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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모퉁이 카페 ㅣ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평점 :

19세에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으로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은 저자는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소설만큼 자유분방한 생활로 유명했던 그녀는 2004년 병환으로 별세하자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가장 훌륭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 중
한 사람을 잃었다'며 애도했습니다.
그녀의 단편들을 모은 <길모퉁이 카페>를 보겠습니다.

19개의 단편 중에서 3개를 소개하겠습니다.
'어느 저녁'은 헤어진 마르크를 잊지 못하는 그녀가
시몽을 불러 시간을 보냅니다.
그녀는 마르크 전에 시몽과 사귄 적이 있었고
어쩌다 헤어졌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마르크와의 사랑 때문이죠. 시몽은 그녀에게 인생은 흘러간다고 말합니다.
'왼쪽 속눈썹'은 돌싱녀 레이디 개럿이 경매사인 애인 샤를 뒤리외와
결별을 고하려고 기차를 타면서 시작합니다.
이스트우드로 태어나 배우, 장교, 농장주, 기업인과 결혼했던
레티시아 개럿이 경매인과 살면서 얌전하게 생을 마감하리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고 레티시아도 동감합니다.
그녀를 그토록 사랑했던 남자들, 그녀를 자랑스러워하고 질투심을 불태웠던
남자들은 그녀에게 버림받을 때는 아무도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그녀는 재미있습니다.
어쩌면 남자들은 그녀와의 불안정한 생활을 멈출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요리를 주문하고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손을 씻고 머리를 빗기 위해 갑니다.
볼일을 마치고 나가려고 하는데, 화장실 문이 열리질 않습니다.
소리를 쳤지만 도와주는 사람도 없습니다.
이대로 꼼짝없이 계속 갇혀 있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여러 가지 망상이 떠오릅니다.
샤를이라면 그녀를 찾아 사방을 뛰어다니며
문이란 문은 다 두드리고 다녔을 것입니다.
하지만 샤를은 레티시아의 명령으로 리옹 페라슈 역에 와 있을 것입니다.
그는 좀스러운 남자고 그의 어머니와 친구들도 고약했지만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무섭지 않았냐며 빨리 대처하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길모퉁이 카페'는 석 달 뒤 폐암으로 사망할 예정인 마르크가
의사에게 병명을 듣고 나오면서 시작합니다.
부인과 별거 중이며 부모님은 자식을 나 몰라라 하는 분들이고
실수로 낳은 아이들은 법적으로 그의 자식이 아니라고 설명한 덕분에
의사는 그에게 정확한 진단을 말했습니다.
마르크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느낍니다.
그가 사과를 하거나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그의 죽음을 변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지막 계단을 내려오는데 갑자기 삶이 현관에 나타납니다.
바깥에는 찬란한 태양이 빛납니다.
태양은 이미 해바라기, 커다란 후회가 되었고
그는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진정한 용기를 발휘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의 주의를 끌지 않았지만
그의 기억 속에 영원히 새겨져 있는 길모퉁이 카페로 갑니다.
<길모퉁이 카페>는 1975년에 처음 출간되었다가
2004년 프랑수아즈 사강의 사망 후 2009년에 다시 출간됐습니다.
사강의 장편소설은 스무 편 정도 발표된 반면 단편집은 4권밖에 없는데
그중 한 권이 바로 이 책입니다.
'결별'을 테마로 한 19편의 단편을 모은 이 책은
삶에 대한 환멸을 느낀 부르주아 계층이 주로 주인공이며
가볍고 시니컬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아내와 불치병에 걸린 남자의 이야기,
사랑하는 남자를 못 잊고 괴로워하는 저녁에
다른 남자에게서 위로를 얻으려는 여자의 이야기,
남자에게 이별을 통보하러 가는 여자의 이야기,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이야기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죽는 것에 대한 서글픔과 사랑의 덧없음을 표현하는 단편들에서
작가가 느끼는 것들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짧지만 오랜 여운이 남는 단편들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