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 신진 작가 9인의 SF 단편 앤솔러지 ㅣ 네오픽션 ON시리즈 1
신조하 외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3월
평점 :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일하는 신조하 작가, 환상문학웹진과 괴담 전문 레이블 소속인 유이립 작가, 한국크리에이터진흥협회 '제1회 SF 초단편 콘테스트' 우수상의 임하곤 작가, 이곳에서 처음 쓴 SF 이자 처음 발표하는 소설을 쓴 최희라 작가, 장르문학 플랫폼 '브릿 G'에서 활동하며 여러 소설을 시도하는 이세형 작가, 환상문화웹진 필진으로 활동하는 클레이븐 작가, 2021년 카카오페이지 NEXTPAGE 7기에 선정된 강윤정 작가,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회원인 이성탄 작가, 감춰진 세계에 완전한 질서가 있다고 믿으며 쓰는 안리준 작가, 신진 작가 9인의 SF 단편을 모은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를 보겠습니다.

첫 번째 "인간의 대리인"은 무뇌증으로 태어난 주인공이 뇌를 통째로 이식받아 변호사로 일하는 이야기입니다. 인구 감소로 대체 노동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각국 정부들은 로봇 개발에 걸린 모든 규제를 풀었고, 바리스타 같은 ALP(Alternate Labour Provider, 대체 노동력 제공자)들을 어디서든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들의 역할이 커질수록 사회는 이들에게 더욱 복합적인 기능을 요구했고 복합기능 수행에는 자율적인 판단이 요구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과학계는 뉴런의 세밀지도가 완성되고 체내 전기신호를 뇌까지 막힘없이 전달해 주는 하이퍼 실리콘이 개발되어 부분 뇌가 완성되었고, 결국 전체 뇌까지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인공은 ALP가 변호사가 될 수 없다는 로스쿨 동기들의 부모님의 반대에 인공지능 판사는 주인공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럭저럭한 성적으로 졸업한 나는 작은 법률사무소에 취직이 되었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임상실험 부작용 사건을 변호하기 위해 법정에 도착했습니다.
다섯 번째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 이야기는 대리 알바를 하다 만난 두 남녀가 토탈 이모션이라는 곳에서 의뢰가 들어옵니다. 그곳은 AI를 통한 감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최고의 감정 서비스를 위해 감정 대리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역할을 한 경험이 있으니 그 경험을 토탈 텍스트(문자메시지 자동 생성)에 입력하면 기술팀이 두 사람의 노하우를 알고리즘화하고, AI가 내놓은 아웃풋을 확인하고 피드백을 해주면 됩니다. 즉 직원이 되어 데이버베이스 제공, 아웃풋 확인 그리고 피드백을 하면 됩니다. 두 사람은 일을 시작했고 개인을 상대로 한 토탈 텍스트는 대박이 났으며, 이어 기업을 상대로 한 토탈 ARS도 성공을 거둡니다. 그 후로 회사는 토탈 픽션, 토탈 사운드, 토탈 드로잉, 토탈 프렌드까지 승승장구를 하고 두 사람 역시 결혼하고 풍족한 삶을 누립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며 여자는 예전에 자신이 했던 시나리오를 쓰고 싶다고 합니다. AI가 사람들을 만족하는 시나리오를 쓰기에 사람이 쓰는 건 없는 현실에 말이죠. 그러면서 남자에게도 예전처럼 색소폰을 불고 싶지 않냐고 물어봅니다.
여섯 번째 "도덕을 도매가에 판매합니다"는 도덕 인증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7년 전, 반 외계인 운동을 펼치는 사람들이 우주 공항에 테러를 가했습니다. 이 일로 우주 공항은 잔해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으며 외계인들은 지구를 여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지구에 외계인은 오지 않습니다. 이 사건으로 전 세계적으로 금융 위기가 발생했고 물자는 부족했으며, 특히 외계 기술이 접목된 물건은 씨가 말랐습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직장과 집, 가족을 잃었습니다. 그때부터 사람들은 도덕적이지 않은 이들을 인간 취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죄의 경중 보다 부도덕한 자들을 모두 엄하게 처벌하자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정수는 젊을 때 밤늦게까지 술 마시며 놀다가 나이만 먹고, 벌어놓은 돈도 없어 도덕 3.4 버전만 가지게 됩니다. 겨우 택배회사에서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데 얼마 전 도덕 3.0버전 인간이 특수 강도를 저질러서 정부에서도 곧 버전 4이하의 도덕을 소유한 자는 일 시키지 말라고 한답니다. 돈이 없어 상위 버전의 도덕을 살 수 없는 정수는 광장에서 화형에 처해질까 두렵습니다.
가까운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신진 작가 9인의 SF 단편,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합니다>는 진정한 '인간다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죄인을 돕는 건 죄가 없는 성자만이 가능하고, 사람을 구원하는 건 사람이 아닌 신의 아들이었든 인간을 변호할 수 있는 건 인간이 아닌 자일 거라는 '인간의 대리인', 상대방의 순수한 의견을 전달해 주는 장치 스키마 리셋터를 사용하면 상대방의 의견을 따르게 된다고 생각했으나 잠시 생각을 바꿀 뿐임을 알게 되는 '스키마 리셋터', 휴머노이드와 인간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나와 올퓌', 윤리적인 뇌를 주입한 인류는 범죄는 줄어들었지만 사회의 활력이 사그라들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일부가 반세기 전 주인공이 내린 결정이 무엇인지 회고하는 '영원', 감정적 체험이 시장을 통해 돈으로 거래되는 시대에 물질적 빈부는 공감과 연민의 빈부로 확장된 현재를 그린 '감정을 할인가에 판매됩니다', 돈을 주고 도덕 단말기를 척추에 이식해야 하고 일정 버전 이하의 사람들은 일할 수조차 없는 세상을 그린 '도덕을 도매가에 팝니다', 인공자궁 기계에서 아이를 태어날 때까지 키우는데 대통령의 인공자궁 기계가 납치되었고 그 배후를 추적하는 '대통령의 자장가', 하나의 뇌 속에 두 개의 정신이 공존하는 이야기를 그린 '정신의 작용', 아직 일어나지 않았으나 겪은 일을 프로그래머가 받아들이는 방식을 말하는 '미래의 죽음'까지, 9편의 신선한 SF 단편입니다. 배경도 놀랍고, 소재마저 처음 접해봐서 각각의 단편을 읽으면서 이런 상황이면 인간은 어떻게 될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덕분에 앞으로 벌어질 미래를 위해 지금의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