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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가라앉지 마 - 삶의 기억과 사라짐, 버팀에 대하여
나이젤 베인스 지음, 황유원 옮김 / 싱긋 / 2022년 5월
평점 :

1962년 영국 링컨셔주 그랜섬에서 태어나 철도 노동자였던 아버지와
공동체 의식이 강했던 어머니 밑에서 노동자 계층의 삶을 경험한 저자는
시집에 삽화를 그리면서 직업 그림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후 수십 권의 어린이책을 디자인하고 삽화를 그렸고,
2005년과 2010년 BBC 주관 블루 피터 최고의 논픽션상을 2회 수상했고,
2017년 영국 독립출판 서점인상,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그가 쓴 <엄마, 가라앉지 마>를 보겠습니다.

2014년 크리스마스를 몇 주 앞둔 어느 날 여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택시에서 내리던 엄마가 엉덩이뼈를 다쳐서 병원에 있다는 소식입니다.
병원에 가기 위해 구급차에 실어야 했는데 병원을 혐오했던 엄마는
고집을 부렸고 한참 걸려 겨우 병원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수술을 받았고 치매 증상을 확인해 요양원으로 옮겼습니다.
이 요양원은 주인공이 어릴 적 학교 가는 길에 지나쳤던 곳으로
다행히 엄마는 적응을 잘 했습니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들어 결국 퇴원을 했습니다.
2015년 2월 엄마는 집으로 돌아왔고, 집에 혼자 있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그때 공공의료에 대해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은 신청하는 순간 무료이지만,
사회복지수당은 수입 조사 결과에 따라 지급됩니다.
즉 낼 수 있는 만큼만 받는 것입니다.
정신이 있을 때 '지속적 대리권'에 서명을 받았고
엄마에게 오는 청구서를 정리했습니다.
수도세가 오랫동안 미납되었고, 미납된 청구서들이 많았습니다.
엄마는 돈이나 부동산도 없고 빚까지 있습니다.
2015년 7월 돌봄 서비스를 신청했으나 돌봄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웠습니다.
8월 드디어 엄마의 연금계좌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6개월째 미수령 상태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을이 되자 엄마는 더 이상 몸을 씻지 않고,
돌볼 사람을 보내지만 그들을 돌려보냅니다.
2016년 10월 엄마가 쓰러져서 수술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11월 엄마가 머무를 요양원을 찾았습니다.
처음 엉덩이뼈를 다쳤을 때는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아닙니다.
이제 엄마는 망가진 물건이 되어버렸습니다.
2017년 1월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장례에 관련된 모든 절차를 처리하고, 장례식에서 엄마의 묘비를 봅니다.
엄마는 돌아가셨지만 세상은 돌아갑니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죽음을 향해서 갑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외면하고 살아갑니다.
<엄마, 가라앉지 마>는 치매 발견부터 죽을 때까지의
2년 동안의 저자의 엄마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집에서 같이 돌보며 힘든 때고 있고, 따로 살면서 마음으로 힘든 때도 있습니다.
같이 사나, 따로 사나 힘든 것은 같습니다.
건강할 때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면 병든 지금의 모습이 슬픕니다.
처음엔 재활 치료를 해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왔지만
다음에 다시 수술을 했을 땐 재활치료는 없었습니다.
망가진 물건처럼, 사회에서 유용하지 않게 되어 버렸습니다.
인간의 좀비화, 그 상황을 주인공의 엄마가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만약 알았다면 원치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엄마지요. 여전히 엄마로 대접받을 자격이,
존엄성을 지닌 한 생명으로 대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노화와 질병은 우리 모두에게 다가오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인생의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에 따라
그 사회의 복지 수준이 달려 있습니다.
그 복지 수준을 높이는 일은 사회 구성원인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