는 찢어져 있고, 그곳을 매만지는데 내 피부색이 이상합니다. 사이드미러를 꺾어 얼굴을 보니 눈 흰자는 충혈된 회백색이고, 검은자는 먹구름 낀 것처럼 어지러웠습니다. 피부색은 초록과 보라가 곰팡이처럼 섞여 있습니다. 보고 있어도 믿기 힘든 내 모습에 갑자기 들린 퍽 소리, 이마를 만지니 구멍이 있고, 그대로 바닥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다시 정신이 들었습니다. 스무 명 정도의 중무장한 사람이 다가옵니다. 처음 보는 옷차림과 무기와 군화를 지닌 그들이 내 앞에 오더니 생긴 것을 보라며 죽은 것 같다고 중얼거리며 갑니다. 그들이 그렇게 나를 지나쳐가는데 갑자기 사방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면서 '그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들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믿을 수 없는 높이로, 하늘을 나는 것 같기도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몰려갑니다. 나는 라디오 켜진 자동차에서 나온 뉴스에서 지금의 사태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감염된 괴물은 피부색이 변하고 힘이 비정상적으로 세지며 이성을 잃은 채 사람을 공격하고 깨문답니다. 감염자들은 뭉쳐 다니고, 비감염자들은 서울 남부로 대피 중이랍니다. 난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깼다가를 반복하며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가족들을 줄곧 생각했습니다. 결국 몸을 일으켜 집으로 갔습니다. 이미 가족들은 대피했고, 난 가족들을 만나러 가기로 합니다. 세면대에 아내가 놔두고 간 결혼반지를 끼고, 가족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밖으로 나가니 세상의 냄새가 더욱 잘 맡아집니다. 특히 미세하게 섞여 있는, 끌리는 냄새가 맡아지는데, 사람 냄새입니다. 냄새를 쫓아가다 세 가족을 감염자로부터 구해주고, 다시 어디론가 달려갔습니다. 그러다 무리 지어 달려가는 그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사람에게 덤벼들어 물어뜯고, 사람은 산 채로 뜯기고, 뜯긴 사람이 잠시 후 다시 일어나 비틀거리며 변해버린 피부로 두리번거리고, 맘껏 먹은 녀석들은 행복한 듯 쓰러져 잠듭니다. 난 그들 속에 숨어 가족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난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을지, 가족은 변해버린 내 모습을 알아볼지, 감염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지 등은 <나는 인간입니다>에서 확인하세요.




인간을 인간으로 규정짓는 것은 무엇일까요. 동물의 일원이지만 다른 동물에서 볼 수 없는 고도의 지능을 소유하고 독특한 삶을 영위하는 고등동물이라는 사전의 뜻처럼 생각을 할 수 있는 동물을 인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생각만 하면 전부 인간인가요. 그전까진 인간은 당연히 인간이기에 정의를 내릴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SF 소설, SF 영화에서 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 인조인간 등이 등장하면서 이들과 인간은 무엇이 다른 것인지를 구분 지을 필요가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나는 인간입니다>에서 나오는 감염자와 인간은 어떻게 구분 지을 수 있나요. 모습은 인간과 다르지만 주인공처럼 감염 전 기억을 가지고 있고,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인간이라고 생각해야 할까요. 하지만 책의 화자가 괴물이 된 주인공의 시점에서 전개되기에 독자들은 그가 인간이라고 느껴지지만, 주인공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어떤 생각과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비감염자에겐 주인공은 여전히 괴물이고 감염자입니다. 또한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겉모습은 인간이라도 마음이 괴물인 사람도 있습니다. 인간을 인간으로서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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