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의 근사치 오늘의 젊은 문학 6
김나현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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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의 <휴먼의 근사치>를 보겠습니다.



한이소는 멈추지 않고 70일간 비가 내린 '비의 70일'에 부모와 헤어지고 그때까지 살아남은 아파트 주민들과 구조되었습니다. 모두가 비슷한 일을 겪고, 비가 지나간 자리마다 생존이 위협받았습니다. 거의 모든 도시가 엉망이었고, 위생과 치안은 유지되지 않았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기적인 동시에 고통이었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끼리는 누군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까, 혹은 자신이 누군가를 죽이지 않을까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후 이소는 정부에서 마련한 보호소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지냈고, 퇴소 후 태거 하우스에 입사했습니다. 태거 하우스는 방송국과 비슷하지만 유실된 과거 영상을 복원합니다. 하루 종일 영상을 보고 그 영상에 어울리는 문구를 태깅하는 사람을 태거라 합니다. 보호소에서도 태거 하우스에서도 혼자 지내는 한이소에게 어느 날 옆자리에 앉은 루다가 말을 건네 친해집니다. 루다는 태거에서 8등급까지 올라 관리직으로 승급한 구현우 실장처럼 올라가고 싶다고 합니다. 대재앙이 끝나고 태거 하우스 초창기 멤버인 사해는 6년째 다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등급을 올리지 못한 채 고인 물이 되어버려 실장급에 들러붙어 태거들을 흉보고, 혼자서 군기반장을 자처했습니다. 한동안 보이지 않더니 갑작스럽게 돌아와 태거들을 불편하게 만듭니다. 그런 그가 이소와 루다를 주시합니다.


이소는 구 실장의 호출을 받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인 이드가 이소의 태깅을 보고 1분 동안 멈췄다고 합니다. 이드는 진화를 하지만 이드가 멈추면 회사에 손실이 생기며 이드를 현혹시키는 태깅을 하는 이소의 해고를 통보합니다. 이드는 이제껏 쌓인 데이터를 학습해 스스로 언어를 조합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고, 이대로라면 태거라는 직업 자체가 무의미해지며 반 년 안에 태거는 사라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소는 이드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드를 개발한 많은 사람들이 대재앙으로 인해 죽거나 사라졌고, 남은 한 사람이 이드를 복제해 이드를 필요로 하는 회사들에게 팔았습니다. 복제된 이드는 계속 학습을 하고, 어떻게 학습하느냐에 따라 그 자신만의 방향성이 생깁니다. 그러니까 복제되었더라도 자기만의 방향이 결정되면 학습의 양과 질이 달라집니다. 모든 이드가 동일한 능력치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속한 곳에서, 그들에게 주어진 학습을 통해 성장하거나 퇴보할 수도 있습니다. 최초 설계 과정에서 이드를 설계한 쪽에서 이드가 악용되지 않도록 퇴행 논리를 탑재했습니다. 인류 파괴의 목적으로 사용이 판단될 경우 퇴행 학습을 시작한답니다. 이소는 구 실장을 찾아가 이드의 퇴행을 막기 위해 사람이 희생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구 실장은 사람이 모든 것 위에 존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소는 태거 일을 좋아하며 포기가 쉽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방을 나와 이드를 찾습니다.


이소가 찾은 이드는 어떤 상태인지, 구 실장의 정체는 무엇인지, <휴먼의 근사치>에서 확인하세요.




SF 소설이나 영화에서 예전의 로봇들은 외형부터 사람과 달라 누가 봐도 기계임을 알 수 있지만, 인간과 외형이 닮은 로봇들이 나오면서, 혹은 기계를 사람에게 달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인간과 기계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도대체 인간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만약 기계가 자신이 기계인지 모르고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기계는 무엇일까요. 혹은 어떤 인간이 자신을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휴먼의 근사치>에선 인간의 가치는 어리석음을 깨닫고 지혜의 길로 나아가려는 데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행동의 결과값이 비도덕적인 것으로 결론 날 경우, 그 결과가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을 역산해 그 안에서 자신을 정당화시킬 합리를 찾아냅니다. 인간은 늘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다가 망합니다. 즉, 인간은 어리석기 때문에 망하고 지혜롭기 때문에 삽니다. 인공지능보다 어리석은 인간을 보며 인간이 과연 지구에서 생존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런 인간의 가치를 고민하고 자신의 가치를 찾게 하는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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