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 교실 - 젠더가 금지된 학교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3월
평점 :
절판






1979년 일본 지바 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한 저자는 대학 재학 시절부터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했으며, 데뷔 후에도 편의점에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2003년 "수유"로 제46회 군조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가로 등단했고, 2009년 "은색의 노래"로 제31회 노마문예신인상을, 2013년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으로 제26회 미시마 유키오상을, 2016년 "편의점 인간"으로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최신작 <무성 교실>을 보겠습니다.



지가사키 리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 텔레비전에서 '마법쇼녀 큐티 프린세스'가 방영되자 친구 레이코와 마법소녀가 되어 학교와 동네를 지키는 마법소녀 콤비 활동을 했습니다. 둘은 열정적으로 마법소녀가 되었고 소소하게 활동했지만, 초등학교 5학년 때 레이코의 부모님이 시험 성적이 떨어지자 프린세스 물품을 모두 버렸습니다. 그 와중에 필사적으로 사수한 변신 콤팩트를 교정에 묻으며 리나에게 언젠가 이 콤팩트를 찾으로 올거라며 혼자 싸워 달라고 부탁합니다. 그 후 관심은 패션, 화장, 뜨개질 연습 등 새로운 놀이에 빠졌고 시간이 지났지만 리나는 미라클 리나를 그만둘 계기를 찾지 못해 36살이 되었습니다. 자신도 진짜 마법사가 아닌 걸 알지만, 스트레스가 가득한 나날을 귀여운 망상으로 각색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레이코가 폭력적인 남자친구 마사시를 피해 리나에게 오고 같이 지냅니다. 마사시가 리나의 집에 와서 용서를 구했고 그 모습을 보는 레이코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리나는 마시시에게 마법소녀 놀이를 2주 동안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미라클 리나와 2대 매지컬 레이미의 순찰은 시작됩니다.


초등학교 때 잘생긴 얼굴에 운동을 잘해 많은 여자아이들의 마음을 차지한 하야카와, 우치야마도 그렇습니다. 그렇게 푹 빠져 혼자서 좋아했고 중학교에 가서도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변함없었습니다. 자신만의 환상으로 하야카와를 각색했고, 실제 다른 남자친구를 사귀었지만 현실의 연애는 환상과 달라 결국 헤어졌습니다. 대학교에 가서 하야카와와 다시 만났고, 두 번째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첫사랑을 소멸하기 위해 그를 감금하기로 결심하고 계획에 옮겼습니다.


학교 밖에서는 자유지만 학교에 있는 동안에는 성별이 금지되어 어느 쪽도 아닌 성으로 생활해야 합니다. 모두 비슷한 쇼트커트에 화장도 귀걸이도 금지돼 있고, 트랜스셔츠를 입어 성을 감춥니다. 이름도 남성, 여성이 드러나지 않는 중성의 이름으로 바꿔야 합니다. 중학교 1학년 즈음까지는 가슴을 싸매고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면 성별을 잘 구분할 수 없었지만, 변성기가 지나면서 전체적으로 변하니 성별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됩니다. 고등학생인 우리도 같은 교복을 입었지만, 몸과 키, 목소리, 목울대, 부드러운 팔의 곡선 같은 신체적 특징이 오히려 부각되는 바람에 말만 하지 않을 뿐 사실상 어느 성별인지 아는 상태에서 생활합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겉보기에 성별이 모호한 친구도 있습니다. 유토인 나는 세나에게 마음이 있는데 세나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겠습니다. 유키에 집에 놀러 간 날 유키는 가까운 미래에 성별 폐지 법안이 의회에 제출될 거라며 중성으로 살아갈 거라고 말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자기 성별을 선택할 수 없어서 성별을 없애는 수술을 받는 사람들도 이미 있습니다. 혼란스러운 나, 이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년 동안 친정엄마의 수술로 간병과 친정을 오가며 돌보다가 친정엄마가 퇴원하면서 그만 와도 된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할 일을 잃어버린 마코토, 남편의 권유로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합니다. 같이 일을 하는 대학생 다카오카와 유키자키는 무례한 손님을 대할 때 화를 내지 않고 시종일관 웃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며 말하면서 화가 나지 않냐고 물어봅니다. 그러자 분노가 뭐냐며 사전적인 의미는 알지만 느껴 본 적은 없다고 합니다. 이 일을 남편에게 말했더니 분노란 감정이 청년들에게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고 합니다. 그게 말이 되냐고 했더니, 남편은 옮는 것처럼 자신도 슬프다는 감정은 느껴도 분노한 적은 잘 없다고 합니다. 마코토는 분노도 중요한 감정인데 이것이 없어지는 게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상의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으로 망상을 선택해 변신하는 '마루노우치 선의 마법소녀'는 그 망상이 침범당했을 때를 이야기합니다. 남자친구가 돈을 안 갚아도, 물건을 던져도, 소리를 지르고, 휴대전화를 검사해도 헤어지지 못했던 친구가 용서할 수 없었던 그 한 가지 때문에 결국 헤어집니다.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첫사랑을 환상 속의 이미지로 만들어 계속 간직하며 어른이 된 그녀는 '비밀의 화원'처럼 그의 실체를 마주해 첫사랑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합니다. 성차별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젠더를 금지한 학교에서 도리어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여학생의 이야기를 담은 '무성 교실'. 결국 허락된 자유는 사랑뿐임을 알고 성별을 알지 못했도 상관하지 않고 그 사람 자체를 봅니다. 같은 감정을 공유하며 공감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분노란 감정을 잃어가는 세상에서 소속된 집단에 맞춰 모방하고, 전염하고, 변용하지 못해 절망하는 자신을 그린 '변용'.감정은 인간이 느끼는 것이라 믿었는데 그것이 전부 계획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네 가지 이야기가 담긴 <무성 교실>은 의심해 본 적 없어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일상에 의문을 남기고 그 의문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킵니다. 만약 이 이야기가 그리는 세계가 전부 현실이 된다면 난 어떻게 될까 생각하니 서서히 다가오는 섬뜩한 존재를 본 것처럼 공포를 느낍니다. 무엇이 과연 정상일까를 생각하게 되는 책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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