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 - 오사카 게이키치 미스터리 소설선
오사카 게이키치 지음, 이현욱 외 옮김 / 위북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세기 초에 활약한 본격 추리소설가로 살인 사건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현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데 탁월한 저자는 

1932년 추리 소설가들이 맹활약을 펼친 잡지 '신청년'에 

"백화점의 교수형 집행인"을 게재하면서 작가로 데뷔했습니다. 

1934년 추리소설 전문 잡지 '프로파일'에 대표작 중 하나인 

"장례식 기관차"를 실었고, 1937년 모든 것을 쏟아부은 역장 

중편 "탄굴귀"를 발표했습니다. 

1943년 태평양전쟁이 격화되면서 징집되어 1945년 필리핀 루손섬에서 

마닐라로 이동하던 중 33세의 나이에 병사했다고 전해집니다. 

안타깝게 요절한 그가 쓴 <침입자>를 보겠습니다.



<침입자>는 8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그중 2편을 소개하겠습니다.


'탄굴귀'는 산속 주에쓰탄광회사의 다키구치탄광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곳은 최근 2~3년간 눈에 띄게 채굴량이 늘어 

바다 밑바닥까지 400미터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회사 사업의 태반이 이 탄굴 하나에 집중되어 

사람도 기계도 밤낮으로 채굴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미네키치와 오시나는 이곳에서 나고 맺어진 부부였습니다.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남자는 석탄 캐는 역할을, 

여자는 운반하는 역할을 맡았고 둘만의 채탄장이 있습니다. 

편반갱도를 지나는 도중에 순찰 중인 듯한 감독과 기사를 만났을 뿐, 

두 번째 전표를 받아들고 회사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은 오시나는 

부부의 채탄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어두운 갱도에는 언제나처럼 기다리고 있는 미네키치가 있었습니다. 

오시나는 석탄차의 뒤꽁무니를 걷어차듯 팽개치고는 

빠르게 다가오는 석탄차를 홱 비켜서서 떡 버티고 선 

남자의 품속으로 와락 몸을 던졌습니다. 

석탄차의 꽁무니에 매달아놓은 안전등이 멀어져 채탄장 근처까지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가 나더니 석탄차가 심하게 흔들렸고 

레일 위로 굴러떨어졌습니다. 

빈 석탄차는 후미의 공기 흐름이 흐트러져 땅에 있던 가연성 석탄가루가 

걷혀 순식간에 불이 붙었습니다. 

부부는 서둘러 편반갱도로 뛰어갔습니다. 

오시나가 탈출해 뒤를 돌아보니 폭음을 듣고 달려온 감독이 

그녀가 빠져나온 채탄장 입구의 철로 된 방화문을 내려 막아버립니다. 

오시나는 간발의 차이로 빠져나와 안도의 숨을 쉬며 주위를 둘러보았고, 

남편이 안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오시나가 감독의 팔을 붙들고 말리니 

감독은 불이 옮겨붙으면 다 죽는다고 소리칩니다. 

감독과 두 명의 광부가 대나무발에 점토를 넣어 가지고 와서 

철문 틈새를 메우기 시작합니다. 희생은 탄굴 하나에 그쳤습니다. 

이렇게 봉해버리면 그 하나의 탄굴조차 곧 산소가 끊겨 불길이 진화됩니다. 

도포 작업은 완료되고, 화재 진압은 기사의 판단에 맡기고 

각자 일을 하러 갔습니다. 

다행히 광부 한 명만 갇혀버린 사고로 끝날 줄 알았는데, 

진화 상태를 알아보러 갔던 사무직원이 화재 진압을 검사하던 기사가 

살해당했다고 보고를 합니다.


'침입자'는 화가인 가와구치 아타로, 친구 곤고 세이지, 

아타로의 아내 가와구치 후지가 별장 가쿠인소 현관에 도착하면서 시작합니다. 

이곳은 북서로 우뚝 솟은 미사카산맥이 타는 듯한 석양을 가로막아 

주위 산등성이와 골짜기의 나무숲은 어둠에 갇힙니다. 

또 그것이 불같은 서쪽 하늘의 여광을 받아 점점이 빛나는 거울 같은 

후지산의 다섯 개 호수의 차가운 물의 빛을 아로새겨 연보랏빛으로 물들입니다. 

반면 동쪽 하늘은 하코네산이 엷은 안개 머릿병풍을 둘러치고 어둠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림 같은 그곳에서 그날 아직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입고 온 옷 위에 작업복을 걸치고 오른손에 붓을 꽉 쥐고 

방 한가운데 뒤로 넘어진 듯 쓰러져 있는 가와구치가 발견됩니다. 

그 앞에는 소형 이젤 위에 거의 완성된 작은 캔버스가 놓여 있었고 

린시드유 병은 바닥에 쏟아져 있었습니다. 

의사는 사인이 후두부 타박에 의한 뇌진탕이라고 말했고 

경찰들은 증인 조사를 시작합니다. 

아내, 친구, 별장 부부는 솔직하게 진술해 

가와구치의 죽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가와구치 근처에 있던 사생화가 서양화를 좋아하는 의사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문제의 그림은 연보랏빛 후지산이 저녁 하늘을 배경으로 솟아 있고, 

하단에는 나무숲이 백록색으로 칠해져 있었습니다. 

원래 가와구치는 사실적 화풍이 독특한 신인으로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와구치가 동쪽으로 창문이 난 동쪽 방에 틀어박혀 

동쪽의 풍경밖에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남쪽으로 보이는 후지산을 그렸습니다. 

의사가 여기에 의문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오사카의 작풍은 에드거 앨런 포로 시작되어 아서 코난 도일에 의해 

더 대중적으로 완성된 단편 추리소설의 순수한 정통을 계승하는 것이다. 

(중략) 

일본의 어떤 기존 작가가 이렇게까지 순수하게, 이렇게까지 꿋꿋하게 

정통 단편 추리소설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보여줬을까. 

어떤 작가가 이렇게 이지(理智) 추리소설의 골격을 깊이 이해하고 실천했을까." (p. 307)


에도가와 란포가 쓴 오사카 게이키치의 첫 단행본 

"죽음의 쾌속선" 서문의 일부입니다. 

오사카 게이키치는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에도가와 란포가 극찬한 작가입니다. 

하지만 그는 33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추리소설에서 보기 드물게 

탐정이 수수께끼 같은 사건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본격 추리소설을 많이 남겼습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그 시대에서 상당히 치밀하게 구성한 작품들입니다. 

소재들도 전통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것들이며, 

짧은 단편안에 사건부터 해결까지 넣어 짜임새 있게 구상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괴기스럽고 환상적인 분위기의 미스터리가 인기 있던 터라 

이와는 대조적인 분위기의 오사카 게이키치의 작품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본격 추리소설이 다시 주목받은 지금이라면 

그도 더 많은 작품을 신나게 썼을 텐데 말입니다. 

본격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20세기의 정통 추리소설이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권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