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
아사이 료 지음, 곽세라 옮김 / 비에이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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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일본 기후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와세다대학 문화구상학부를 졸업했습니다. 2009년 "내 친구 기리시마 동아리 그만둔대"로 제22회 소설스바루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2012년 동명의 작품이 영화화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2013년 소설 "누구"로 제148회 나오키상을 수상했습니다. 젊음을 대표하는 소설가가 쓴 <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를 보겠습니다.



현재입니다. 낮 근무, 심야 근무, 준야근, 휴일의 4일을 한 묶음으로 사는 간호사 유리코는 매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냅니다. 10살 아래 남동생 쇼타가 학교도 안 가고 방에만 있음을 알지만 일에 치여 신경을 쓰지 못하다가, 쇼타의 절친이 전학 가서 우울해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휴일에 쇼타를 데리고 자신의 근무처인 병원으로 갑니다. 그곳에서 지인의 아파트에서 넘어져 치명적인 머리 부위를 다쳐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고 있는 미나미 도모야가 누워있는 병실에 갑니다. 도모야가 이 병원으로 오고 난 후 그의 단짝 친구 호리키타 유스케가 매일 평일 낮에 병문안을 옵니다. 유리코는 쇼타에게 유스케를 인사시키며 친구와 놀 수 없게 돼버렸지만 이렇게 활기차게 지낸다고 말합니다. 쇼타는 유스케에게 외롭지 않냐고, 슬프지 않냐고 물어봅니다. 그에 유스케는 오늘이 친구가 다시 눈뜨기 전날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하지요. 내일은 반드시 소중한 친구를 만날 거라며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면서 한 번에 하루씩 살아내는 거라고요. 그러면 쇼타의 절친 같은 친구를 꼭 만날 수 있다고요.


자주 전학을 다니는 가즈히로는 이곳 홋카이도로 왔습니다. 완전히 낯선 풍경, 날씨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전학 첫날은 어색한 일 투성입니다. 다행히 도모야의 도움으로 수업 준비를 마치고, 집 가는 길이 비슷한 유스케까지 친해져 삼총사가 됩니다. '제국의 법칙'이라는 주간지에 연재 중인 소년 만화를 셋 다 좋아해서 더욱 친해졌고, 극장판이 개봉되어 같이 보러 가기도 했습니다. 6학년이 되어 6학년만 할 수 있는 운동회 종목인 단체체조가 안전을 이유로 폐지되고, 장대눕히기도 논의 중이라는 말에 큰 키에 운동, 공부까지 뭐든 1등을 차지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유스케는 화가 납니다. 장대눕히기 연습을 못하고 다른 반과 축구시합을 하는데 유스케는 다른 반이 된 도모야가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며 달려듭니다. 도모야는 천성이 그럴 아이가 아니고, 그건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온 유스케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말입니다.


​1등부터 30등까지 과목별 등수가 학년별로 게시되었는데 이제 등수 제도 폐지로 인해 시험뿐만 아니라 학교 활동이나 행사에도 등수 매기는 일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체육대회에서 승패를 결정짓지 않게 되었고, 합창대회에서 그랑프리 투표가 없어졌습니다. 큰 키에 낮은 목소리, 그림자가 질 정도로 선명한 근육, 큰 발소리, 거친 말투의 유스케는 가만히 있어도 튀는 타입인데다가 머리도 좋아서 명단에 자주 올라갔습니다. 그는 등수 공개를 그만두기로 설명하는 선생님의 말에 반발하며 경쟁 상대가 있어야 공부할 의욕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아야나와 레이카, 도모야는 동아리 활동으로 수영부이고, 중3 선배들이 나가고 도모야는 차기 부장이 될 예정입니다. 레이카는 유스케에게 마을 축제날 고백한다며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아야나에게 부탁합니다. 아야나와 도모야는 자리를 비켜주고 아야나 역시 도모야에게 마음을 고백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눈이 아파 콘택트렌즈를 뺍니다. 도모야라면 자신의 맨눈을 봐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으로 푸른 눈을 보여줍니다. 그러면서 고백하려고 하는데 도모야가 이를 막습니다.


'반경 5미터의 세상을 바꾸기 위한 홋카이도 젊은이들의 스페셜 프로그램'의 출연자로 노숙자들을 돕는 하타노 메구미와 한국인 유학생 이민준, 홋카이도대학의 전통인 징파를 부활시키자는 호리키타 유스케, 프라스타일 스키 전 챔피언이 전하는 겨울스포츠의 매력, 음악에 이야기를 얹어 사람들에게 전하는 레이브를 하자는 안도 요시키가 모여 각자의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에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었던 야오야마와 요시키가 학교 축제 때 유학생 존에서 레이브를 했더니 중국인과 한국인들이 랩과 노래로 센카쿠 제도와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외쳤습니다. 그걸 보고 정치 이야기를 음악에 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매주 전하고 싶은 테마나 사회에 던지고 싶은 질문들로 활동하게 되었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사람들의 관심을 보이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요시키는 유스케의 친구인 도모야가 관심 없는 것을 보고 한마디 합니다. 그러자 도모야는 둘을 가르는 선이 있다고 치면 그 선에서 오른쪽으로 1킬로미터쯤 떨어져 있는 사람도 있고, 1밀리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사람도 있는데, 나누다 보니 통째로 쫙 갈라져버린다고 합니다. 실은 어느 쪽이든 모두가 조금씩 반대 성향도 갖고 있을 텐데, 단지 한쪽에 서 있다는 이유만으로 커다란 집단 속에 구분돼버린다면서요. 자꾸만 이렇게 선을 긋다 보면 그 한가운데 무엇이 있는지 모른다며 자신은 그런 집단 속의 한가운데 부분, 그라데이션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죽을 이유를 찾아 살아간다>는 '나선 프로젝트'라는 기획에서 탄생했고, 각 장르에서 활약하는 소설가들이 참여해 총 여덟 권의 장편소설이 출판됩니다. 이 프로젝트엔 두 가지 룰이 있는데 첫 번째 룰은 작품 테마가 '대립'이라는 점입니다. 나선 프로젝트에서 비롯된 모든 작품에는 산족과 바다족이라는 부족이 등장합니다. 두 부족에는 신체적 특징이 있으며 이들 부족의 역사가 전 작품에 걸쳐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책도 그 가운데 한 권에 들어가는 소설입니다. 두 번째 룰은 모든 작품이 다른 시대를 무대로 삼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일본의 '헤이세이 시대(서력 1989년~2019년)'만이 갖는 대립을 산족과 바다족이라는 모티브를 이용해 집필했습니다. 이 헤이세이 시대는 '유토리 교육'을 받은 세대입니다. 경쟁보다 자신의 개성을 소중히 여기자는 풍조로 넘버원보다 '온리원'을 강조했지요. 유스케는 세상엔 세 종류의 인간이 있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는 타인을 위해 살아가는 유형으로 매일이 저절로 흘러간답니다. 두 번째는 자아실현을 위해 살아가는 유형으로 그냥 사는 맛을 느낀답니다. 세 번째는 살아가는 이유가 없는 유형으로 그저 숨쉬기에 살고 있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그 세 번째 인간이 되기 싫어서 뭔가에 목숨을 걸고 살아가려고 했다고요. 죽을 때까지 역할이 필요해 '살아도 되는 시간'으로 만들고 싶었다고요. 이전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경쟁을 강조하지 않아 편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는 헤이세이 시대의 아이들이 왜 전 시대의 사람들보다 더 힘들어할까요. 보면 좋은 것처럼 보여도 개성이나 나다움의 정체를 아무도 모르고 알려주지 않아 이 세대가 느끼는 정체성 상실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 정체성이 찾지 못해 이 사회에서 의미가 없다거나 가치가 없다는 마음에 어떤 이들은 자멸합니다. 그런 자멸에 이르기 전에, '나의 쓸모'는 무엇인지, 내가 꼭 사회에 쓸모가 있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하는 책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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