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
야요이 사요코 지음, 김소영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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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시라유리 여자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제1회 및 제5회 소겐 판타지 신인상의 최종 후보까지 오른 뒤 제30회 아유카와 데쓰야 상에 응모한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우수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코스를 산책하는 전직 변호사 다치하라 교고는 두 달 전인 작년 11월 10일 동창회 약속으로 한 시간 이른 새벽 5시에 산책을 나섰습니다. 교고의 시체가 발견된 시각은 오전 6시 20분, 장소는 산책 코스인 공원 벤치였습니다. 발견자는 동네에서 사는 사십 대 남성으로 매일 그 공원에서 운동을 하다 보니 자주 마주쳐서 얼굴은 아는 사이였습니다. 목에 머플러 같은 물건에 졸린 흔적이 있었고, 주머니 안에 있던 동전지갑이나 집 열쇠는 그대로 있어 노상강도의 가능성은 낮다고 합니다.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았고, 조카이자 탐정사무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와카바야시 유키에게 교고의 부인인 다카코가 시후미가 의심스럽다며 조사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다카코는 에도 중기에 창업한 화과자 가게의 세 자매 중 장녀였고 가냘프고 조신한 성격에 고풍스러운 양갓집 규수입니다. 장녀인 다카코가 다른 집안으로 시집갔고, 데릴사위를 들여 가게를 이어받은 사람은 둘째인 아쓰코입니다. 자매 중 셋째인 요코가 유키의 어머니고, 성격이 대차서 상장기업인 와카바야시 집안 삼대째 사장의 후처로 들어와 세 딸의 어머니가 되고서도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장남 유키를 낳고부터는 철옹성이 되었습니다. 시후미는 교고와 다카코의 양자인데 실은 손자로 부부의 외동딸인 미나코가 낳은 아들입니다. 교고는 변호사 사무소의 청년을 사윗감으로 점찍어 뒀지만 딸은 소극장에서 활동하는 극단원 사이키와 사귀고 있어 그와 도망가서 결혼을 했고 시후미를 낳았습니다. 사이키는 술에 빠져 살았고 취하면 아들 시후미에게 폭력을 휘둘렀습니다. 미나코는 5살이 된 시후미를 데리고 친정으로 도망쳤고, 아버지 사무소의 미타 다다히코와 재혼했습니다. 그는 시후미와 미나코를 잘 돌봐주었으나 시후미가 중학교에 입학하자 미나코는 임신했고, 시후미를 조부모의 양자로 보내 다치하라 집안에서 살게 했습니다. 당시 시후미는 레이가쿠칸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으나 양아버지 교고는 명문대 합격률로 전국 톱 자리를 다투는 세이세이 학원에 보내기 위해 유키에게 과외를 부탁했습니다. 영어와 수학을 가르치러 일주일에 나흘간 다치하라 집에 다니면서 본 시후미는 굉장이 머리가 좋고 지나치게 조숙한 소년이었습니다. 말수가 적고 결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실체가 아닌 허상을 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시후미는 세이세이 학원에 합격했고, 현재 에이료 대학교 법학부 4학년입니다. 그리고 3학년 때 예비시험을 통과하고 작년에는 사법시험에도 합격했습니다. 양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시후미는 카페 여종업원과 호텔 방에 있었습니다. 알리바이는 완벽했지만 다카코는 양자이자 손자인 시후미를 계속 의심했고, 유키가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시후미가 양자로 들어오고 나서 불쌍할 정도로 엄하게 대했고, 용돈도 따로 주지 않았고, 항상 방문을 열고 생활하게 했으며, 그렇게 좋아하는 피아노도 강제로 그만두게 했답니다. 그리고 장례식 때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웃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합니다.


유키는 시후미와 사건 당일 함께 있었다는 카페 여종업원을 만나며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시후미의 친아버지 사이키가 공사 중인 건물 비계 위에서 뛰어내렸고 죽었다고 합니다. 그가 입은 옷에 있던 흔적과 살인 현장의 발자국이 일치하고 동기도 있어서 사이키가 유력한 용의자라고 경찰은 말했답니다. 그러면서 다카코는 유키에게 부탁한 조사를 그만하라고 했고, 유키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돌아가는 길에 소리도 없이 웃고 있는 시후미를 보고는 그만두면 안 되겠다 생각합니다.


시후미를 계속 조사하며 그의 학창 시절을 더듬는 유키, 시후미의 주변 인물들을 만나 그가 숨겨온 진실에 다가갑니다. 과연 그 끝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에서 확인하세요.




다치하라 시후미와 고구레 리쓰, 둘은 중학교 친구입니다. 둘 다 외모가 특별했고, 특히 눈빛이 비슷합니다. 한 명은 어딘가 덧없는 분위기로 투명한 눈빛이고, 또 한 명은 차갑고 맑은 투명한 눈을 가졌습니다. 둘이서만 유리로 된 숲에 있는 듯한 느낌을 풍기며 지내다 갑자기 연락도 끊고 만나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둘 주변에서 몇 건의 화재 사건과 사고가 몇 년 동안 생깁니다. 시후미의 친척이자 예전에 과외 수업을 한 와카바야시 유키는 시후미의 양아버지가 죽은 살인사건을 조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시후미 주변을 알아봅니다. 유키는 유력한 용의자가 밝혀졌다는 말에도 과외 당시 시후미의 사정을 신경 써주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에 조사를 그만두지 않습니다.


시후미와 리쓰 주변의 어른들의 외면 때문에 둘은 더없이 고독했고, 그렇기에 더없이 외로웠던 두 명의 소년이 안타깝습니다. 만약 내가 알았다면 손을 내밀었을까, 아니면 주변 어른들처럼 외면했을까. 저마다의 시선으로 사람들을, 사건들을 바라보기에 이상함을 느끼지만 귀찮아서, 또는 설마 하면서 나도 지나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 미심쩍은 일을 느꼈다면 오지랖이라는 말을 들어도 확인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과연 누가 죄인인지 묻게 되는 <바람아 우리의 앞머리를>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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