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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 ㅣ 안전가옥 쇼-트 9
류연웅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9월
평점 :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9번째 책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는
제목부터 무엇이 근본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입니다.
책 구성도 단톡방에서 대화하듯이 쓰고, 하이퍼링크처럼 몇 쪽으로 가고,
각주에 복선이라고 적혀 있으며, 굵은 글자가 중요한 부분임을 느끼게 해줘서
읽는 독자가 재미있고 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손바닥 크기의 200쪽이 안 되는 단편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미디어 콘텐츠학과'의 '미디어 제작 실습' 과목을 수강하는 나는
한 학기 동안 30분 내외의 인물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팀 과제를 미리 알고
조별 단톡방에서 50만 원으로 기획서부터 영상까지 만들어
A 학점을 받게 해주겠다고 말을 합니다.
이미 다 만들어놓았으니 자신을 믿으라는 그 말에 모두 50만 원씩 보냈습니다.
난 이미 고등학생 때 취미로 60분짜리 연예인 하윤주 다큐멘터리를
만든 적이 있기 때문에 재탕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수업을 들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교수님이 다른 조가 제출한 기획서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걸로 수업방식을 바꾼답니다.
어쩔 수 없이 제비뽑기로 나온 사람은 '김덕배',
누군지도 몰라 멍해진 나에게 교수님은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였다고 합니다.
조원들에게 돈을 돌려줄 테니 없던 일로 하자고 말하자,
조원들은 200배 환불해 줄 수 있냐고 말합니다.
감당이 안 된 나는 전직 축구 선수 김덕배를 취재하기로 결심하고
114에 김덕배 선수의 번호를 물어봅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 상담원이 그 선수를 자신이 뽑았다며
전직 한국 축구 대표 팀 감 감독이라고 하죠.
이제 전 축구 대표 팀 감 감독을 만나 김덕배 선수에 대해 물어봅니다.
감 감독은 '축구의 근본은 승리'인데 2030 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계속 지자
팬들은 감독을 경질하라고 난리였답니다.
베스트 댓글에 '국민거품 한국축구' 닉네임의
'니들 이따구로 할 거면 차라리 불곡고등학교 3학년 1반 김덕배를 뽑아라.'란 글이
계속 있고, 다른 사람들도 따라 쓰면서
감 감독은 김덕배를 축구 대표팀에 합류시킵니다.
2030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전에 팬들이 김덕배를 투입하라고 아우성이고,
감 감독은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김덕배를 넣었더니
엉겁결에 헤딩으로 결승골을 넣었습니다.
김덕배의 골로 대한민국이 2030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고,
감독의 평가도 올라가고, 김덕배는 슈퍼루키로 거듭납니다.
그러나 초등학교 때 축구공 몇 번 차본 게 다였던 김덕배는
월드컵 본선에서 3전 3패를 기록하고,
귀국하던 인천 공항에서 사람들의 인내심은 폭발해
2000명이 사망하고 5040명이 부상을 당하고, 인천 공항 면세점이 털렸습니다.
그날의 난투는 대국민적 참사로 기록되어
대통령이 축구를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통제했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에서 축구는 불법이 되었죠.
감 감독에 이어 전직 한국 축구 협회 회장 공구축 씨를 만났으나
김덕배의 행방은 알 수 없습니다.
조별 과제를 이대로 끝낼 수 없던 나는 대충 진짜 김덕배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카메라 공포증이 있어서 촬영을 거부했다고 둘러대고,
변조를 해서 내 목소리로 대신 녹음해서 가완성본을 제출합니다.
그러자 교수님은 너무나 만족해하며 유튜브에 올렸다고 하죠.
난 5년 전 미디어 소녀란 타이틀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근본을 잃었다는 댓글이 달리면서 우울한 대학생활을 하던 중
가완성본으로 다시 재조명을 받습니다.
인터뷰가 가짜인 것이 탄로 날까 전전긍긍하던 중
'비트 메이커 김덕화'란 사람이 나 한채연에게 접근합니다.
김덕화란 사람은 누구이며, 김덕배는 도대체 어디 있으며,
조별 과제는 어떻게 될지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에서 확인하길 바랍니다.
<근본 없는 월드 클래스>를 읽으며
'축구의 근본은 승리/사업/축제'라고 저마다 말합니다.
그리고 '나의 근본은 평범함'이고, '삶의 근본은 사랑'이라고도 합니다.
'자본으로 근본을 사'라는 말도 합니다.
도대체 어떤 것이 맞는 말일까요? 근본의 뜻은
사물의 본질이나 본바탕으로 지금은 축구 구단의 역사나
유망주의 프로 정신을 언급할 때 사용됩니다.
'근본이 없다'라는 말은 주로 '역사가 보잘것없는데
구단주의 돈으로 빅클럽 반열에 오른 구단'을 조롱하는 표현이지요.
책을 읽으며 우리 사회의 단면을 잘 표현하고 있어서 한편으론 부끄러웠습니다.
상대방에게 근본이 있고, 근본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근본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습니다.
내 근본은 무엇이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며
어떤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슨 후기입니다.