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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이치조 미사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모모 / 2021년 6월
평점 :

이치조 미사키 씨는 제26회 전격 소설 대상 '미디어워크스문고상'을
이 작품으로 수상했습니다.
매일 기억이 리셋되는 소녀와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는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보겠습니다.

가미야 도루는 고등학교 2학년으로 앞자리에 앉은 시모카와가
괴롭힘을 당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항의했더니 내가 대신 표적이 되었습니다.
녀석들의 공격을 무시하자 다시 시모카와를 표적으로 삼고
음침하게 숨어서 괴롭힙니다. 뒤늦게 이를 알고 괴롭힘을 주도하는 녀석에게
그만하라고 했더니 1반 히노 마오리에게 오늘 중으로 고백하면 그만하겠다고 합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히노 마오리를 수업 끝나고 불러
녀석들이 시키는 대로 고백을 했더니, 그녀는
세 가지 조건(학교 끝날 때까지 서로 말 걸지 말고, 연락은 되도록 짧게 하고,
자신을 정말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며 지킬 수 있으면 사귀자고 합니다.
난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라고 대답했고
이제 우리 둘은 다른 사람에게 비밀로 하고 사귀게 되었습니다.
괴롭히던 녀석들은 이를 확인하고 시모카와를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히노는 다음 날 방과 후에 그녀를 만나 어제 고백에 대해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히노는 딱히 놀라지도 않고 자신과 사귀는 것이 싫냐며 물어봅니다.
난 싫지 않다며 했고 이제 우리 둘은 조건부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히노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란 병에 걸렸는데 매일 기억이 리셋이 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내가 쓴 메모를 보고 병에 걸렸음을 알게 되고,
수첩과 노트를 읽어봅니다. 나는 매일 아침 그걸 읽기 위해 일찍 일어납니다.
수첩의 첫 항목은 '중요'라는 제목이 달려 있습니다.
내가 사고를 당한 것, 장애의 증상, 부모님과 친구 이즈미, 학교 선생님만
그 사실을 안다는 것 등의 중요한 이야기가 쓰여 있습니다.
절망할 법도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쓰여 있습니다.
기억이 하루 이상 남아 있지 못해도, 눈앞에 있는 사람을 정보로만 알아도,
그 사람이 나를 알고 있고 그 사람에게 나와 함께 보낸 기억이 있으면 마음이 편합니다.
그렇게 만나다 가미야 도루에게 내 병을 고백했습니다.
그랬더니 일기에 고백한 사실을 적지 말라고 부탁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했고 난 고백한 사실도 잊어버린 채
다시 일어나 메모를 보고 수첩과 노트를 읽어봅니다.
히노를 좋아하는 마음은 홀연히 나타났습니다.
의식하고 나니 히노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앞으로도 이렇게 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나 자신에게 놀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히노와 있고 싶어서 나 자신을 놀라게 할 수 있습니다.
내가 히노 앞에 있으면 저절로 마음이 기뻤으니까
히노가 나를 기억하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하루하루의 기억을 쌓지 못하는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괴로울지 짐작해 보고,
내일의 히노가 조금이라도 일상을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히노가 쓰는 일기를 즐거운 추억으로 가득 채워줘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조금이라도 용기를 얻고, 조금이라도 미래에 대한 공포를 덜어줄 수 있도록요.
매일매일 노력하는 히노의 모습을 보고 나도 깨달은 것이 많습니다.
히노에게서 빛을 받은 지금의 나는 달라졌으니까요.

히노 마오리의 친구 이즈미입니다.
둘이 계속 사귀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석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사귀고 있습니다.
게다가 가미야 도루는 마오리의 병을 알고 있습니다.
신체에 숙달된 기억은 오래간다며 중학교 때 그렸던 그림도
가미야 도루가 권유해서 매일 그리고 있는 마오리,
정말 그 말이 맞는지 마오리의 그림은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도움도 주지 못한 내가 미안했고,
마오리는 가미야 도루와 함께 있을 때면 미소 지었고,
가미야가 없을 때도 명랑하게 웃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진학반으로 공부하다 보니
둘과 만나는 시간이 멀어졌고, 어느새 우리 셋은 무사히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일이 있다는 마오리를 먼저 배웅하고 난 후 가미야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부릅니다.
가미야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요.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를 읽어보세요.
매일 기억을 잊어버리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소녀,
그녀는 매일 일어나 자신의 병을 마주 보고,
잃어버린 기억들을 수첩과 노트로 확인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글자일 뿐 감정은 아닙니다.
이제 노력해도 나아질 수 없고, 자신의 미래도 자신할 수 없는 그녀,
이런 자신에게도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조금 기운이 납니다.
매일매일을 즐겁게 살아가고 힘을 내는 그녀가 평범하지만
한없이 다정한 소년에게 빛이 됩니다.
서툴지만 따뜻하게 마음을 쌓아가며 매일의 최선을 다하는 소년과 소녀,
한없이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응원하지만 마지막 슬픔에 목이 멥니다.
하지만 이런 슬픔도 소녀는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갑니다, 미래를 꿈꾸며.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