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러 미스터리 컬렉션
홍정기 지음 / 북오션 / 2022년 7월
평점 :

추리와 SF, 공포 장르를 선호하고 즐기는 저자는
2020년 "계간 미스터리 봄, 여름호"에서 신인상을 수상했고,
2021년 "계간 미스터리 봄호"에서 발표한 작품으로
2021 제15회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이후 꾸준히 작품을 쓴 작가의 <호러 미스터리 컬렉션>을 보겠습니다.

첫 번째 '쓰쿠모가미'는 가학적 성도착을 일컫는 사디즘 용어의 유래가 된
대작가의 작품을 모으는 책 수집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국내에선 선정성 논란에 휘말려 출간 직후 판금된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은 단시간에 절판돼 이젠 살 수 없는 꽤 희귀한 레어템인데,
그 컬렉션 중 구하지 못했던 '성처녀의 욕망' 초판본을
출장차 들린 헌책방에서 은기가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노인이 주인이었는데 그가 앉았던 계산대 뒤쪽에 그 책이 꽂혀 있었고
사려고 했으나 그 책은 팔지 않고 개인적으로 소장한다고 거절합니다.
은기는 또다시 이 책을 구하지 못할까 싶은 절망에 빠졌고
그 순간 어두운 욕망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노인이 가게 앞을 정리할 때 그 책을 훔쳐
집에 가져와서 자신의 책장에 꽂았습니다.
수집욕 때문에 도둑질을 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그때부터 은기 가족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 '슬럼프'는 직장 생활을 하며 틈틈이 쓴 데뷔작으로
미스터리 공모전에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입소문에 힘입어
순식간에 평단과 대중의 극찬을 받으며 현수는 떠오르는 신인 작가가 되었으나
이 년 후 차기작을 내놓은 후 대중의 외면을 당한 이야기입니다.
하늘 높이 솟구쳤던 자신감은 어느새 땅속으로 추락했고,
자신감의 하락은 대인기피로 이어졌습니다.
집 안에 틀어박혀 두문불출하는 날이 늘어가며
엄마는 자식 걱정에 시골에서 올라가 그를 보살핍니다.
그렇게 삼 년이 더 흘렀으나 현수는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습니다.
어느 날 추리소설계의 대부 박기범 작가가 그를 찾아왔는데
그는 현수의 데뷔작을 대상으로 뽑아준 심사위원이었습니다.
현수의 소식을 들었다며 자신도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는데
도움을 받은 곳을 소개합니다.
현수는 그길로 소개한 주소로 찾아갔고,
계약서 내용을 자세히 보지도 않고 사인을 했습니다.
직원이 나타나 그를 제압했고 정신을 잃었습니다.
다시 정신을 차리니 두 평 남짓한 작은 백색의 방입니다.
그곳엔 간이 변기와 세면대, 매트리스, 책상과 의자, 노트북이 있고,
왼쪽 벽에 코팅된 종이가 있습니다.
그 종이엔 집필 기한과 기한에 따라 손톱, 발톱, 손가락, 발가락을 지나
1년을 초과에 머리란 단어가 적혀 있습니다.
여섯 번째 '크리스마스의 유령'은 좀처럼 임신이 되지 않아
인공수정을 해서 힘들게 얻은 아들과 아내를 화재로 떠나보낸 덕훈의 이야기입니다.
7년이 지난 지금도 매일 밤 아내와 아들이 타는 모습이 꿈에 재현되어
죽지 못해 사는 고통의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일도 그만두고 부모와 친척들과의 연락도 끊은 채로
일용직이나 거친 막노동으로 돈을 벌어 생활했고,
그런 막노동도 여의치 않을 땐 술 취한 취객들을 상대로 퍽치기를 하거나
주택에 침입해 물건을 터는 강도 짓도 했습니다.
내일이 없는 삶을 사는 덕훈이 7년 만에 자신이 사는 동네로 왔고
괴로운 그의 눈앞에 행복해 보이는 다른 가족의 모습이 비칩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단란하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에 화가 나서
자신과 똑같은 불행을 맛보게 해주리라 결심합니다.
<호러 미스터리 컬렉션>은 8편의 이야기가 있는 호러 미스터리 단편집입니다.
오래된 책에 깃든 악령으로 그로 인해 한 가족이 끔찍하게 파괴되는 '쓰쿠모가미',
5분간의 정신 피로회복제을 악용하고 그로 인해 고통받은 'Low Spirit',
슬럼프에 빠진 작가를 도와준다는 곳의 실상을 알게 되며
끝없는 절망에 빠지는 '슬럼프',
아들을 학대한 아내와 이혼하고 아들과 함께하는 등산으로 마음을 위로하다
조난을 당해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는 '조난',
10번째 생일날 케이크를 사러 갔다가 나 대신 아빠가 뺑소니차에 치였고
이후 자신을 6년간 학대한 엄마에게 복수하려는 '미안해',
화재로 죽은 아내와 아들을 잊지 못하고 매일 악몽을 꾸는 남자가
행복해 보이는 가족을 죽이고 깨닫게 되는 '크리스마스의 유령',
진통이 와서 병원에 급하게 가던 길에 교통사고가 나서 뱃속의 아이가 죽은 후
허울뿐인 부부생활을 하는데 아이가 뛰는 소리가 나고
물건의 위치가 조금씩 바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떠도는 아이',
고등학교 동창이 돈을 벌었다며 쏜다는 말에 술을 마셨고 필름이 끊겨
다음날 눈을 떠보니 이름 모를 성병에 걸린 것 같아 동창에게
전날 밤 일을 물어보려고 전화를 하는 '번식'까지.
작품마다 공포와 호러, 미스터리가 가득합니다.
등장인물의 반전도 있고 추리적 요소까지 더해져
읽는 동안 무더운 여름날 읽기에 딱 좋은 오싹함을 선물합니다.
이야기는 약물중독, 치매, 학대 등 그냥 읽고 넘기기엔 찜찜한
사람들의 온갖 욕망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정말 무서운 것은 사람들 속에 도사리는 그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합니다.
네이버까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