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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주의자 고희망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평점 :

첫 직장 생활 중 쓴 단편소설 "스미스"로 2009년 중앙 신인문학상을 받은 저자는 중학생 때 독서의 재미에 빠지면서 '글 쓰는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답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이라는 질문에 고민 없이 '십 대'라고 답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청소년 소설을 씁니다. 그동안 "비밀노트", "소녀A, 중도 하차 합니다"를 썼으며, 신간 <종말주의자 고희망>을 보겠습니다.

15살 고희망은 글쓰기를 취미로 인터넷 사이트에 소설을 연재 중입니다. 희망이 쓴 소설의 공통점은 인류가 말끔히 사라진 지구에 동물이나 식물이 새로운 주인이 되면서 끝을 맺습니다. 로맨스가 1도 없고, 주인공도 죽기 때문에 반응은 좋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연재 중인 세 번째 소설도 결말을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희망은 상가 건물 4층에 사는데, 1층이 할머니가 운영 중인 '나주 국밥' 식당이고, 4층에 같이 살았던 할머니와 고요한 삼촌이 2층과 3층에 삽니다. 고요한 삼촌은 좋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근무하며 얼굴도 잘생기고, 조카인 희망에게 용돈도 잘 주는 사람입니다. 게다가 자신이 힘들 때 그 마음을 잘 알아주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오 년 전, 희망의 가족이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 것은 6살 동생 소망이가 교통사고로 죽었기 때문입니다. 희망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다가 혼자 이차선 도로를 건너다가 트럭에 치였습니다. 사고가 난 뒤 할머니는 희망의 가족에게 서울로 와서 식당 일을 도우라고 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살려면 몸이 바빠야 한다면서요. 엄마와 아빠는 회사를 그만두고 이사를 했고, 장사는 순조롭게 되어 식당 건물을 샀습니다.
낯선 동네에 이사 와서 혼자 놀던 희망에게 도하란 또래 남자아이가 같이 놀자고 했고, 그때부터 같이 놀면서 절친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 화이트데이 때 도하가 고백을 했고, 제대로 대답도 못한 채 희망은 도하를 피합니다. 지수는 희망이 소설 쓰는 것을 아는 친구로 인기 없는 아이돌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는, 선명한 색깔을 가진 아이입니다.
매일 비슷한 일상을 보내는 희망은 인터넷에 알려진 요한 삼촌의 기사, 도하와 세연의 연애, 퀴어 페스티벌 등을 겪으며 조금씩 성장합니다. 그런 희망과 희망이 쓴 소설을 <종말주의자 고희망>에서 확인하세요.
이름과 다르게 매일 종말을 생각하는 고희망, 그녀가 쓴 소설은 지구의 종말을 배경으로 합니다. 소설 속에서 세상의 사람들이 갑자기 사라졌고, 버려진 건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이 아닐까 하고 소설 속 주인공은 생각합니다. 사고로 죽은 동생에 대한 죄책감으로 매일 벌을 받는 것처럼 사는 희망은 가족과 절친들에게 다시 희망을 찾습니다. 헤어진 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하는 희망, 죽음과 종말에만 관심이 많다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깨닫습니다. 죽음에 대한 생각은 곧 삶에 대한 생각이며, 죽음이 찾아오기 전까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삶을 말하는 것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죽는 거잖아요.
종말이라는 건 누구나 피할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종말이 올 때까지 너무 두려워하지 말아요.
그때까지 우리는 살아 있는 거니까요." (p. 217)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