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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왜 사라졌는가 - 도시 멸망 탐사 르포르타주
애널리 뉴위츠 지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9월
평점 :

미국의 저널리스트, SF 소설가, 콘텐츠 기획·편집자이며
온라인 매체 편집장을 지냈으며, SF·미래주의 전문 매체 '아이오나인'을 창립한
저자는 휴고상을 받은 팟캐스트 '우리 의견은 옳다'를 공동 진행하고 있습니다.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를 통해 도시가 멸망하기 전
도시가 어떻게 번성하고 유지되었는지를 먼저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도시 멸망 탐사이기도 하지만 도시 성장 보도이기도 합니다.

도시 멸망 첫 번째 사례는 차탈회윅입니다.
지금의 터기 중부에 있는 신석기 시대 초기 도시 유적으로
2012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차탈회윅의 건축은 이후 이 지역에 나타나는 어떤 것과도 다릅니다.
집들은 마치 벌집의 밀방과도 같이 이웃집과 다닥다닥 붙어 있습니다.
집 사이를 가르는 골목이 거의 없고,
도시의 가로망은 지상에 비해 적어도 한 층 이상 높았고,
보도는 옥상을 가로질러 나 있습니다.
출입구는 천장을 뚫고 만들어졌으며
거주자들은 지붕 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전까지 누구 자손으로만 서로를 구분하던 조상들이
고향이 어디냐란 물음이 중요해진 시기가 됩니다.
이동하는 유목민에겐 고향은 무의미하기에 어떤 종족 소속이냐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평생을 한 도시에서 산다면
그곳은 한 개인의 자아의식에서 가족 유산에 비해 더 중요해집니다.
차탈회윅에 사는 사람들은 인류 사회의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간 것입니다.
그들은 사람의 정체성이 고정된 장소에 따라 결정되는 낯선 미래로 들어갔습니다.
그 땅은 그들의 것이었고, 그들은 그 땅의 일부였습니다.
도시는 천여 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구도시 지역의 옛 건축물과 쓰레기로 이루어진 둔덕은 계속 높아져
사람들은 강 건너 서둔덕으로 점점 옮겨갑니다.
게다가 서기전 6200년 무렵에 급격한 기후 변화와 계층 문제로 인해
차탈회윅을 버렸으리라 짐작합니다.
서기 79년, 화산 분출에 의해 폼페이 도시가 사라졌고,
비옥한 농토를 아무것도 나지 않는 황무지로 바꿔버렸습니다.
이 재난 이후 폼페이에서 나온 난민들은 인근 해안 도시들인
쿠마에, 네아폴리스(나폴리), 푸테올리(포추올리)로 달아났습니다.
폼페이는 베수비오 화산 분출 이전에 이미 재난이 많은 지역이었습니다.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주민 상당수가 도시를 떠났고,
파괴된 건물들이 그대로 남았지요.
그러나 사태가 진정된 뒤 네로 황제는 복구 활동을 위해 자금을 지원했고,
많은 사람들이 보수와 개선에 노력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보는 폼페이는 건설 중인 도시입니다.
폼페이의 소멸은 부자와 가난뱅이, 남자와 여자, 이주민과
로마인과 원주민 사이의 갈등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일어났습니다.
베수비오 화산 분출 후 로마 지도층은 계산된 결정을 내린 듯합니다.
폼페이는 총력을 기울여 복구 활동을 벌일 만큼
충분히 중요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요.

앙코르는 폼페이가 단 하루에 겪은 재난을 아주 천천히 당했습니다.
이 도시는 한 번의 화산 분출 대신
백 년 동안 이어진 기후 위기의 연타를 맞았습니다.
걸린 시간은 달랐지만 결과는 비슷했죠.
홍수 같은 환경 재난으로 인해
이 도시는 주민들 대다수가 살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후의 일격은 자연과 관계없는 것이었습니다.
앙코르의 왕들은 더 이상 일꾼 부대를 동원해
도시의 생명선인 수로망을 재정비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앙코르의 도시 계획에서 가장 유지하기 어려웠던 것은
저수지 시설이 아니라 강제노동에 의존한 엄격한 사회적 위계로 보입니다.
정치적 재난은 자연재해와 마찬가지로 땅 위에 그 흔적을 남겼습니다.
크메르인들은 그들의 왕이 떠난 뒤에도 오랫동안 앙코르에서 계속 살았고,
그 땅을 개조해 마침내 700년대에
그곳을 차지했던 농경지 및 마을과 같은 모습이 되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카호키아는 유럽인들이 오기 전에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도시였습니다.
미시시피 강변 저지의 작은 마을이 성장해
3만 명이 넘는 팽창하는 대도시가 되었습니다.
카호키아인들은 한 시설을 다 사용하면
하나의 의식으로 그 운명을 봉인합니다.
벽을 삼았던 나무 기둥들을 뽑아내 장작용으로 치워둡니다.
그러고는 빈 말뚝 구멍에 채색 점토를 채워 넣거나
깨진 항아리 조각이나 이전에 집에서 사용하던 도구들을 넣기도 합니다.
때로 건물 잔해에 불을 질러 가재도구를 함께 태웠습니다.
불이 사그라지면 거주자들은 버려진 장소를 흙 한 층으로 봉인하고
그 위에 새 시설을 지었습니다.
아마도 카호키아인들은 주변의 모든 건조물들도
정해진 수명이 있다고 보고 언제나 전체 도시가
일시에 폐쇄되는 것으로 생각한 듯 보입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카호키아는 종말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으며
둔덕을 엄청난 높이로 쌓아 올릴 때에 이미 그 운명은 봉인됐던 듯합니다.
세계 대부분의 주민이 도시에 사는 시대에 살고 있고,
기후 위기나 빈곤 같은 풀기 어려운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현대의 대도시는 결코 영원히 유지될 수 없고,
역사적 증거를 통해 지난 8000년에 걸쳐 반복적으로
도시를 선택하고 버려왔음을 보여줍니다.
대부분의 인간이 소멸될 수밖에 없는 곳에
거주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입니다.
사라진 도시라는 신화는
사람들이 자신의 문명을 파괴했다는 현실에 눈 감게 만듭니다.
<도시는 왜 사라졌는가>는 바로 그 현실에 관한 것입니다.
인류 역사에 나타났던 도시 멸망 가운데
가장 극적인 네 개의 사례를 탐구하고
그 속에 공통된 실패 요인을 찾아봅니다.
더불어 소멸의 순간에만 집중하지 않고 더 나아가 오랜 생존의 역사도 알아봅니다.
도시 생활의 운명은 인류의 운명과 엮입니다.
우리가 21세기에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한다면
대도시에서 살 수 없는 미래를 향해 나아갈 뿐입니다.
도시의 시대가 이런 식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책에서 보여준 사례를 참고해 도시와 그를 둘러싼 자연환경의 소생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깨달아 가장 좋은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