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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멋진 날
정명섭 외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평점 :

대기업 샐러리맨을 거쳐서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로 일했고
현재는 전업작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글을 쓰고 있는 정명섭 작가,
2004년 작가 활동을 시작해 "절망의 구", "행운을 빕니다",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등을 출간한 김이환 작가,
창비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두메별, 꽃과 별의 이름을 가진 아이", "아홉수 가위" 등을 쓴 범유진 작가,
2020년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고
2022년 고즈넉 메타버스 공모전에 당선되었고 "나는 연쇄살인자와 결혼했다",
"자라지 않는 아이" 등을 쓴 홍선주 작가,
이들이 쓴 <어느 멋진 날>을 보겠습니다.

이 책의 제목이자 두 번째 이야기인 '어느 멋진 날'은
학교에서 눈에 띄지 않는 존재인 고동철이 등장합니다.
못생기고 뚱뚱하며 돈도 없고 재주 하나 가진 것 없는 학생인 동철은
돈을 모아 연 치킨집 장사가 망한 이후 술에 빠져 사는 아빠와
아빠 대신 일을 하는 엄마, 부부 싸움을 하면
자신의 아들 편만 드는 할머니와 함께 삽니다.
아빠와 할머니가 뭐라고 하면 한 마디도 지지 않고 쏘아붙이던 엄마가
며칠 전부터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라 불안했지만 동철이 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런데다가 유일한 친구인 범진의 아빠가
건강이 안 좋아져서 고향으로 간다며 전학을 한답니다.
마지막으로 등교한 범진은 동철과 수업을 마치고 PC방에 갑니다.
사물함을 열고 가방을 꺼내고 있는데 이 학교의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숨은 일진인 연성과 그 패거리가 와서 시비를 겁니다.
학생들도, 선생님이나 학교 보안관 아저씨도 이 학교의 가장 꼭대기에 있다고
암묵적으로 인정한 연성은 자기 패거리를 시켜서 움직였고
문제가 생기면 은근슬쩍 발을 뺐기에 신고한 아이들도 흐지부지되는 상황에
못 이겨 죄인처럼 전학을 가고 맙니다.
얼마나 맞을까 걱정하던 동철은 그나마 연성이가
눈치를 보는 학생주임 선생님이 온다는 소리에 도망갑니다.
범진과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려고 하는데
입구 근처에서 연성 패거리의 한 명인 혁준과 눈이 마주칩니다.
혁준은 연성이가 범진을 따라가서 뭐 하는지 알아보라고 시켰다고 실토합니다.
무엇 때문에 등교하는 마지막 날에 범진을 미행하라고 연성은 시킨 걸까요.
세 번째 '비릿하고 찬란한'은 정윤이 친구를 옥상에서 밀어버리고
프랑스 한국문화원으로 발령받은 고모를 따라
파리로 도망치듯이 온 뒤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정윤의 마음으로 열 살 생일을 맞이하기 얼마 전부터 의지가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내가 이끄는 대로 정윤이 말을 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윤의 머리가 내 선택과 결정을 이해하지 못할 때는 혼란스러워하기도 했지만
점점 강해진 나는 머리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내 결정이 잘못되었다고 머리가 생각하더라도
내 모든 결정은 정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기에 괜찮았습니다.
어학원에서 6개월을 보내고 사립 고등학교로 편입해 학교를 다니는데,
정윤은 전학 온 첫날부터 BTS 팬이라며 친한척하는 다프네가 부담스럽습니다.
정윤은 다프네보다 누구와 친하게 지내지 않지만
외로워 보이지 않는 마르셀에게 눈길이 더 갑니다.
어느 날 교감 선생님이 정윤을 불러 다프네가 학생 휴게실에 둔 가방에
아이패드를 잃어버렸다며 휴게실에서 다른 사람을 본 적이 없냐고 물어봅니다.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그때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고,
정윤을 본 목격자는 어디에 있었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그러다가 다프네가 주말에 공원에서 봤을 때 아이패드를 들고 있었는데,
잃어버리기 전이였는지 후였는지 헷갈립니다.
정확하지 않은 기억의 주말을 괜히 들먹이면
일만 복잡해질 게 뻔해서 모른다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반 아이들은 마르셀이 휴게실에 있었고, 걔가 훔친 게 맞다고 수군거립니다.
마르셀이 정말 다프네의 아이패드를 훔친 걸까요.
나머지 이야기는 <어느 멋진 날>에서 확인하세요.
쌍둥이 동생 겨울이 죽은 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고 있는
나의 주변 이야기 '겨울이 죽었다',
투명 인간으로 살아가는 동철의 유일한 친구가 전학 가는 날에 벌어진
'어느 멋진 날',
친구를 옥상에서 밀어버리고 도망치듯 파리로 온 정윤의 '비릿하고 찬란한',
인간과 마족이 교류를 시작해 마계 고등학교에 전학한
김서연의 이야기 '오늘의 이불킥'은 고3이 주인공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힘든 시기인 고3,
그 시기의 힘듦을 알기에 주변의 사람들은 힘내라고 응원합니다.
하지만 그들도 압니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 자신이 꿈꾸던 모습과
입시를 눈앞에 둔 자신의 모습이 다르다는 것을요.
자신의 생각만큼 되지 않아 힘든데,
그래서 고3이란 시간이 힘에 부치는데, 그 끝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요.
2년 전 코로나19가 시작했을 때 아이가 고3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힘든 시기에 코로나 때문에 더 혼란한 1년을 보냈습니다.
자신의 계획이 코로나 때문에 되지 않아 스트레스 받고
지난 2년이 무의미하다고 좌절하는 아이의 모습에,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은 세상도 살아갈 수 있다고,
조금 돌아가는 것뿐이지 늦은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이 아이에게 크게 와닿진 않았지만
어쨌든 아이는 마음을 추슬러 자신의 계획을 진행했습니다.
고3이라는 힘듦을 겪었기에 고맙고 행복한 기분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모든 시간을 묵묵하게 살아가는 고3과 수험생을 응원합니다.
그 끝에 찬란하고 멋진 시간을 보장할 수 없지만
분명 자신만의 시간이 펼쳐질 것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