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은 나를 그린다
도가미 히로마사 지음, 김현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1984년 일본 후쿠오카 현에서 태어나 현재도 활동하고 있는 

수묵화가인 저자는 자신의 첫 책 <선은 나를 그린다>로

일본의 대형 출판사인 고단샤에서 제59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했습니다. 

매주 독자에게 책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인 '왕의 브런치'에서 

2019년 그해의 책으로 대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 서점대상 3위를 수상하는 성과를 냈습니다. 

수묵화가가 쓴 일본소설을 보겠습니다.



친구 고마에로부터 간단히 진열만 하는 아르바이트라 듣고 온 

대학생 아오아먀 소스케는 전시장을 설치하기 위해 

키보다 큰, 다다미 세 장 크기만 한 가벽을 오십 장 이상 나르고, 

접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와이어를 달고서 

파티션을 백 장 가까이 반입해야 하는 일임을 알게 됩니다. 

아오야마와 함께 온 대학생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 둘 사라지고, 

결국 나만 남게 되었습니다. 

함께 일을 한 니시하마 고호도 당황했고, 

난 고마에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곧 몸이 좋은 대학생 수십 명이 와서 일을 마쳤습니다. 

시꺼먼 얼굴에 미소를 띠면서도 보통 어른들처럼 약아빠진 느낌이 없는 

니시하마가 대기실에 도시락이 있으니 먹고 전시까지 보고 가라고 합니다. 

특별히 일이 없어 그러기로 했는데 어느 순간 넓은 회장에 

나 혼자만 남겨져 있고 대기실이 어딘지 몰라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그때 정장을 입은 아담한 노인이 나타났고 그분께 대기실 위치를 물었고, 

같이 가서 내게 도시락과 페트병 차를 주십니다. 

고급 도시락에 감탄하며 맛있게 먹고, 같이 회장으로 갔더니 

그곳에선 몇백 개나 되는 수묵화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난 시선이 빨려 들어가 그림으로 다가갑니다. 

수묵화를 제대로 본 적은 없지만, 그곳에 그려진 그림은 

내가 알고 있는 수묵화가 아니었습니다. 

넋 놓고 감상하고 있자 노인이 어떤 느낌인지 

하나씩 가리키며 감상평을 물어봅니다. 

난 그림 하나하나에 떠오른 생각을 언급했더니 

노인은 안목이 있다며 예리하다고 칭찬합니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이 그림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봅니다. 

멈춰 선 것은 크고 화려한 장미 그림 앞입니다. 

오로지 검은색으로 그려진 꽃 그림이 내게는 새빨갛게 보였습니다. 

그 점을 말하면서 접근하기 힘든 미녀 느낌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때 노인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여성이 등장합니다. 

시상식 차례라 할아버지를 찾고 있다면서요. 

알고 보니 이 노인은 미술에 문외한인 나도 알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수묵화가 시노다 고잔이었고, 

여성은 그녀의 손녀인 지아키입니다. 

지아키는 나를 할아버지를 이용하려고 접근한 사람이라 오해했고, 

난 관계없는 법학부 대학생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노다 고잔은 나를 애제자로 삼아 가르칠 거라고 하니 

지아키는 내년에 고잔상에서 자신을 이기면 문파를 떠날 거고 

자신이 이기면 할아버지한테 아호를 받아 인정을 받겠노라고 선언합니다. 

얼떨결에 승부에 휘말리게 된 나는 수묵화를 그릴 마음도 없었는데 시작하게 됩니다.


중학교 때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시고 이후 혼란함과 허탈함에 지쳐 

먹지도 않고 하루하루를 멍하니 다른 세상에 사는 것처럼 보내던 

아오야마가 대가 시노다 고잔을 만나며 어떻게 변화할지, 

<선은 나를 그린다>에서 확인하세요.




먹이 종이에 정착해가는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에
스멀스멀 번진 호수에 그려진 먹선이
빛을 반사하는 호수 표면을 방불케 해 부드러운 물결이 느껴졌다.
원경인 산에는 안개가 껴 있었고
근경의 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마법 같은 순간이 고잔 선생의 작은 붓끝에서 태어났다. (p. 65)


수묵화를 그리는 묘사가 너무나 멋져 작가의 필력에 감탄했는데 

프로필을 보니 수묵화가였습니다. 

그래서 눈앞에서 수묵화를 그리는 것처럼 생생한 표현이 가능했나 싶다가도 

그림만 그리던 화가가 이렇게 첫 작품에서 이만큼 글을 잘 쓰는 것을 보고, 

그래서 이렇게 많은 상을 받았나 생각했습니다. 

그림과 1도 관계가 없던 주인공이 어쩌다 대가의 마음에 들어 

애제자가 되어 수묵화 수업을 받게 됩니다. 

그림 수업이라고 하면 연필 쥐는 법부터 선을 긋는 법, 스케치하는 법 등의 

방법을 하나씩 반복해서 배울 거라 생각했는데, 

고잔 선생의 수업은 수묵화의 본질을 가르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수묵화의 본질은 도전과 실패를 반복해서 즐거움을 만들어 내는 거라고요. 

새하얀 종이에 원하는 대로 먹으로 더럽혀도 되며, 

실패하는 게 당연한 것으로 용납되니 재미있지 않냐면서요. 

우린 살면서 담담하게 무언가를 반복한 적이 있나요? 

실패를 반복할 만큼 무언가에 도전한 적도 거의 없고, 

실패를 즐겁다고 생각한 적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패하는 게 즐겁게 되면, 성공할 때는 더 기쁘고 더 즐겁게 됩니다. 

그러니 실패든 성공이든 도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올해는 어떤 것에 도전할지, 

<선은 나를 그린다>를 읽었더니 수묵화에 도전하고픈 마음이 듭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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