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 풀빛 / 2022년 4월
평점 :

인류학 박사로 엑스-마르세유대학에서 사회학 및 정치학을 가르치고 있는
저자는 2011년부터 폐기물, 플라스틱 재료, 재활용에 대해 연구 중이며,
이 주제로 2019년 논문 '플라스틱 시티: 베트남의 삶과 생태학적 변혁에 관한 연구'를 썼습니다.
논문을 바탕으로 저자가 쓴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를 보겠습니다.

베트남 하노이의 민 카이 마을은 대부분 플라스틱인 쓰레기 산이 가득입니다.
저자가 경제학과에 다니는 스노우란 학생과 함께 이곳에서
재활용센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마을 주민인 한 남자가 책상다리로 앉아 어떤 상자 속을 봅니다.
저자도 궁금해서 함께 종이들의 정체를 살펴봤더니
영어로 된 스포츠 잡지, 지역 및 국제 신문, 칵테일파티 초대장 등이 있습니다.
아일랜드에서 온 이 쓰레기를 보고 전 세계에서 날아온 쓰레기가
바로 이곳에 있음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 쓰레기의 '근원'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죠.
2020년 유럽연합은 27,490,340톤의 쓰레기를 수출했습니다.
2004년 이후로 두 배나 증가한 양인데,
주로 플라스틱, 종이, 종이 상자, 금속 등입니다.
유럽인들이 버린 쓰레기가 해상 수송으로 두 배나 더 먼 곳으로 이동하면서,
그 존재와 그에 따른 문제들도 유럽인들에게 멀어졌습니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소비하면서 버린 재료들이 눈에서 멀리 치워진다 하더라도
이 마을에선 더 잘 보이게 된다는 점은 변함이 없습니다.
먼 곳에서 화물선에 실려 하이퐁 항구에 도착한 쓰레기 컨테이너들은
이곳에 매일 하역되어, 쓰레기 더미 위에 중산층 집들이 들어서는
민 카이 마을에서 해체되고 분리되어 팔리고 재활용됩니다.
민 카이 마을에 있는 수공업 공장들의 재활용 라인을
한 단계 한 단계 훑으면 물질 부스러기는 광석으로 변합니다.
인간과 기계의 힘이 작용한 여러 작업 단계를 거쳐 처음의 형태를 잃습니다.
큰 보따리가 작은 보따리가 되고, 필름이 조각이 되며,
조각은 냉온탕을 지나 세척된 후 녹아서 떨어지고 섞인 다음,
용암이 되어 사출기를 밧줄처럼 빠져나가서 알갱이가 됩니다.
형태가 없어야 다시 형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스노우와 강 근처에 있는 누 꾸인 지역의 한 도로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간이 진열대를 설치해 플라스틱 소재의 생활용품들을 팔고 있었습니다.
이 물건들이 바로 옆 마을인 민 카이에서 만든 것인지를 물었답니다.
그러자 그는 당연히 아니라면 자신은
품질이 좋은 것을 판다며 화를 내며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민 카이에 있는 가족 회사의 라인에서 나온 결과물은
주로 다시 플라스틱 봉투를 만드는 데 쓰입니다.
그렇게 더러운 봉투가 깨끗한 봉지로 바뀌면서 돌고 돌아 다시 원점인 것입니다.
게다가 선진국들은 품질이 낮고 안전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
매우 제한적인 수입 기준을 적용하므로 재활용된 결과물은
베트남 내 혹은 민 카이 지역 내 시장으로 국한됩니다.
재활용된 알갱이들을 생산하는 작업장에서는
플라스틱 입자가 떠다니는 더러운 물을 흘려보냅니다.
분쇄된 폴리머 쓰레기의 세척 수조에서 나오는 오수는
마을의 도랑이나 재활용 공장 주변의 공터로 흘러가 고여 있습니다.
인근의 한 카페 사장은 저자에게 그 마을 땅을 공짜로 준다 해도
사람들이 마다할 거라고 말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이곳과 그곳 사이에 정신적, 육체적 담장을 세우고
어디에나 존재하는 온갖 종류의 오염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합니다.
대기와 땅, 그리고 강은 훼손됐고 동시에 삶도 변질됐습니다.

책에서 실려 있지 않은 민 카이 마을의 모습을 인터넷으로 찾았습니다.
글로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사진으로 보니 너무 참담하고,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이 어떤 모습으로 가공되는지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 하노이 외곽의 민 카이 마을은
전 세계에서 실려온 플라스틱 쓰레기가 모이는 곳입니다.
주민 대다수는 쓰레기를 해체하고 분류하고 재가공하는 일에 종사합니다.
생계를 잇기 위해서입니다. 작업의 명분은 재활용이고요.
하지만 이 마을을 뒤덮고 있는 것은 극심한 환경오염입니다.
주민들의 건강이 온전할 리 없습니다.
쓰레기를 재활용한다는 마을에서 사람이 쓰레기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라 불평등이 깊어졌고 민주주의가 망가졌고
지역 공동체가 무너졌습니다.
한쪽에서는 다수의 '재활용 프롤레타리아'가 위험하고
불결한 환경 속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부패한 결탁으로 이루어진 소수의 '쓰레기 마피아'가
재활용 사업으로 부와 권력을 챙깁니다.
이것이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로 씌워진 재활용 산업으로 먹고사는
이 마을의 민낯입니다.
우리는 재활용 표시가 붙은 상품을 구입하며
지구의 자원을 과도하게 소비한 행동에 용서를 구하지만,
생각과 달리 재활용은 지구를 구하기에 역부족이고
가난한 사람들의 희생을 너무 많이 요구합니다.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는 재활용과 친환경의
불편한 진실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