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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사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9월
평점 :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저자는 첫 작품 발표 이후 20년이 조금 넘는 작가 생활 동안 35편이라는 많은 작품들을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소재, 치밀한 구성과 날카로운 문장으로 매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얻고 있습니다. 1958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일본 전자회사인 '덴소사'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틈틈이 소설을 썼습니다. 1985년 "방과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전업작가가 되었습니다. 1999년 "비밀"로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2006년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소설부문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제7회 중앙공론문예상, 2013년 "몽환화"로 제26회 시바타렌자부로상, 2014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제48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2001년에 발표된 이 작품이 <외사랑>이란 이름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니시와키 데쓰로는 데이토대학 미식축구부였습니다. 데쓰로를 비롯한 선수들은 거의 모든 생활을 미식축구에 바치도록 강요당했고, 이를 기꺼이 즐겼습니다. 당시 부원은 대부분 졸업과 함께 흩어졌지만, 도쿄도 안에 사는 사람들은 1년에 한 번씩 모였습니다. 장소는 매년 신주쿠의 전골 요리점이고 날짜는 11월 세 번째 금요일입니다. 데쓰로의 아내인 리사코는 히우라와 함께 미식축구부의 매니저였고 결혼한 지 8년이 지났으며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 때문에 참석을 못한 리사코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만 전하는 히우라, 데릴사위로 공처가인 나카오 등의 안부를 서로 묻고 10시에 다들 헤어졌습니다. 데쓰로는 스가이와 함께 지하철역을 향해 걷다가 히우라 미쓰키를 발견합니다. 미쓰키는 데쓰로와 스가이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노트에 어디 가서 얘기를 하자는 글을 보여줍니다. 데쓰로는 자신의 집에 가자고 제안했고, 집에 가자마자 미쓰키는 세면실의 위치를 적어서 묻더니 그리로 갑니다. 데쓰로는 커피를 내리려고 준비하다가 미쓰키가 나오는 소리에 뒤를 돌아봤습니다.
문 앞에 몸집이 작은, 처음 보는 남자가 서 있습니다. 누구냐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 직전에 남자의 얼굴이 미쓰키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스가이도 놀란 채 입만 벌리고 있습니다. 미쓰키가 반갑다며 남자 목소리로 말을 건넵니다. 조금 후 퇴근한 리사코와 스가이, 데쓰로에게 미쓰키는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성 정체성 장애를 가졌다고 고백합니다. 남과 다른 모습을 눈치챈 미쓰키의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여자인 척 연기를 계속했고, 결혼도 하고 아이를 낳았지만 자신이 남자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집을 나왔고 호스티스 일을 하다가 남자를 죽이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자수하려고 하지만 데쓰로와 친구들은 그를 말리고 공소시효 15년을 잘 피해보자고 그를 설득합니다. 살인사건으로 인해 경찰에 쫓기게 된 미쓰키를 위해 데쓰로와 친구들은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만 갑자기 사라집니다.
미쓰키는 왜 사라졌으며, 미쓰키를 찾아 나선 데쓰로와 친구들은 더욱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됩니다. 어떤 진실인지 <외사랑>에서 확인하세요.
이 작품은 2001년도에 일본에서 발표되었고 우리나라에선 2003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성 정체성'은 익숙한 단어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자 히가시노 게이고는 '젠더'를 책의 소재로 끌어들여 남자, 여자는 무엇인가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남자로 태어나면 남자처럼 행동하고, 여자로 태어나면 여자처럼 행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성과 자신의 정체성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어떨까요. 남들과 다른 자신의 생각과 몸 때문에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고통이지 않을까요. 이제까지 세상을 여성과 남성으로 딱 나눠서 생각했는데, <외사랑>을 읽으면서 남성과 여성이 아닌 '나 자신'으로 각각 존재하고 있음을, 또한 그렇게 생각하는 시야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각각 자신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작가의 선견지명에 놀랐고, 이 소재를 가지고 미스터리를 접목시켜 700쪽 가까이 되는 분량이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푹 빠져 읽게 만드는 작가의 필력에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됩니다. 일본 최고의 작가의 수식어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인스타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