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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듀나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2년 8월
평점 :

소설가이자 영화비평가인 저자는 1990년대 초, 하이텔 과학소설 동호회에서
짧은 단편들을 올리면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이후로 각종 매체에 소설과 영화평론을 쓰면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주로 SF 소설을 쓴 작가의 첫 미스터리 모음집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를 보겠습니다.

8편의 미스터리 단편 중에서 첫 번째 이야기 '성호 삼촌의 범죄'는
조카인 내가 성호 삼촌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성호 삼촌은 할아버지가 재혼할 때 데리고 온 아들로 피가 섞이지 않고
외모도 성격도 달라 집안에서 남몰래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공부는 잘해 서울대에 들어갔고, 길거리에서 캐스팅이 되어
CF에 연달에 나오다가 케이블 드라마에서 대사 있는 단역까지 맡았습니다.
삼촌은 썩 잘 해냈고 연기는 삼촌의 직업이 되었습니다.
성호 삼촌과 고양식품 창립자의 양녀이자 독립영화계의 요정인 채수린과
열애설이 터졌고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사귀고 있다는 발표를 합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둘은 사무적인 관계며 열애설 사진도 일부러 찍힌 것입니다.
성호 삼촌과 소꿉친구인 정상만은 집이 어려워 서울을 떠났다가
대학을 간신히 졸업하고도 방구석에 박혀 헛된 꿈이나 꾸었습니다.
그가 성호 삼촌의 성공을 보고 자신의 사업에 투자를 하라며 접근했습니다.
처음엔 들어주고 어울려주던 성호 삼촌은 결국 단호하게 얘길 하자
정상만은 저번에 가져온 쿠키와 케이크에 대마초가 있었다며
그 사실을 언론에 알리겠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 자신의 미래와 채수린과의 관계가 힘들어질 거라 생각해
주먹을 쳤고, 그는 넘어지며 난간 너머로 떨어져 즉사했습니다.
성호 삼촌의 이야기를 진술하던 나는 형사 방암식의 시점으로 옮겨 이 사건을 진행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 이어 다른 이야기도 2인칭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꼭 내게 들려주는 듯한 기분이라 더욱 몰입감이 생깁니다.
정교한 트릭이나 반전의 반전이 넘나드는 소설이 아니라
짧은 단편이라 담백하지만 각 편마다 미스터리 요소들의 매력들을 보여줍니다.
그 매력은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에서 확인하세요.
8편의 미스터리 단편이 실린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 작가는
미스터리란 장르를 좋아하지만 SF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서 SF 작가로 분류되었고,
이번엔 미스터리를 다룬 작품을 모았습니다.
첫 번째 '성호 삼촌의 범죄'는 2015년 "미스테리아" 3호에,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는 2017년 "미스테리아" 11호에,
책의 제목이기도 한 세 번째 이야기 '그 겨울, 손탁 호텔에서'는
2019년 "미스테리아" 18호에 실린 소설입니다.
네 번째 '돼지 먹이'는 2020년 10월 팟빵에서 오디오북으로 소개되었고,
'콩알이를 지켜라!'는 2021년 "미스테리아" 34호에,
여섯 번째 '누가 춘배를 죽였지?'는 이 책에 처음으로 수록된 작품입니다.
'그건 너의 피였어'도 역시 이 단편집에 처음으로 수록되었고,
마지막 '햄릿 사건'은 1994년 하이텔 PC 통신에 올린 단편을 다시 쓴 것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작가가 쓴 미스터리 작품들이 이렇게 많았구나를 느꼈습니다.
게다가 아직 마무리 지어야 할 두 편의 이야기와 몇몇 단편 계획이 있다고 하니
앞으로 나올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기대가 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